국회사무처가 새 주재관을 두려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모습. ⓒphoto 조선일보
국회사무처가 새 주재관을 두려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모습. ⓒphoto 조선일보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사무처도 70명에 가까운 인력 증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예산만 1년에 최소 57억원(국회사무처 추정)이 추가로 소요된다. 또한 국회사무처는 베트남에 입법부 주재관을 신설하고 소속 공무원을 파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입법부 주재관은 워싱턴·파리·베이징 등 세계 주요 도시에만 두고 있었는데 베트남은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그 당위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지난 10월 국회사무처가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한 ‘2019년도 1·2차 국회사무처 직제안 통합설명자료’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정원 충원과 직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자료에 적힌 총 증원 인원은 365명이지만 이 중 300명은 2017년 12월 개정된 국회의원수당법에 따라 신규 채용됐던 의원실별 8급 의원보좌직원들을 사후 반영한 것으로, 국회사무처 실제 증원 인원은 65명이다. 직급별로는 2급이 3명, 3급이 1명, 3·4급이 9명, 4·5급이 16명, 5급이 3명, 6급 이하가 36명 증가한다. 2·3급은 3명 감소한다. 기존 2실 4국 1원 3관 39과였던 기존 사무처 조직은 1관 3과가 신설돼 2실 4국 1원 4관 42과로 확대 개편된다.

인건비만 연 57억 증가

현재 국회사무처 총 근무인원은 1383명이다. 국회사무처는 세부 설명자료를 통해 증원 이유를 “입법정책 지원인력 강화, 정보화 조직개편 및 정보보호 기능강화, 홍보조직 개편, 의회외교 활동 지원강화” 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2016년에도 국회운영위에 32명 증원 방안을 제출했고 이 중 29명 증원이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의결돼 정원이 확충된 적이 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가 이번에 직제를 개편한 이유는 실제적인 인력수급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만성화된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국회 안팎에서 나온다. 현재 국회사무처 내 인사 적체는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사무처 공무원들은 입법부에서만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승진할수록 갈 수 있는 자리가 급속도로 줄어든다. 여기에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입법고시’로 불리는 5급 공채 출신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인사 적체는 더욱 심각해진다. 하위 직급의 경우 2013년 말 행정직으로 전환된 기능직 사무원들도 승진 경쟁에 가세해 인사 적체는 더욱 심화됐다. 일반적으로 국회사무처 공무원들은 ‘입법고시’로 불리는 5급 공개채용경쟁시험, 그리고 8급과 9급 공채시험을 통해 입직한다.

실제로 이번 개편안 내용에 따르면 늘어나는 정원 외에도 국회사무처 6급 직원은 30명, 7급은 17명 증가하는데, 반대로 하위 직급인 8급은 10명, 9급은 37명 감소한다. 8급과 9급 자리를 줄이고 6급과 7급 자리를 늘려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사무처가 이번에 낸 ‘직제개편안 1·2안 통합안’에는 인원 증원에 따른 예산 증감액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국회사무처가 제출한 1·2안을 검토해 국회운영위원회가 수석전문위원 이름으로 지난 4월에 낸 ‘국회사무처 직제 일부개정규칙안 검토보고’에서는 26인 증원에 따른 연간 예산 소요액을 15억8300만원으로 추산했고, 9월에 낸 ‘국회사무처 직제 일부개정규칙안 검토보고’에는 39인 증원에 따른 연간 예산 소요액을 40억8800만원으로 추산했다. 두 금액을 합하면 직원 65명을 증원했을 때 매년 소요되는 예산 추가액은 약 56억6900만원에 달한다. 직급별 평균 호봉 등을 반영해 12개월 동안의 소요액을 추정한 금액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이 금액은 국회사무처가 최소치로 자체 추계한 금액이기 때문에 실제로 매년 소요되는 예산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사무처는 직제 개정안에서 “행정부와 비교하면, 2016년 이후 행정부의 증원율이 5.7%인 데 반해 이번 사무처 직제 개정안은 4.7% 증가 수준에 그친다. 1년에 1회 정기적으로 직제개정을 하는 행정부와 달리, 국회사무처는 법률안 증가 등 국회 기능 강화에도 불구하고 2016년 이후 약 3년간 실질적인 증원이 없었다”고 증원 이유를 설명했다.

국회사무처가 직제 개정안을 운영위에 제출한 시점도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11월 28일까지 심사를 마친 뒤 29일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하지만 예산안 검토 작업에서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기 때문에 시한 내에 예산안 내용을 모두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예결위를 경험한 의원들의 설명이다. 20대 국회에서 예결위 소속이었던 한 국회의원은 “국회로 넘어온 예산서를 인쇄하면 어른 키로 10배가 넘어 예결 위원 50명과 보좌진 중 그 누구도 (전부를) 읽을 수가 없다”고 했다.

특히 이번 ‘직제안 통합설명자료’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베트남에 주재관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회사무처 내부 규정인 ‘국회국외주재공무원의 선발 및 복무 등에 관한 내규 제8조(직무)’에 따르면 국회 주재관 주요 업무는 △국외 입법자료의 수집 △국회도서관·국회예산정책처 또는 국회입법조사처가 필요로 하는 자료의 수집 및 구입 △의원 외교활동의 지원 및 기타 국회 각 기관의 국외업무 지원 등이다. 국회사무처는 주재관 신설에 대해 “증가하는 대베트남 의회 외교활동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국회사무처의 이번 ‘직제 개정안’에 따르면 신설되는 베트남 주재관에서는 국회사무처 소속 3·4급 공무원 1명이 근무한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국회사무처의 ‘베트남 주재관 신설 소요예산 추계’ 자료에 따르면, 주재관 운영 관련 연간 소요예산은 주재관 행정원 임금, 주택 임차료 등을 합해 연 1억1800만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나와 있다. 주재관이 처음 부임할 때 필요한 소요예산만 부임 정착 지원금, 4인 기준 임시 임차료 등을 합해 2600만원가량이 든다. 두 금액을 합치면 1억3000만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된다.

2019년 국회사무처 국제국 홈페이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회는 미국 3곳(워싱턴DC·뉴욕·LA),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총 10곳에 입법부 주재관을 두고 있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2011년 공개한 국회의 해외주재관 지원예산을 보면, 주재관 지원예산으로는 일용임금, 일반수용비, 공공요금, 특근매식비, 임차료, 업무추진비 등 9개 항목의 예산이 편성됐다. 입법부 해외 주재관이 7곳 있었던 2011년 한 해에만 주재관 지원예산으로 10억여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주재관 직원들은 이외에도 국외해외주재수당, 재외근무수당, 재외공무원가족수당, 재외자녀학비수당, 재외특수지근무수당 등 5가지 항목의 수당을 추가로 받았다. 의회외교 분야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주재관을 신설하면 최소 3~4급 부이사관이나 서기관은 보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비용도 1명 추가가 아니라 운전기사에 인턴 등 현지인 직원 채용, 가족 관련 비용에 아이들 학비까지 합치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며 “국회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인데, 입법부가 가서 하는 일이 없고 고위급 인사가 방문할 때 현지 의전도 대사관이 담당하지 국회 주재관이 담당하는 경우가 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 베트남 간 경제적 교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뿐 민주주의 국가도 아닌 베트남에 행정부도 아닌 입법부가 가서 주재관을 세울 이유가 없다”며 “국회사무처 내부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해외파견 자리를 늘리려는 꼼수”라고 했다.

유인태 “국회 사정 모르면서 쓸데없는 소리”

한국지방재정학회장을 역임했던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국회가 적절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의문을 갖는 상황에서 지금 반드시 사무처 직원들을 증원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국회의원 수가 변하든지 어떤 획기적인 변화가 있은 후에 증원을 할 수는 있어도 큰 변화가 없는 현재 같은 상황에서 사무처 직원 증원을 왜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베트남 주재관 개설과 관련해서도 “국회가 움직여서 어떤 외교 문제가 해결됐다는 얘기를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고, 어떤 실적도 국회사무처가 보여준 적이 없는 걸로 기억한다”며 “굳이 국회가 재외 공관을 설립하고 주재관을 파견해야 하는지를 근본적인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요청이 온 곳이 주로 방호(防護) 쪽인데 (방호 인원들이) 교대도 못 하고 힘들다. 내방객도 많고 절대적으로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의원 정수 확대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유 사무총장은 ‘사무처가 너무 비대해진다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판이 어디서 왔나? 국회 사정 알지도 못하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라. (방호나 법사위) 그 인원들 고생하는 걸 보면서 증원이 타당하다고 봤기 때문에 반영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키워드

#단독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