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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83호]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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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與 지지층 과대 표집? 여론조사를 위한 변명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 sangil4@daum.net

photo 뉴시스
최근에 여론조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여론조사가 과연 정확한가 하는 논쟁을 넘어 여론조작 논란까지 심심찮게 보인다. 정치권은 여론조사를 감독하는 기구, 법이 필요하다며 규제를 얹으려 하고, 매체마다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평가·분석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둘러싼 대표적 논란 중에 문재인 대통령 투표층이 실제 대선 득표율보다 과도하게 표집(샘플링)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득표율을 전체 유권자 비율로 환산하면 31.6%인데 여론조사에서 ‘지난 대선 때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문 대통령에 투표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 이상 나온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여권 지지층만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신문 1면에서 제기한 ‘중앙일보’의 해당 기사 자체에 ‘해명’이 들어 있다. 이런 현상이 문재인 정부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잘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때 역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실제 박 대통령 득표율보다 상당히 높았다는 것이다.
   
   여러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이 문제는 ‘회상기억 질문’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단순히 ‘샤이 보수’ ‘샤이 진보’ 현상으로 해석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여러 정권마다 공통적인 현상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면 ‘당선된 쪽’에 투표했다는 응답이 과도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미국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대통령 선거라는 큰 게임에서 ‘진 쪽’은 세력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유권자들은 승부가 끝난 후 (실제 표는 던졌지만) 진 후보를 지지했다고 말하기 꺼려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그런 심리가 이런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다는 해석이 타당하다.
   
   
   ‘대통령에게 투표’ 응답 항상 과도
   
   반면 집권세력이 크게 공격받고 상처받아서 여론의 지지가 많이 줄어들었을 때 여론조사를 하면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과거 ‘패했던’ 쪽에 대한 재평가와 변화의 기대감이 올라가는 시기에 수행되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그렇지 않았던 시기와 비교해봐도 패턴이 조금씩 다르다. ‘지난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느냐’는 질문 자체가 ‘응답자의 심리적 편안함’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질문인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대해 피해의식이 큰 것 같은 야당에 이런 질문을 건네보고 싶다. 만약 진보-여권 지지층이 과표집된 잘못된 여론조사가 난무하고 있고, 그런 여론조사가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매우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닌가. 5개월 뒤면 총선이 치러지고, 지금 침묵하는 ‘샤이 보수’들 또는 ‘여론조사에 초대받지 못하는 보수층’이 손수 투표권을 행사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공격한다고 지지율이 오르지는 않는다. 왜 여론의 지지가 낮은지, 불과 수년 전까지 집권세력이었던 자신들을 왜 민심이 외면하는지 더 고민하는 게 여론조사를 공격하는 것보다 생산적이다. 정당 지지율 격차가 잠시 좁혀졌다고 여론조사에 대한 의혹부터 제기하는 여당도 별반 차이가 없어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여론조사의 공정성, 정확성에 대한 논란은 비슷한 시기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가 기관마다 판이할 때도 증폭된다. 정례 여론조사 발표의 대표주자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인데 이 두 기관의 조사 결과의 방향이 상이(相異)할 때 특히 논란이 커진다. 한쪽에선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올랐고 다른 곳은 내려갔을 때 누가 맞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더불어 제기되는 것이 조사방법의 적합성을 둘러싼 논쟁이다. ARS는 믿을 만한 방법이냐, 유무선 혼합 비율은 얼마가 적절한가, 질문의 내용이 객관적이었나 등등의 의문이 생긴다. 공교롭게 갤럽은 면접원이 응답자에게 전화를 거는 방법을 쓰고, 리얼미터는 조사 대부분을 자동응답방식(ARS)으로 하다 보니 가장 첨예한 논란을 야기하는 대목이 조사방법을 둘러싼 논쟁이기도 하다.
   
   
   ARS 조사는 진짜 부정확한가
   
   그러나 이 부분도 여론조사의 정확성 제고 문제를 고민해본 사람으로서는 입장이 좀 다를 수 있다. 방법론 자체가 정확성을 담보하거나 배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면접원을 고용해서 조사를 해도 부정확한 조사가 되게 만드는 길은 수십 가지가 있고, ARS로 하더라도 정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할 요소는 충분히 많다. 특히 ARS 논쟁은 어쩌면 잠시 스쳐가는 해프닝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전화상담 업무들이 머신러닝이 탑재된 AI로 대체되고 있는 판에 여론조사라고 해서 그런 기술이 접목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컴퓨터가 무작위 샘플링-콜백(전화 재시도)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 응답자에게 질문하고 음성을 인식하는 방식이 활용된다면 어떨까. 빅데이터의 개인정보 활용 관련법이 개정돼 수많은 SNS, 온라인 데이터를 이용해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이 허용될 때 기존의 여론조사 방식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을 생각해보면 현재의 방법론을 둘러싼 논쟁은 무의미한 것으로 종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돌아와서, 다시 지금의 문제로 시선을 옮겨보자. 조사방법론이 다른 두 정례조사 기관에도 공통된 점이 하나 있다. 외부 고객의 의뢰를 받아서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다를 수 있지만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걸 보면,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모두 정례조사의 진행 시간대가 낮 일과시간대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11월 4~8일에 이뤄진 리얼미터 정기조사는 11~16시, 11월 5~7일에 이뤄진 한국갤럽의 정기조사는 10~18시에 이뤄졌다.
   
   반면 최근 지상파 방송 3사와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 여론조사를 수행한 3개 기관(칸타코리아-SBS, 한국리서치-KBS,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설-MBC)은 2~3일간 조사를 하면서 모두 밤 9~10시까지 했다. 여론조사를 밤 시간대까지 늘려서 진행할 경우 조사원의 급여가 추가되고 내부 직원들이 밤까지 조사를 진행한 후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기 때문에 단위시간당 조사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낮 조사와 밤 조사의 문제
   
   방송사 조사를 진행한 조사기관들이 해당 조사를 하루에 끝내기 버겁거나 낮 시간대에 종료하기 어려워서 이렇게 조사를 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의 재택 시간대가 다양하고, 무선 조사를 하더라도 조사에 편하게 응할 수 있는 시간대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낮 시간에 몰아서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클라이언트가 조사를 의뢰할 경우 대부분 조사기간 중 주말이 ‘반드시’ 1일 이상 포함되도록 일정계획을 요청한다. 동질적이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이 조사에 응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무선번호를 이용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재택 시간대와 조사 응답자의 편향 문제가 많이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이런 조사 설계들은 여전히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기조사를 하는 기관들은 왜 낮 시간대에 조사를 종료할까.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은 비용이다. 정기조사 발표 기관들은 그 자체로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다. 자체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발표해서 누구나 그 결과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함으로써 여론조사의 일상화(?)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언론사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따끈따끈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들을 활용할 수 있고 국민들도 해당 조사기관의 자료를 보고 여론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매주, 매일 조사를 한다면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조사를 일찍 끝냈다고 부정확한 조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응답자의 특성이 고르게 분포할 가능성은 확실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여론조사도 조사 시간대를 길게 늘리고 요일을 섞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좋은 여론조사’를 가려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조사 방법만으로 판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질문지와 조사의 진행, 각 연령층이나 지역별 가중값의 비율 등을 모두 봐야 그나마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해진다. 정기조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여론 흐름을 짚어내는 조사기관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이들 기관들이 다양한 이슈에 대한 여론을 포착해 알리는 역할을 해온 부분은 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사회적 공기(公器)로 작동한다는 점을 무겁게 본다면, 조사의 품질에 대해서도 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여론 속보 경쟁’의 선두주자 자리를 차지했다면 그만한 책임도 함께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조사 설계와 진행에서 비용이 가장 큰 숙제가 될 때 언제든 조사의 품질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
   
   공짜로 여론조사 결과들을 인용, 보도하는 언론의 책임도 커 보인다. 어제와 오늘 사이, 한 주 사이에 대통령 지지율이, 정당 지지율이 2~3% 오르내린 것이 과연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깊이 생각해본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과도한 해석 욕구를 내려놓고, 추이 분석에 주력하면서 여론이 전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읽고자 하는 노력 없이 ‘경마식 보도’에 치중할 때 여론은 실체적 의미를 잃고 정치게임의 승부 포인트 정도로 격하된다. 사전에서 여론(輿論)은 공중(public)의 의견(opinion)이라고 정의된다. 또 ‘사회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인정되는 공통된 의견’으로 풀이된다. 여론이 갖고 있는 힘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정부도 정치도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의 우리 현실은 무거워야 할 공론(公論)이 너무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관련법 개정안이 여론 통제 돼선 안 돼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여론조사회사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라고 한다. 특히 선거철이면 품질 낮은 여론조사가 난무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제대로 된 여론조사 기준과 보도준칙, 조사회사의 요건을 강화하는 건 환영할 일이다. 기왕 법 개정을 하는 김에 여론조사에 소요되는 비용과 노력도 제대로 측정해서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여론조사가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련법 개정이 입맛에 맞지 않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조사기관을 혼내는 방편으로 여론조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면 이는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기관, 보도를 통제하면 유리한 여론을 만들거나 불리한 여론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술수정치로는 진짜 여론의 요구를 제대로 수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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