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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4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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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문 대통령, 교황·김정은 DMZ 회동 요청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알프레드 슈에레브 주한교황청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우리 정부가 알프레드 슈에레브 주한교황청 대사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일본 방문 후 한국에 들러 DMZ(비무장지대)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남을 가져달라고 재차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태국을 방문 중이며, 11월 23일부터 26일까지 일본 방문 일정이 잡혀 있다. 교황이 태국을 방문하고 있는 11월 21일까지 한국 방문에 대한 이렇다 할 언급이 없는 만큼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추진했던 교황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연내 만남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교황의 순방 일정은 보통은 1년 전, 짧게는 2~3개월 전에 확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 정부가 수차례 교황의 방북 의사를 타진해왔고, 한·일 간 거리가 가까운 만큼 교황 의사에 따라 11월 26일 이후 전격적으로 방한이 이뤄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긴 어렵다.
   
   주한교황청 대사관 및 가톨릭계, 외교 고위소식통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정부 당국자는 문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7월 슈에레브 주한교황청 대사를 만나 “교황께서 일본 방문 이후 우리나라 비무장지대에 와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슈에레브 대사가 7월 말 직접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슈에레브 대사는 교황을 만나고 바티칸에서 돌아온 8월 초 이런 사실을 몇몇 가톨릭계 인사 및 외교가(街) 인사들에게 알렸다.
   
   정부가 주한교황청 대사에게 직접 이같은 요청을 한 것은 그만큼 우리 정부 입장이 간절했다는 의미라는 것이 가톨릭계 인사들의 분석이다. 한 가톨릭계 인사는 “교황청 대사는 바티칸에 갈 경우 언제든 교황을 직접 알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주교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슈에레브 대사로부터 직접 이 소식을 들었던 인사들에 따르면 당초 정부 관계자가 대사를 만나서 제안했던 교황의 DMZ 방문 날짜는 두 가지 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10월 22일 일왕 즉위식, 다른 하나는 11월 26일 일본 방문 일정이 모두 끝난 직후다. 다음은 정부가 교황청 측과 DMZ 방문 일정을 논의한 소식을 직접 전해들은 외교 고위소식통과 기자가 나눈 대화의 일부다. 이 소식통은 국내 외교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사 중 하나다.
   
   - 가톨릭계 쪽에서 얘기를 들었는데 문 대통령이 교황청 쪽에다 교황의 일본 방문 이후 우리나라 DMZ에 와달라고 요청을 한 적이 있나? 주한교황청 대사와 당신이 직접 얘기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대사하고 얘기한 적 있다.”
   
   - 11월 23일부터 시작되는 방일 일정이 끝나고 오는 것으로 제안했다고 들었다. “원래 10월 22일 교황이 일왕 즉위식에 오는 방안이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그것에 맞춰서 한국 DMZ에 와서 김정은을 불러내는 방법에 대해서 우리 정부 측 인사와도 이야기했다.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순 없지만, 정부 측에서도 오케이했다. 그런 식으로 교황청과 의견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 결과적으로 교황이 10월 22일에는 오지 않은 것 아닌가. “그렇게 됐다.”
   
   - 정부 관계자가 교황 방문을 제안한 게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 한국천주교주교협의회 의장)를 통해서인가? 아니면 주한교황청 대사와 직접 이야기를 나눈 건가. “(슈에레브) 대사와 이야기했다.”
   
   - 정부 당국자가 누구인가. “말할 수 없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를 집전하기 앞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주간조선 취재 결과 주한교황청 대사에게 교황의 DMZ 방문을 제안해달라고 부탁한 정부 당국자는 청와대 측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주한교황청 대사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이 같은 제안을 직접 전달한 것은 교황청이 “올해 연말 방북 일정이 없다”고 외국 언론에 입장을 밝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해 교황이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연내 방북을 수락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지난 5월 1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교황청으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올 하반기 해외 순방국 명단에 북한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교황청 관계자는 교황의 올 하반기 해외 방문 일정에 북한 등 아시아 국가들이 들어있느냐는 VOA의 질문에 “교황이 방문할 계획인 나라들은 이미 공식 발표된 곳들이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와 있다. 교황청 측은 올 하반기 순방국은 루마니아,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이며, 일본 방문 가능성은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당시 이 매체에 설명했었다. 이 보도 이후 정부는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나 염수정 추기경이 아닌 당국자를 통해 직접 주한교황청 대사를 접촉했고, 대사가 교황과 만나 방북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방북 가능성은 지난해 10월 처음 제기됐다. 당시 한 언론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교황청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대주교는 이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9월) 25~28일 바티칸에서 열린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에 참석했다가,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했다”고 밝혔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교황청의 2인자 격으로 당시 김희중 주교와의 면담은 40~50분가량 이어졌다고 한다.
   
   김 대주교와 파롤린 국무원장과의 만남이 이뤄지고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에서 방북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소식을 전해들은 뒤 “북한으로부터 공식 초청장이 오면 북한을 갈 의향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교황의 면담 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발언, 사실상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었다.
   
   이런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 때문에 정부와 가톨릭계 내부에서는 올해 안에 교황의 방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가톨릭계 내부에서도 “교황의 일본 방문 이후 DMZ에 들러달라”는 청원운동이 일었었다. 이와 관련 가톨릭교계 언론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지난 9월 30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한국 가톨릭 평화운동 단체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DMZ 방문과 특별미사 청원운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1월 23~26일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길에 판문점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하고 남북한 정상을 만나줄 것을 청원했다. 이번 청원에 대해 가톨릭 동북아평화연구소 변진흥 연구위원장(야고보)은 ‘한반도 평화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절실하고 중요한 시점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시 한국에 오시면 동북아 평화를 위한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30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및 미·북 정상회담 이후 경색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 가톨릭계를 적극 활용해왔다. 문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인 데다, 한반도의 대결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해서 교황의 방북만큼 적절한 카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교황을 만나는 등 수차례 교황의 방북을 요청했으나 현실적으로 연내 방문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교황의 DMZ 방문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건 그쪽(교황청 및 주한교황청 대사)에 물어봐야 할 일인 것 같다”며 “일단 같은 기간에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잡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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