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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86호] 2019.12.09

등 돌린 PK 민심이 쏟아낸 말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ylhong@chosun.com

▲ 지난 11월 26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photo 뉴시스
얼마 전부터 선거 때마다 ‘PK목장의 결투’란 표현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서부극 제목에 등장하는 ‘OK목장’과 발음이 비슷한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선거에서 여야(與野)의 치열한 대결을 일컫는 말이다.
   
   PK가 선거 승부처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대선에서 부산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PK+호남’ 구도로 승리하면서부터다. 문재인 대통령도 현 여권의 승리 공식인 ‘호남·PK벨트’ 연합의 수혜자다. 여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를 놓고 여전히 ‘영남 후보 필승론’이 나오는 것도 PK 득표율이 대선 승리에 필수적이란 인식에서 비롯된다. 현재 유권자 분포는 수도권(50%)과 충청권(10%) 등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은 중원(中原) 지역이 60%에 달한다. 여권 기반인 호남권과 야권 기반인 대구·경북(TK)은 각각 10%로 비슷하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여야가 반반으로 갈리고 호남과 TK로 표가 분산될 경우, 유권자 비중이 15%가량인 PK가 승부에 결정타를 날릴 수 있다. 여권에선 “2016년 총선 때 PK에서 질 경우 2017년 대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며 “내년 총선도 PK 승부가 2022년 대선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가늠자일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여권의 ‘기·승·전·PK’ 관심은 문 대통령이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포함해 올해 들어 PK 지역을 공식·비공식으로 17번이나 방문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설 연휴 때 양산 사저를 찾고 울산 수소 경제 관련 행사 등으로 이 지역 방문을 시작했다. 지난 11월 12일에는 부산에서 국무회의도 주재했다. 모친상과 묘역 방문 등을 제외해도 방문 횟수가 14번에 달한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PK를 찾은 셈이다. PK는 문 대통령의 고향이자 19대 국회 때 의원(부산 사상)을 지낸 정치적 기반이다. 정치권에선 잇단 PK 방문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민심 잡기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과거 선거에서도 PK 지역이 전체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2012년 총선에서 부산·울산·경남의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새누리당(52.1%)이 민주통합당(28.2%)을 압도했다. 지역구 의석수도 새누리당(36석)이 야권(민주당 3석, 무소속 1석)에 크게 앞서면서 전국적으로도 총선 승리를 챙겼다. 2012년 대선도 PK에서 박근혜 후보(61.2%)의 득표율이 문재인 후보(38.4%)와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2014년 지방선거도 부산시장, 울산시장, 경남지사 선거에서 새누리당 3명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이 56.1%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의 40.6%를 여유 있게 앞서며 모두 승리했다. 2012~2014년에 치러진 세 차례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전국적으로 승리할 때 PK에서의 선전이 기여한 바가 컸다는 의미다.
   
   하지만 2016년 총선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PK 지역의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새누리당(41.7%)은 절반 미만을 기록하면서, 야권이던 더불어민주당(25.1%)과 국민의당(19.3%)의 합(合)인 44.4%에 뒤졌다. 당시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민주당(123석)이 여당이던 새누리당(122석)을 꺾고 1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PK 의석수 확보가 크게 기여했다. 이전까지는 보수 성향이 강했던 PK에서 새누리당이 27석에 그친 반면 야권이 13석(민주당 8석, 무소속 4석, 정의당 1석)을 차지했다. 2017년 대선도 PK에서 문재인 후보(37.8%)가 홍준표 후보(33.5%)보다 득표율이 높았다. 홍준표 후보 득표율은 2012년 대선의 박근혜 후보에 비해 PK에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자유한국당이 참패한 2018년 지방선거도 부산·울산·경남의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이 53.8%로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40.1%를 크게 앞서며 모두 당선됐다. 4년 전 지방선거와 완전히 정반대 양상이었다.
   
   

   PK, 민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선거 승부를 가르는 요충지인 PK는 수도권과 함께 민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호남과 TK가 여권과 야권에 견고한 지지를 보내는 데 비해 PK 지지율은 변동 폭이 크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한국당에 다소 우세하거나 양당이 비슷하다. 간혹 한국당이 앞선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갤럽 조사의 월평균 수치에 따르면 약 1년 전인 지난해 10월엔 PK에서 민주당(44%)이 한국당(15%)을 크게 앞섰지만, 올해 들어 차이가 급격히 좁혀졌다. 지난 3월엔 한국당(32%)이 민주당(30%)을 앞선 적도 있었고, 10월엔 31%로 동률을 이루면서 혼전 중이다.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의 경우 작년 10월엔 PK 지역에서 ‘잘한다’ 57%, ‘잘못한다’ 33%였지만, 최근인 지난 11월엔 ‘잘한다’ 38%, ‘잘못한다’ 53%로 완전히 역전됐다.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여당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얼마 전 갤럽 조사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PK에선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67%로 TK(71%)에 이어 가장 불만이 높았다. ‘향후 1년 살림살이 전망’을 묻는 질문에서도 ‘좋아질 것’이란 평가가 PK는 14%에 불과해 TK(12%) 다음으로 가계 전망이 부정적이었다.
   
   PK는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의미가 더해진다. 여권으로선 “고향에서도 졌다”는 평가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전국 정당화를 이뤄낼 수 있느냐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도 지난 총선에 이어 내년에도 ‘낙동강 벨트’에서 사활을 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은 “PK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 50% 붕괴는 작년 8월에 처음 나타났고 올해 들어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PK에선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대북 정책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여당의 고전이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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