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광역시장(왼쪽)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photo 뉴시스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왼쪽)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photo 뉴시스

관가에서 부산시장과 울산시장의 지지도 경쟁이 화제다. 지난 3개월간의 여론조사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꼴찌 경쟁’을 펼치고 있어서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17명의 전국 시도지사를 대상으로 지난 9월 실시한 직무수행 평가조사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은 32.8%로 최하위인 17위, 오거돈 부산시장은 34.3%로 바로 위 16위를 차지했다.

지난 10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꼴찌인 17위(33.2%), 송철호 울산시장이 바로 위인 16위(33.5%)로 자리를 바꿨다. 11월에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30.9%로 17위, 송철호 울산시장이 32.1%로 16위를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오거돈 부산시장은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의 뇌물수수건, 송철호 울산시장은 송병기 경제부시장의 청와대 지방선거 개입건과 같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새해에 나올 12월 조사결과 역시 비슷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의 부진한 성적을 두고 관가에서는 시민환경노동단체 출신들의 입김에 따른 공직사회 사기 저하와 좌충우돌식 행정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실제 부산과 울산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지방권력이 교체된 후, 시민환경노동단체 인사들이 요직에 대거 입성했다. 대부분 선거 직후 논공행상을 통해 개방형 공무원 또는 시장이 임명하는 별정직 형태로 들어온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다. 정식 공무원시험을 쳐서 들어온 ‘늘공(항상 공무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해왔다.

울산, 시민환경노동단체 대거 요직

울산시는 시민환경노동단체 출신들이 지난 지방선거 직후부터 대거 요직을 차지했다. 울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차장 출신인 정몽주 울산시 정무특별보좌관, 울산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출신의 김형근 울산시 사회일자리에너지정책특별보좌관, 민주노총 출신 정창윤 울산시 노동정책특별보좌관, 울산 YMCA 출신의 전인석 울산시 대변인 등등이다.

정몽주 울산시 정무특보는 울산 경실련 사무차장으로 있다가 울산 북구청장과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조승수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뛰어든 경우다. 이후 송철호 후보 선거캠프에서 상황실장으로 활동하다가 당선 직후 울산시장 정무특보로 입성했다. 울산 경실련 출신의 한 인사는 “정몽주 특보는 학생 때부터 울산 경실련 산하 ‘환경지기단’에서 활동했다”며 “중간에 건설자재사업을 하면서 송철호 시장이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남구을에서 박맹우 의원(전 울산광역시장)과 붙었을 때도 송철호 캠프에서 활동했다”고 밝혔다.

김형근 울산시 사회일자리에너지정책특보 역시 울산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출신이다. 울산 환경운동연합 자문변호사로 있었던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김형근 울산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을 ‘일자리정책보좌관’으로 임명했고, 일자리정책보좌관은 ‘사회일자리에너지정책특별보좌관’이란 긴 이름의 직책으로 바뀌었다. 김형근 사회일자리에너지정책특보는 과거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란 단체의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울산 울주군의 신고리 5·6호기 원전건설 반대 등에도 목소리를 내왔던 인사다.

정창윤 울산시 노동정책특보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정치국장 출신이다. 송철호 시장 당선 직후 울산의 노사정 기구인 ‘경제사회노동 화백회의’ 정책보좌관으로 발탁됐고, 현재 울산시 노동정책특보로 재직 중이다. 특히 일자리정책특보와 노동정책특보는 송철호 시장 취임 후 공모를 통해 신설된 자리인데, 모두 재야(在野) 인사들이 차지했다. 이 밖에 전인석 울산시 대변인 역시 울산 YMCA 대외홍보간사와 정책기획부장 출신으로, 송철호 시장이 대표변호사로 있었던 ‘법무법인 정우’에서 사무장을 지낸 인사다. 울산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울산에서는 시민환경노동단체 출신들이 울산시에서 하는 환경체험, 생태학습 강사 등으로도 많이 활동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공무원노조와 알력 다툼

시민환경노동단체 출신 인사들의 시정 참여를 마냥 비난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행정 경험이 일천한 시민환경노동단체 출신들이 기존 행정조직과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안정적인 시정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 이후부터 ‘늘공’과 ‘어공’ 사이의 알력다툼으로 실제로 상당한 파열음을 냈었다. 지난 7월 오거돈 부산시장의 최측근인 박태수 전 정책수석보좌관과 석종득 전 사회기획보좌관이 동시에 사퇴한 것이 대표적 예다.

박태수 전 부산시 정책수석은 부산하천살리기 시민연대, 희망연대, 주민자치리더십센터 등 각종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인물로, 오거돈 시장이 노무현 정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발탁됐을 때 장관 정책특보를 맡았다. 이후 오거돈 시장과 함께 선거를 네 차례나 치러낸 최측근이다. 석종득 전 부산시 사회기획보좌관은 부산에서 ‘세상모든소통연구소’라는 조직을 이끌며 선거기획 업무를 해온 인물이다.

특히 박태수 전 정책수석은 취임 직후부터 ‘월권’ 논란을 빚어 부산시 공무원노조가 정무직 공무원의 퇴출을 요구하는 등 적지 않은 마찰을 빚었다. 급기야 지난해 사의를 표하자 오거돈 시장이 이를 반려하며 자택까지 찾아가는 해프닝까지 벌어져 부산 관가에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이들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에는 시민환경노동단체 출신들이 여전히 요직에 남아 있다. 부산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출신의 최수영 부산시 사회통합담당관이 대표적이다. 부경대 생물공학과 출신의 최수영 사회통합담당관은 부산 환경운동연합에서 간사, 사무처장 등을 맡으며 부산 기장군 고리 1호기 ‘탈핵운동’ 등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오거돈 시정 출범 직후 최초로 개방형 공모직으로 사회통합담당관에 임명됐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어쩌다공뭔(공무원)’이라고 적고 있다.

이 밖에 김현정 부산시 원자력안전팀장 역시 부산 국립해양대 동아시아학과 출신으로 부산 YMCA에서 청소년 업무와 탈원전 관련 활동을 했던 이른바 활동가 출신이다. 당시 부산시가 원자력 관련 경력이 사실상 전무한 김씨를 원자력안전팀장으로 신규 채용하자 야당인 자유한국당 측에서 특혜채용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부산시 원자력안전과의 한 전직 공무원은 “18년 동안 원자력 업무를 하면서 탈핵운동을 한 사람들을 잘 아는데 현 팀장은 처음 듣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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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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