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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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자유한국당’(가칭) 이름을 사실상 불허하면서 자유한국당에는 또 다른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연말,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유한국당은 기존 한국당과 유사한 이름의 ‘비례자유한국당’이란 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 비례제’의 허점을 역이용한다는 총선 전략을 세운 바 있다.

현역 의원 20~30명가량을 비례자유한국당으로 통째로 옮겨 제3당을 만든 뒤, 투표용지에서 기호 2번 자유한국당 바로 아래(3번) 위치하게 해 유권자의 선택을 유도한다는 기발한 구상이었다.

하지만 100일도 채 안 남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가 비례자유한국당 당명 사용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전체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당 내에서 비례자유한국당 창당 실무를 담당하는 원영섭 조직부총장은 지난 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기자와 만나 “선관위가 과거 민주당이란 이름이 있는데도 ‘더불어민주당’이란 이름을 허용한 전례에 비추어보면 논리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 가운데는 ‘우리공화당’과 ‘공화당’, ‘민중당’과 ‘민중민주당’과 같이 엇비슷한 이름의 정당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위성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유권자의 의사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현역 변호사인 원영섭 조직부총장의 말이다. 이에 한국당 측은 선관위를 상대로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 등을 검토함과 동시에, ‘비례자유한국당’ 당명 사용이 무산될 경우를 위해 준비해온 ‘대체당명’ 등 ‘플랜B’도 가동할 예정이다. 원 부총장은 “새 당명에 관해서는 굉장히 많은 분들이 아이디어를 주고 있다”며 “당명이 없어서 창당을 못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원영섭 부총장은 당내에서 대표적 ‘친황(親黃)계’로 분류된다. 황교안 체제 출범 직후인 지난해 4월, 21대 총선 공천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조직부총장으로 발탁되면서다. ‘막장 공천’으로 회자되는 2016년 20대 총선 때, 박종희 당시 제2사무부총장(전 의원)이 맡았던 역할이다. ‘친박(親朴)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8선·현 무소속)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종희 전 의원 역시 20대 총선 당시 원외에 있으면서 공천 실무를 도맡았다.

“비대위 체제 전환은 명분 없어”

사실상 정치권에서 무명이었던 원 부총장이 21대 총선 ‘공천 실무’를 담당하면서 “원영섭이 누구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조직부총장으로 발탁되면서 황교안 대표와 알게 된 사이로, 그전까지 전혀 모르는 분이었다”며 “한선교 전 사무총장(4선)이 추천했다고 들었는데, 사실 한선교 의원은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조직부총장에 발탁된 이유는 나도 미스터리로 총선이 끝나면 물어보려고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황교안호(號)의 신데렐라’라고 불리는 그에 따르면, 황교안 대표는 기존 ‘여의도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형의 인물이다. 황교안 대표와 가장 많이 접하는 한국당 당직자 중 한 명인 그에 따르면, 황 대표는 ‘빙산형 리더십’의 소유자다. 기존 정치인들이 침소봉대식 언론플레이에 능했다면, 황교안 대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실제 업무수행을 더욱 중시하는 스타일이란 것이 그의 말이다.

원 부총장은 최근 당 내외에서 비상대책위 체제 전환 등을 거론하면서 황교안 체제를 흔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지금 비대위를 이야기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황교안 대표는 당이 어려워서 모셔온 사람이지 당을 힘들게 만든 당사자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황교안 대표를 비난하는 사람들 중에는 당이 잘나갈 때 누리다가 힘들어질 때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황교안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 등 당내 중진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였다.

최근 활발하게 인재영입 소식을 발표하고 있는 민주당에 비해 ‘인재영입’ 등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 그는 “당이 준비한 인물들은 많고 곧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그동안 패스트트랙 이슈 등에 묻혀서 공개할 시점이 없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4월 총선의 성패가 걸린 보수진영 통합에 대해서는 “이양수 의원(혁신통합추진위 한국당 전권 대표)이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황교안 대표도 강한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PK 중진 김영춘 잡을 것”

1978년생으로 40대에 속하는 원영섭 부총장은 한국당 내 ‘젊은 피’로도 꼽힌다. 부산 가야고등학교와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온 그는 지난해 12월 부산의 부산진구갑(甲)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4월 총선에 직접 도전장도 던진 상태다.

부산진구갑은 부산의 중심인 서면로터리 일대를 아우르는 지역구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민주당 PK지역의 핵심 중진의원인 김영춘 의원(3선)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 의원은 민주당 PK지역 선대본부장 역할이 유력하다. 김영춘 의원은 4월 총선을 발판으로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4년 전인 2016년 20대 총선 때, 모교(서울대)가 있는 서울 관악구갑에 도전한 경력이 정치이력의 전부인 ‘정치초년생’인 그의 입장에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은 셈이다. 이에 그는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이 맡기를 꺼리는 중앙당직(조직부총장)과 병행해 최근 지역구에 머물 집을 얻어두고, 주말을 이용해 부산을 찾는다고 했다. 원영섭 부총장은 “모든 정치인은 고향에서 정치를 해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며 “두 배 세 배로 열심히 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느냐”라고 말했다.

원 부총장은 “부산진구는 부산의 중심인데, 전체적인 경기가 너무나 안 좋다”며 “부산의 핵심 상권인 서면로터리 일대에도 ‘임대’ 표시가 많이 붙어 있다”고 말했다. 전체 부산 상권이 어려워진 까닭은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 탓이란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기업 자유나 경제활동을 옥죄는 법규, 법령 등 각종 규제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며 “지역구에 있는 전통시장인 당감새시장을 찾아도 상인 10명 중 9명은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역 민심”이라고 전했다.

건축학도 출신 변호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그는 ‘건축전문변호사’로서 경력을 활용해 지역 현안 중 하나인 재개발, 재건축 관련 입법활동을 지원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원영섭 부총장은 “김영춘 의원이 만만치 않은 후보라서 반드시 잡아야 하고 누군가는 도전을 해야 한다”며 “한국당의 젊은 세대가 민주당의 586세대(김영춘)와 대결해서 이기는 것이 전체적으로 봐도 PK지역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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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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