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통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통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 못 한다. 이미 문 대통령 지지율은 긍정보다 부정이 높다. 여당 심판론이 더 먹힌다. 문제는 보수가 분열돼 있다는 점인데 보수가 통합돼 여야 1 대 1 구도만 되면 이번 총선은 보수가 이긴다.”

이 발언에서 방점은 ‘보수가 통합돼 여야 1 대 1 구도만 되면 이번 총선은 보수가 이긴다’에 찍혀 있다.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몇몇 정치권 인사들에 물어봤다. 대부분 ‘원론적 차원에서는 맞지만, 뒤집어 보면 1 대 1이 안됐을 때 보수는 무조건 진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1 대 1 구도라도 보수가 어떤 1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열심히 통합 작업을 해서 나온 결과물이 과거 새누리당이나 한나라당이라면 결국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즉 단순한 기계적 통합으로는 이번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문제는 수적으로도 1을 만드는 작업에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주요 세력 간 동상이몽

자유한국당(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을 비롯한 다양한 보수 진영이 참여하고 있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의 창당 로드맵에 따르면 2월 초순에 통합신당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한 뒤 2월 중순에는 통합신당을 출범시킨다는 것이 혁통위가 최근 확정한 통합신당 창당 구상이다. 그러나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세력의 ‘동상이몽’이 계속되는 데다, 보수진영 내부의 해묵은 논쟁들이 다시 발목을 잡고 있어 창당 시간표가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보수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이번 총선도 총선이지만 다가오는 대선에서 어떻게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인지에 대한 욕심까지 얽히고설켜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져 가고 있다.

현재 혁통위 등이 그리고 있는 보수통합의 기본 로드맵은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당 대 당 통합을 한 후 미래를향한전진4.0, 우리공화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신당 등을 합치는 것이다. 여기에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까지 영입해 ‘화룡점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과 새보수당 간 통합작업부터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기본적으로 친박계가 당권을 잡고 있는 한국당에서는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에 대한 앙금이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재 새보수당은 당 대 당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우리공화당 등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 불가를 내세우고 있는데, 한국당에서는 여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통위 8차 회의에서 이런 불협화음이 그대로 노출됐다. 한국당 몫으로 참여한 김상훈 의원은 “다양한 색의 보수가 있는데 안타깝고 불편한 것은 각자 색이 다른 보수끼리 서로가 인정을 안 한다는 것”이라며 “자유우파 대통합에서 저 사람이 들어오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은 또 다른 분열의 길을 가려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태극기 세력을 대변하고 있는 정경모 국민의소리 창당준비위 부위원장은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한국당 공천심사위원을 (누구로 할 것인지) 광화문광장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의 선임이 보수우파 통합의 길로 나가는 데 장애가 돼선 정말 안 되겠다”고 비판했다.

새보수당이 한국당과의 당 대 당 통합보다는 선거연대 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도 통합에 애를 먹고 있는 요인이다. 유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과 당이 합치는 합당만이 이기는 전략이냐를 보수 전체로 볼 때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통합을 넓게 보면 선거연대, 후보단일화도 당연한 옵션으로 들어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당 내에선 그를 제외하고 통합 의지가 강한 새보수당 출신 일부 의원들만 흡수해 통합하는 시나리오까지 언급된다. 유 의원을 제외한 새보수당 의원들을 흡수할 경우, 우리공화당이나 김문수 신당 등과의 통합은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기계적 1 대 1 구도를 만들려다 과거 새누리당으로 회귀한다는 바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반대로 유승민 의원까지 끌어안을 경우 다른 보수세력과의 통합은 요원해질 수 있다.

도로 새누리당?

보수통합이 과거 새누리당으로 회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를 비롯한 새로운 인물들이 가세해야 한다. 하지만 안 전 대표 입장에서 자신이 불쏘시개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합류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안 전 대표가 여기에 합류할 명분은 ‘반문연대를 이끌고 보수세력의 총선 승리를 견인할 경우 대선주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 대표나 유 의원 등 대권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지금의 보수 정당 구도상 당내 우군이 전혀 없는 안 전 대표가 여기에 합류할 것으로 보는 정치권 인사들은 많지 않다.

혁통위 박형준 위원장도 이런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최근 그가 옛 안철수계 인사로 분류되는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김영환 전 국민의당 사무총장에 대한 영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혁통위에 중도 색채를 더하면서, 통합 논의에 선을 긋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 측의 합류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읽힌다. 문제는 이들의 합류가 전혀 신선함을 더해주지 못하는 데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문병호 전 위원이나 김 전 총장의 합류가 기존 보수 정당이 수구 이미지를 벗는 데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보수통합이 예정대로 되어가지 않으면서 혁통위 내부에선 ‘한국당 지붕 아래로 통합세력이 모두 들어온 뒤 당명을 바꿔 재창당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사실상 한국당에 흡수 통합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혁통위 내 다른 주체들이 이러한 구상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설사 극적으로 통합이 이뤄진다고 해도 통합세력 간 지분 문제를 어떻게 조율할지도 극복해야 할 난관이다.

통합의 대상으로 꼽히는 태극기 부대도 분열을 거듭하면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공화당은 조원진·홍문종 두 공동대표 간 내홍으로 사분오열하고 있다. 또한 우리공화당은 한국당과의 통합이 아닌 연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 김문수 전 지사는 “유승민당과 통합하려고 한국당을 해체하고 태극기를 버리고, 좌클릭 신당을 창당하는 데 반대한다”며 신당창당을 선언, 통합에 또 다른 목소리가 더해졌다.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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