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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4호] 2020.02.10

‘3명 중 1명’ 부동층 급증… 중도전쟁 치열해졌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ylhong@chosun.com

▲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70일 앞둔 지난 2월 4일 오전 경기 안양시 평촌동 학원 밀집지역에서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와 안양시 동안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선거권 연령 18세 하향조정’ 관련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photo 뉴시스
“선거는 부동층(swing vote)이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어느 선거나 최종 변수는 부동층의 선택이란 것이다. 여야 어느 쪽에도 마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부동층, 즉 중도 성향 유권자가 선거 막판에 어디로 쏠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박빙의 혈투가 벌어질 경우엔 부동층의 존재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총 246개 선거구의 20%인 49곳에서 1~2위 득표율 차이가 5%포인트 미만으로 승부가 갈렸다. 이 49곳 중 32곳이 선거 때마다 여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수도권이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총 252개 선거구의 27%인 68곳에서 5%포인트 미만 득표 차로 당락이 갈렸다. 19대 총선보다 초접전 선거구가 더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부동층의 표심(票心)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올해 총선도 부동층의 향배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5주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는 부동층, 즉 무당(無黨)층이 33%로 현 정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권자 3명 중 1명이 무당층이란 얘기다. 줄곧 20~25%에서 머물던 무당층은 설 명절 직전 27%로 늘어났고 연휴 직후 증가세가 더 확연해졌다. 부동층의 증가는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39%에서 34%로 크게 하락한 것과 무관치 않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과 관련해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적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22→21%) 지지율도 늘지 않았다. 여당 지지층이 무당층으로 이동한 이후 야당으로 유입되지 않고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은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여당 이탈표를 흡수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4월 총선에서는 무당층으로 이탈한 여당 지지층이 다시 여당 쪽으로 유턴할지 아니면 야당 쪽으로 이동할지 여부가 승부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당층은 갤럽 조사에서 연령별로 20대가 가장 높았다. 20대 중 무당층은 53%로 30대(30%), 40대(28%), 50대(24%), 60대 이상(33%)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에 따라 이미 각 당은 20대 부동층 잡기가 치열해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선거부터 만 18세로 투표권이 확대되면서 10대 유권자가 50만명가량 증가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으면서 청년층 상당수의 민심이 여권에서 돌아섰기 때문에 청년 표심의 향방이 더 중요해졌다.
   
   

   무당층 이념 성향은 중도
   
   민주당은 총선 공약 3호로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모병제와 청년 신도시 등도 공약으로 추진 중이다. 한국당은 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 청년 20명으로 구성된 ‘사회통합 청년정책연구소’를 설립했고, 총선 공천 심사에서 청년에게 가산점을 부여키로 했다. 정의당도 만 20세 청년들에게 3000만원을 국가에서 지급하는 청년기초자산제 등을 내걸었다. 전문가들은 부동층을 잡기 위해선 지지 정당이 뚜렷한 유권자들에 비해 공약과 정책 개발이 중요하다고 한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무당층은 합리적이고 세련된 유권자”라며 “각 정당에 대한 선입관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양당 지지층보다 객관적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믿는 ‘확증 편향’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각 당의 공약과 정책 등 많은 정보를 살펴보면서 자신의 이익과 부합하는 쪽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진보 또는 보수 정당에 대한 선호가 약한 무당층은 이념 성향도 중도에 가깝다. 무당층과 중도 유권자는 상당 정도 중첩한다는 얘기다. 현재 유권자의 3명 중 1명에 달하는 무당층도 3년 전 탄핵 정국에서 전(前)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와, 현 정부 초기엔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실망감으로 등을 돌린 유권자가 섞여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무당층에는 잠재적인 야당 지지층이 여당 지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숨어 있다”고 분석한다. ‘샤이 야당층’, 즉 야당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응답을 하지 않아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지 정당을 물어보면 명쾌하게 속마음을 밝히지 않는 무당층 중엔 야당 성향 유권자가 많다는 것이다. 또 정권 초기에 비해 정부와 여당에 갈수록 실망감이 커진 유권자들이 곧장 야당 지지로 돌아서는 게 아니라, 무당층을 거쳤다가 점차 야당 지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5주 갤럽 조사에서 무당층은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가 58%로 ‘잘하고 있다’(23%)에 비해 갑절 이상 높았다. 이들의 대통령 지지율(23%)은 전체 평균(41%)보다 훨씬 낮다는 조사 결과다. 1월 2주 조사에선 총선 결과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 무당층 중 40%는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고 답한 반면,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정부 지원론’에 대한 무당층의 공감 역시 전체 유권자 평균(49%)에 비해 훨씬 낮았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무당층은 비판적이었다. 지난 1월 말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전체 유권자 평균은 긍정(45%)과 부정(48%) 의견이 비슷했다. 하지만 무당층에선 부정(52%)이 긍정(30%)에 비해 20%포인트 이상이나 높았다. 과거 선거에서도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던 무당층이 개표함 뚜껑을 열어보면 야당 쪽으로 쏠렸던 적이 많았다. 2016년 20대 총선 직전인 4월 초 갤럽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39%, 민주당 21%, 무당층 21% 등이었지만, 선거 결과 각 당 지역구 후보의 득표율 평균은 새누리당 38%, 민주당 37%였다. 무당층 대다수의 최종 선택은 야당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는 4월 총선에서 무당층이 지난번처럼 야당을 대거 선택할지는 속단하기 힘들다. 지난해 10월 갤럽의 정당 호감도 조사에서 무당층은 민주당 호감도가 15%, 한국당 호감도는 12%로 양당 모두 매우 저조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선 ‘총선에 매우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 유권자 평균은 50%였지만, 무당층은 절반에 불과한 25%에 그쳤다. 무당층의 정치 불신과 선거 무관심이 투표 불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중도 무당층이 야당과의 거리가 비교적 가깝다고 해도 야당이 구체적 대안이나 집권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했다. 장호원 칸타코리아 부장은 “부동층은 정부·여당에 심판 의사가 있더라도 야당이 무능함을 보이면 뒷짐을 지고 행동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야권 통합 여부와 전열 정비, 비전 제시 등이 표심에 크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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