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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4호]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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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수사권 조정’ 반겨놓고 ‘자치경찰제’는 싫다?

▲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계없음. photo 뉴시스
검경수사권 조정의 후속 조치 중 하나로 꼽히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놓고 경찰 내부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는 하나같이 환영하는 목소리지만 정작 경찰 개혁안에 해당하는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해서는 반기는 목소리가 많지 않다. 자치경찰은 현 국가경찰의 일부 사무를 이관받아 지역의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 보호, 교통 관리 등 주민밀착형 치안 유지와 수사에 주력하는 조직을 말한다. 이들 관리·운영은 경찰권을 부여받은 각 지자체가 책임진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 등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권한이 비대해질 것을 우려해 자치경찰을 통해 경찰 권력의 중앙집중화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지난 1월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자치경찰제 도입에도 속도가 붙고 있는데, 경찰 내부에선 자치경찰의 권한과 근로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이를 반기는 이들이 적다고 한다.
   
   서울 지역에서 30여년간 근무해온 한 경찰관은 이런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존 국가경찰로 남으려고들 한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를 자치경찰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거다. 지자체 소속으로 넘어가 굴러온 돌처럼 잡다한 일만 하고 싶진 않지 않은가.”
   
   이 경찰관 말에 따르면 요즘 일선서 경찰들은 자치경찰로 차출되지 않기 위해 수사부서 희망자만 늘고 있다고 한다. 자치경찰 희망자가 부족할 경우 비수사 부서 인력을 동원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여기에는 검경수사권 조정안 시행으로 국가경찰 수사권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
   
   
   수사경과 시험에만 몰려
   
   정부는 검경수사권 조정안 시행으로 2017년부터 자치경찰제 도입을 함께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는 2018년 11월 자치경찰제 도입 초안을 마련했고 2019년 2월 당정청 협의를 통해 이를 확정했다. 지난 1월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정부와 여당은 자치경찰제 도입을 골자로 한 경찰법 전부개정안 처리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정부는 서울과 제주, 세종 등 일부 지역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한 이후 2022년까지 자치경찰제를 전국에 안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경찰청은 자치경찰추진본부를 조직하고, 전체 국가경찰 인원의 36%가량인 4만3000여명을 자치경찰로 단계적으로 넘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 희망 직원만을 자치경찰로 넘기겠다는 것이 경찰청 방침이다. 향후엔 다시 국가경찰로 넘어올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자치경찰 희망자가 적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결국 ‘일반경과’ 경찰들을 자치경찰로 차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서 일반경과는 경찰공무원의 총 4가지 경과(일반·수사·보안·특수경과) 중 생활안전, 교통, 경비, 기획, 경무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경과를 말한다. 지구대, 파출소 직원들도 일반경과에 속하는데 정부의 자치경찰제 도입안은 ‘지구대, 파출소는 사무 배분에 따라 대부분 자치경찰로 이관한다’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2006년부터 자치경찰제를 운영해온 제주도는 이미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은 바 있다. 제주도는 전국 국가경찰을 대상으로 제주도 자치경찰 근무 희망자를 모집한 바 있고 이와 동시에 일반인 대상 공개채용도 했다. 이를 통해 151명으로 구성된 자치경찰을 조직·운영해왔다. 그러다 2018년 자치경찰제 확대를 위해 제주지방경찰청 소속 지구대, 파출소 국가경찰관 소속 260명의 인력을 파견받은 상황이다.
   
   일반경과가 자치경찰로 차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인지 최근 경찰 내부에선 일반경과에서 수사경과로 전과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범죄수사 직무를 수행하는 수사경과의 경우 자치경찰로 차출될 가능성이 적을 거란 이유에서다. 수사경과로 전과하기 위해선 1년에 한 번 있는 ‘수사경과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이 시험 응시자 수는 문 정부가 들어선 2017년을 기점으로 대폭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과 2016년 1.4 대 1, 1.7 대 1을 기록했던 경쟁률은 2017년 4.3 대 1로 크게 뛰고 2018년 3.4 대 1, 2019년 2.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일했던 한 경찰관은 “검경수사권 조정 영향도 있는 듯하다. 수사 인력을 보강해야 하니 수사경과에 적지 않은 보직이 생길 거란 기대감이 함께 작용하는 거다. 수사부에 있는 사람은 그대로 남으려 하고 그 외 부서에 있는 사람들은 대거 옮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는 건 자치경찰 근무로의 전환이다. 소속, 업무가 바뀌길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역할 모호·처우 악화 등 우려
   
   경찰공무원들이 자치경찰 근무를 반기지 않는 건 모호한 자치경찰 역할에서 오는 거부감 때문이다. 정부 구상안에 따르면 자치경찰은 민생치안과 밀접한 사안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으며 중대성·광역성·연쇄성 등을 띤 사안은 국가경찰에 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관할 사무를 분류하는 기준이 모호하다. 가령 하나의 폭력 사건을 두고 사소한지 중대한지, 민생치안형 사안인지 광역 사안인지 어떻게 판단하나.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거다. 사소한 혐의가 성폭력이나 사기 등 중대 혐의로 번질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청 소속 경찰관은 “정부 구상안을 따른다 치면 112 신고를 받고 나갔다가 사안이 중대하면 국가경찰을 부르고 올 때까지 용의자와 함께 기다리란 이야기다. 얼마나 웃긴 일인가. 일도 번거로워진다. 현장에선 긴급체포 등의 경찰권을 발동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를 고려치 않았다”라고 말했다. 결국 행정력 낭비라는 말인데, 그 과정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은 대등이 아닌 상하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협조가 원활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지난해 9월 경찰청이 제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2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협조 원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4%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긍정으로 평가한 비율은 31%, 보통은 25%에 그쳤다.
   
   경찰들이 자치경찰로 넘어가기를 꺼려 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처우 문제다. 정부는 자치경찰제 도입 후 각 지자체에 국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자치경찰 설치·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결국 지자체가 수립, 집행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자치경찰 복지후생 지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지방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이미 수당 현실화, 근로시간 단축 요구가 근무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상황인데 누가 가고 싶겠나. 최근 소방직들의 국가직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선배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그냥 국가경찰에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시도 광역자치단체와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엔 각각 자치경찰본부, 자치경찰대가 신설된다. 시도지사는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 임명권을 갖는데, 이에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경찰들은 “시도지사, 더 나아가선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생기지 않겠냐”고 입을 모은다. 인사권 전횡 등으로 경찰행정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정치적 중립성 확보, 지자체장의 권한남용 방지를 위해 ‘시도경찰위원회’를 조직할 방침이지만 여기에 소속된 위원 5명 중 1명은 시도지사가 지명한다. 이밖에 시도의회는 2명, 대법원이 1명, 국가경찰위원회가 1명을 추천한다. 위원회 또한 지자체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정청이 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해 협의하는 모습. photo 뉴시스

   “문제 많아도 따를 수밖에”
   
   지난해 말 자유한국당 김영우 국회의원실이 실시한 설문조사는 경찰관들의 반감이 단지 소수의 의견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설문에 참여한 경찰청과 전국 16개 지방경찰청 및 경찰서, 지구대 등에서 근무하는 현직 경찰관 8625명 중 86.8%는 자치경찰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응답자의 35.8%가 ‘광역적인 치안 상황에 대한 대응 어려움’을 꼽았고, 31.6%가 ‘지방 토호 세력과의 유착 가능성’을 들었다. 20.4%는 ‘지방 간 재정 수준에 따른 격차 발생’을 이유로 뽑았다.
   
   자치경찰 전환 의사를 묻는 질문엔 87.0%가 전환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32.7%가 ‘지방공무원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악화되는 처우’, 28.2%가 ‘대민 업무량 증가’, 19.4%가 ‘무늬만 경찰이란 인식 때문’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 기동대 직원은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닌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밖에서 시민들과 뒤엉키며 주당 평균 77.5시간 동안 일하다 보면 자치경찰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신경 쓰기도 어렵고 상부에 이 문제에 대해 의견 개진할 여유도 없다”고 푸념했다.
   
   경찰청 측은 일단 희망하는 국가경찰을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세부 사안은 각 지자체 등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원이 부족할 경우엔 과거 제주 자치경찰제 도입 사례를 참고해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으로 희망자를 모집하거나 신규채용 등을 실시하려 한다. 일단 의무차출은 없다는 것이 우리 원칙이다. 다만 자치경찰은 중앙정부, 지자체와의 상호협력으로 구성되는 조직이기에 세부적으로 더 논의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의 자치경찰제
   日은 국민 치안 전담 … 美는 자치경찰만 운영
   
   해외 일부 국가는 이미 자치경찰제 운영으로 치안서비스를 높이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구상하는 자치경찰제와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국내 자치경찰제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이 차이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 경찰의 경우 외형적으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돼 있지만 내부적으론 모두 경찰청의 지휘·감독을 받는 통합형 구조다. 국가경찰은 주로 경찰 제도에 관한 기획사무, 인프라 정비, 경찰행정 조정 사무를 책임진다. 자치경찰은 개인의 생명과 재산 보호, 범죄 진압, 수사 등 국민 치안에 직접 관여되는 일을 수행한다. 두 조직이 사무처리 과정에서 충돌할 여지를 줄인 것이다. 자치경찰의 경우 대부분 현지에서 채용된 지방공무원이어서 지역 이해도가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미국은 국가경찰 개념이 없고 자치경찰만 존재한다. 자치경찰은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조직되며 국가의 관여가 최소화된 형태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때문에 지역에 따라 경찰 규모와 조직이 천차만별이다. 이들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치안서비스를 파악하고, 그 방범 방식 등을 달리한다.
   
   영국은 2000년 런던수도경찰이 자치경찰로 전환된 이후 전국에 45개의 지방경찰청을 설치해 광역단위의 자치경찰제를 운영 중이다. 주민들은 자치경찰제를 운영할 지역치안위원장을 직접 선출하고, 그 위원장이 전·현직 경찰 중 한 명을 지방경찰청장으로 임명한다. 지자체 파견 인사들로 구성된 지역치안평의회는 지역치안위원장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만을 수행할 뿐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며 지역민들 요구를 자치경찰 운영에 반영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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