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대학교 대학본부 전경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여주대학교 대학본부 전경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주간조선의 첫 보도(2019년 12월 2일자 커버스토리 ‘대통령 은사가 총장인 한 사립대 비자금 수사’)로 외부에 알려진 여주대학교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수사팀은 지난 2월 12일 언론에 “여주대 전 총장과 전 부총장까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비자금 사용처 등에 대한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이제 후원금 명목으로 정치자금이 흘러들어간 경위 등에 대한 수사만 남겨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여주대학교 재단 관계자들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로비하고, 일부 금액을 횡령한 내역이 담긴 장부를 입수해 지난 2년간 수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들을 봤을 때 경찰 수사의 진척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여당 의원 및 보좌진들 이름이 장부에 다수 등장하고 있어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또한 경찰이 수사를 계속하고 있던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은사인 고기채씨가 여주대 신임총장으로 부임하면서 수사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학교 내부에 파다했다.

빼돌린 교비만 5억8000여만원

경찰 수사가 진척된 것은 공교롭게도 주간조선이 비자금 조성 내역이 담긴 장부를 입수해 이를 보도한 이후부터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비자금 장부엔 국회 교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과 유기홍 전 의원, 전·현직 보좌관, 언론사 기자 등의 이름이 다수 거론됐다. 국회 보좌관들의 경우 여주대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수차례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주간조선의 확인 취재 이후 경찰은 행정지원처장 A씨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당시 경찰 측은 “비자금 조성 과정 등에 정부 기관이 얽혀 있는 등 사안의 사이즈가 워낙 크고 관련 의혹이 많다 보니 수사가 늦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일 기사가 보도되고 나선 “기사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탄탄히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결국 경찰은 여주대 교수 등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실시, 지난 2월 12일 여주대 전 총장과 전 부총장을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추가 송치했다. 이들이 A씨와 함께 학교 공사를 도맡을 건설업체와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의계약을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뒷돈을 챙겼다고 본 것이다. 공사비 등을 부풀린 정황도 확인했는데, 여기서 이들이 빼돌린 교비만 약 5억80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금액은 공무원 등에게 뇌물로 전달된 것으로 확인하고 해당 공무원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 공무원은 여주대의 시설변경 관련 인허가 과정에서 여주대 측에 특혜를 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샀다. 지난해 주간조선이 접촉한 전직 여주대 관계자는 “학교 측은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만 한 것이 아니다. 공사하는 척하고 돈을 빼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의 공사는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관련 서류엔 땅을 갈아 엎은 사진만이 첨부돼 올라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권에 대한 수사다. 경찰은 자신들이 입수한 여주대 장부가 신빙성이 높다는 사실을 수사를 통해 확인한 만큼 장부에 담긴 정치권 로비 의혹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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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이성진·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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