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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5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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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문 대통령, 시진핑 방한에 왜 목매나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한 후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위안스카이(袁世凱·1859~1916)는 1885년부터 1894년까지 조선을 옥죄고 간섭해온 청나라의 ‘감국(監國)대신’(사실상의 조선 총독)이었다. 청나라와 조선은 명목상 종주국과 번국의 관계였지만 양국의 역사에서 청나라의 관리가 조선에 주재하며 식민지의 총독 행세를 한 것은 위안스카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는 조선이 청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조선의 내정과 외교에 사사건건 개입했다. 당시 청나라는 조선을 경제적으로 종속시키기 위해 각국과의 차관 교섭을 막는가 하면 외교관 파견을 봉쇄하는 등 실질적으로 속국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는 안하무인에다 무도한 행태까지 보였다. 궁중에 입궐할 때 다른 나라 외교관들은 궐문 밖에서 가마에서 내려 걸어갔으나 그는 가마를 탄 채 들어갔다. 그는 고종을 알현할 때도 다른 외교관과 달리 기립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고종에게 “조·청(朝淸) 양국은 존망을 같이하는 바 조선이 러시아의 침략을 받으면 청이 전력을 다해 구호할 것”이라는 상소도 올린 적이 있다. 이처럼 조선이 자주적 근대화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외세에 예속되는 길을 걷게 만든 장본인이 위안스카이였다.
   
   
   싱하이밍은 ‘제2의 위안스카이’인가
   
   중국 정부가 ‘제2의 위안스카이’를 주한 대사로 파견했다. 한국에 부임한 싱하이밍(邢海明) 중국대사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면서 만면에 미소까지 보였지만 위안스카이 같은 행태를 보였다. 싱 대사는 신임장을 제정하지도 않았는데 지난 2월 4일 중국대사관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우한폐렴) 때문에 후베이성 체류·방문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신임장 제정은 파견국의 국가원수가 새로운 대사에게 수여한 신임장을 주재국 정상에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신임장은 파견국의 원수를 대신해서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가진 인물임을 보증하는 문서다. 보통 신임 대사가 부임할 때는 신임장 사본을 외교부 의전장에게 제출하고, 이후 여러 국가 대사들의 신임장을 한꺼번에 모아 대통령이 주관하는 제정식을 거쳐 대사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관례다. 싱 대사보다 두 달 일찍 한국에 입국한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일본대사는 “신임장 제정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제해왔다. 주재국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싱 대사가 문 대통령에게 신임장도 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오만하고 무례한 행동이다.
   
   싱 대사의 기자회견 내용도 문제다. 싱 대사는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면서 “여행과 교역을 불필요하게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따르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싱 대사는 ‘입국제한 확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중국과 한국은 운명공동체로 서로 이해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가하지 않겠다’는 외교 언어로 ‘달갑지 않다’ ‘불쾌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특히 싱 대사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방중과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 장더장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방한을 거론하며 “한·중은 서로가 어려울 때 지지해온 완전하고, 믿을 수 있는 이웃”이라고 주장했다.
   
   역지사지는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어려운 처지에 빠진 중국을 도와달라는 호소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등에서 보여온 중국의 행태와 국익이 최우선인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압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추가적 또는 전면적인 이동과 교역 제한 조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싱 대사의 발언과는 달리 메르스 사태 당시 중국은 러시아·대만 등과 함께 사실상 여행제한 조치를 취한 7개국 중 하나였다. 광저우시·쓰촨성·산둥성 등 지방정부가 한국 방문 자제를 권고했었다. 당시 중국인 관광객 수만 명이 한국 여행을 취소했고, 중국은 한류 콘서트를 준비하던 우리나라 관계자의 입국도 불허했다. 중국은 한·중 언론인 교류도 무기한 연기했다. 당시 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는 186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무려 4만여명이나 된다. WHO는 메르스 사태 때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지도 않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여행중단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 베이징시가 모든 지하철 이용자의 체온을 측정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나서고 있다. photo 베이징일보

   사드 한한령을 잊었나
   
   중국 정부는 2016년 한국 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자위적 목적으로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관광 취소, 한국 기업 불매운동,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복 조치를 가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역지사지한 적이 없다. 한국 정부로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 서울이 불바다가 될 수 있는 등 생존의 위협 때문에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정부는 사드가 자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보복을 단행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중국 정부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등 이른바 ‘3불(不)’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보복 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싱 대사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전세기를 급파해 우한 교민을 철수시킨 데 대해 “만약 중국 정부의 큰 도움이 없었다면 한국 국민이 그렇게 빨리 돌아올 수 있었겠나”라며 “중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은데도 한국의 바람을 존중하고 한국 정부에 큰 지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정보 통제 등으로 초기 방역에 실패하는 바람에 우한에 거주해온 한국 국민들까지 피해를 입은 것에 사과하기는커녕 철수에 도움을 줬다고 생색을 낸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떤 국가라도 전쟁이나 자연재해 및 전염병 창궐 등의 상황이 벌어지면 다른 국가가 그 나라에 거주하는 자국 국민을 철수시키는 것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규범이자 상식이다. 위안스카이는 일제강점기 초대 총독인 이토 히로부미보다 더 악랄하고 나쁜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역사의 평가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웃음 띤 얼굴의 싱 대사는 ‘제2의 위안스카이’가 되려고 작정한 듯하다.
   
   
   중국인 30%가 이동제한인데 우리는…
   
   더욱 한심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중국 눈치 보기’라고 말할 수 있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싱 대사의 압박 발언에 대해 “한·중 간에 긴밀히 협력해 풀자는 취지이며, 전체적 맥락에서 이해해줬으면 한다”면서 “중국은 최대교역국이기도 하고, 긴밀히 소통·협력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떤 국가라도 자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해 외국 대사가 왈가왈부한 것은 명백한 주권침해이자 내정간섭이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 정부에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요구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명에 나서고 있다. 이러다가 김정은에 이어 시진핑의 ‘수석 대변인’이라는 말을 들을 듯하다. 해리 해리스 미국대사가 문 대통령의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 구상에 대해 “한·미 워킹그룹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자 청와대는 “부적절하다”며 “한국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었다. 여당 의원은 해리스 대사를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이라고 비난까지 했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월 2일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여행 자제’에서 ‘철수 권고’로 높이고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불과 4시간 만에 ‘검토 예정’이라고 번복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월 4일에야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 체류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 등 늑장 대응한 것도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1월 23일 우한시를 비롯해 후베이성의 16개 도시를 외부와의 통행을 차단하는 등 봉쇄구역으로 지정해 출입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7일 이미 봉쇄령이 내려진 후베이성 지역을 포함해 12개 성, 76개 도시(2급 행정구역 이상)에 대해 봉쇄 수준의 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치로 중국 전체인구 14억명 가운데 30%에 달하는 4억명이 이동에 제한을 받게 됐다. 저장성 원저우시는 한 가정에서 이틀에 1명씩 식료품 구매를 위해서만 외출을 허용하는 등 도시 폐쇄 조치를 내렸다. 인구 1100만명이 사는 허베이성 성도 스자좡시는 확진 환자가 24명에 불과한데도 도시 전체에 외출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발병을 공식 발표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지난 2월 7일까지 봉쇄령이 내려진 12개 성에서 한국을 오간 항공편 수는 1970편에 달하고 승객은 최소 28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월 9일 광둥성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사례가 발생했는데도 후베이성 이외의 중국 다른 지역에 대한 추가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 광둥성은 중국 내에서 후베이성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중국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중국인 전체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은 시 주석의 방한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복안은 3월 중 시 주석의 ‘단독’ 방한을 성사시킨다는 것이다. 단독 방한은 시 주석이 4월 초로 예정된 일본 국빈방문 길에 패키지로 들르는 형식이 아니라 한국만 따로 방문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문 대통령은 4월 15일 총선 이전에 시 주석이 방한할 경우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의 완전 해제,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등 선물 보따리를 갖고 올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이 자신이 신년사에서 밝힌 개별관광 등 남북경협 구상을 적극 지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제의한 남북경협 구상을 성사시키려면 유엔 안보리의 제재 부분해제 또는 완화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이 자신의 이런 구상을 더욱 강력하게 밀어주기를 희망하는 듯하다. 물론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이 김정은을 설득해 미·북 정상회담에 나서도록 하는 것을 가장 바랄 것이다.
   
   
▲ 싱하이밍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2월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코로나19로 물거품 될 시진핑 방한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런 희망은 자칫하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시 주석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시 주석에게 집권 이후 최대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 주석으로선 무엇보다 이번 사태 수습이 중요하다. 시 주석이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외국을 방문할 수는 없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가 조기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국제 보건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번 사태가 4~5월께 절정에 이른 뒤 7월부터 수그러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보다 전염성이 약한 사스도 2002년 11월 첫 환자가 보고된 뒤 다음해 7월에야 겨우 수습됐다.
   
   중국을 통치하는 공산당은 매년 3월 초부터 20일까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정치협상회의(정협)라는 중요한 정치행사를 개최해왔다. 양회(兩會)라고 부르는 두 회의에서 국가운영에 대한 모든 사안이 논의된다. 때문에 공산당은 춘절 연휴 직후부터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각급 단위별로 인민대표대회를 열어 지난 1년간의 업무실적을 정리하고, 올해 예산 집행 내역과 추진할 사업 등을 짜고, 대의원들을 선출한다. 문제는 2월 내내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확산한다면 양회 준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문화대혁명 기간을 제외하고 제때 열리지 않은 적이 한번도 없는 양회가 연기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시 주석이 양회 이후 3월 말께 방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 정부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것은 문 대통령의 ‘친중 DNA’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15일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의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 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진다”며 “한국은 작은 나라이지만 중국몽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중화 사대주의’는 한국을 아예 소국(小國)이라고 자처할 정도다.
   
   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이다. 이것을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국민의 생명보다 중국을 중시한다.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국과의 교역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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