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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6호]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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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경남의 분당 양산의 민심을 듣다

▲ 지난 2월 18일 경남 양산 남부시장의 시민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경남 양산시는 성장하는 도시다. 2010년 26만명이었던 인구가 작년에는 35만명으로 늘었다. 평균연령은 40.2세로 전국 평균연령 42.8세, 경남 43.1세보다 낮다. 지난 2월 18일 오후 경남 양산시 물금읍 주변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니 수도권 못지않은 주상복합 아파트가 즐비하고, 고급 가구들을 파는 가게도 눈에 띄었다. 바로 옆에는 양산 부산대병원까지 보였다.
   
   양산이 왜 ‘경남의 분당’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실제 부산에서 양산까지는 차로 1시간 남짓 거리이고, 지하철도 놓여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부산, 울산 등에 직장이 있는 젊은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지역” “아파트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교통이 아주 편해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얘기들을 했다.
   
   양산은 지난 총선부터 갑, 을로 분구되었다. 양산시를 동서로 나눠 부산과 가까운 오른쪽이 을구다. 4·15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지금, 양산을은 모두가 주목하는 주요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 입장에서 양산을은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양산을 지역구에 있고 문 대통령도 퇴임 후 이곳 사저로 돌아오겠다고 공언한 ‘대통령의 동네’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야당인 미래통합당 입장에서 이곳은 정권심판을 상징할 수 있는 곳이다.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구호를 내걸기에 이보다 좋은 지역구도 없다.
   
   현재 양산을 지역구가 전국적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이런 정치적 함의에 더해 출마자의 면면까지 화제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PK(부산·경남) 맹주로 인정받아 대권까지 노리겠다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과 자유한국당 대표와 대선후보를 지낸 홍준표 전 의원의 빅매치가 예고돼 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2월 17일 김두관 의원을 전략 공천했고, 미래통합당 소속인 홍준표 전 대표는 현재 당의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미 김 의원은 이 지역 웅상대로 토암빌딩에 선거사무실까지 차려 놓고 표밭을 다지기 시작했다.
   
   양산을 유권자들은 일단 대선후보급 인사들의 출마 소식에 다소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김두관 의원이나 홍준표 전 대표나 이 지역에 특별한 연고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기자로 활동했던 A씨는 “둘 다 고향이 이곳이 아니고(홍 전 대표 창녕, 김 의원 남해) 특별히 활동한 것도 없다”며 “진작부터 준비를 한 것이 아니라서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물론 김 의원은 2010~2012년까지, 홍 전 대표는 2012~2017년까지 경남도지사를 지냈다는 인연은 있다. 김 의원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 경남지사에 당선됐으나 임기를 절반가량 남겨놓은 2012년 7월 18대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위해 중도사퇴했다. 홍 전 대표는 그해 연말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경남지사가 되었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대체로 이들이 도지사 재임 기간 특별히 양산을 챙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빅매치 성사 속사정
   
   양산을이 여야 할 것 없이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 된 데는 나름의 사연도 있다. 현재 이곳은 민주당 서형수 의원의 지역구다. 이미 민주당이 깃발을 꽂은 PK 전략 지역이지만 현역인 서 의원이 출마를 포기했다. 지역 정치인 B씨는 “서 의원은 정치에 크게 뜻이 없어 보였다”며 “오래전부터 불출마할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PK 사수를 위해서라도 경남지사 출신인 김두관 의원이 차출될 수밖에 없었다.
   
   김 의원도 처음에는 양산을 출마를 고사했으나 결국 비장한 출사표를 던지며 출마를 받아들였다. 김 의원은 출마의 변에서 “다시 한번 지역주의의 십자가를 지겠다. 낙동강 전투의 승리만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싸워온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님과 수많은 분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이 차출된 배경 중 하나로 나동연 전 양산시장을 꼽는 사람들도 있다. 나 전 시장은 미래통합당 양산을 당협위원장으로 그동안 민주당 예비후보들과 맞붙어 꽤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여론조사상 기존 민주당 예비후보들로는 나 전 시장과 맞붙어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 나돌면서 일찌감치 전략공천의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나 전 시장은 현재 총선 출마 의사를 접은 상태다. 나 전 시장은 지난 2월 17일 기자와 만나 “양산시장 재선거를 통해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의원이 아니라 중도낙마한 양산시장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각오였다.
   
   2018년 3월 6·13 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경찰은 나동연 양산시장의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을 확인한다며 양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나 시장의 휴대전화까지 압수했다. 이후 언론 보도 등을 타고 여러 의혹이 확대 생산됐으나, 결국 선거가 끝난 후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비슷한 구도다.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일권 양산시장은 지난해 9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3월 15일 이전에 대법원 선고가 내려지면, 이번 총선에 시장 재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만일 양산시장 선거가 총선과 함께 치러져 나 전 시장이 명예회복을 위해 나설 경우, 선거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시장과 홍 전 대표는 6년간 시장과 지사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 맞붙을 김두관·홍준표 두 사람에 대해서는 지역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김두관 의원의 경우 “무난하다”는 평가가 많은 반면,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가 많다. 우여곡절 끝에 거물들이 맞붙게 된 양산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이번 대결이 인물 대결로 갈지, 혹은 정권심판 구도로 가게 될 것인지 여부다. 정권심판으로 가면 홍 전 대표가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역 정치권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고, 현재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C씨는 “자영업자는 경제가 어려워 다 죽을 지경이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면 홍 대표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양산 김두관 의원 선거 사무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정권심판론’ 먹힐까
   
   실제 홍 전 대표의 전략도 정권심판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 2월 14일 양산을 출마 의사를 밝힌 홍 전 대표는 울산 남구을에 출마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함께 양산 통도사를 방문해 “이번 선거는 김두관 의원과의 낙동강 혈투가 아니다”며 “문재인 정권과 싸우러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전 대표는 “탄핵 대선과 위장 평화 지방선거는 야당 심판론이었지만,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론”이라면서 “정권 성지라는 말은 대통령 사저가 있는 곳으로 이해하면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베드타운’으로 분류되는 양산을 유권자들 중에는 부산, 울산 등지에 직장을 둔 진보성향의 젊은 사람들이 많아 이 같은 정권심판론이 과연 제대로 먹힐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산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무엇보다 이곳에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자서전 ‘운명’에서 자신이 이곳에 자리 잡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세상과 거리를 두면서 조용하게 살고 싶었다. 스스로를 유배 보내는 심정이기도 했다. 시골에서 살 곳을 찾았다. 그래서 고른 곳이 양산 매곡이다.”
   
   양산은 문재인 대통령과 특별한 연고가 있는 곳은 아니다. 지역 정치인 B씨는 “문 대통령과 양산은 크게 관계가 없다”며 “다만 아직도 거제도에 가면 YS의 흔적이 있듯이, 대통령을 마치고 이곳에 돌아오면 의미 있는 지역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양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화마을처럼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경호상의 이유로 퇴임 후 문 대통령이 양산 자택으로 오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왼쪽)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 2월 14일 경남 양산 통도사를 방문해 주지 현문스님(가운데)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경선 불복 여부가 승패 가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문재인 동네’라 그래도 민주당에 우호적인 유권자들이 많지 않겠느냐는 짐작도 있지만 이번 선거의 승부는 의외로 다른 곳에서 갈릴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는 지난 선거의 구도를 보면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총선에서 서형수 민주당 의원은 40.33%를 얻어 38.43%를 득표한 이장권 새누리당 후보를 눌렀다. 이 선거 결과에는 언론사 대표 등을 지낸 서 의원의 개인적 ‘스펙’도 영향을 미쳤으나, 가장 큰 이유는 상대 진영에서 불거진 경선 불복의 덕을 봤다는 분석이 많았다. 당시 새누리당에서 이장권 후보와 공천 갈등을 겪던 박인·황윤영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각각 10.88%, 4.97%의 표를 나눠 가진 결과 서형수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것이다.
   
   비슷한 일이 이번에도 벌어질 조짐이 있다. 미래통합당 김정희·박인·이장권 양산을 예비후보들이 지난 2월 17일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전 대표의 양산 출마를 ‘셀프공천’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들은 “비민주적인 전략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면서 “주민들은 양산에서 주민세 한번 내보지 않은 홍 전 대표의 출마 의사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양산시민은 결코 ‘핫바지’가 아니며 타 지역 인물이 결코 지역을 대변할 수 없다는 점을 중앙당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대표가 후보로 확정될 경우 무엇보다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비슷하다. 민주당의 경우 양산을 이웃 선거구인 양산갑의 반발이 주목받고 있다. 양산갑은 미래통합당 윤영석 의원이 3선에 도전하는 곳이다. 윤 의원은 무난한 의정활동으로 향후 경남도지사까지 노린다는 말도 나온다. 2월 19일 민주당은 이곳에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전략공천했다. 이 전 원장의 고향이 이곳이라는 점이 고려됐는데 이 전 원장이 이 지역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해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지역구를 챙겨온 인사들의 반발이 크다. 이 전 원장이 후보로 결정되기 이틀 전 민주당 김성훈·심경숙 양산갑 예비후보는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어 재심을 신청하고 공정한 경선을 요구한다”며 “당의 결정은 지역 주민과 예비후보들을 철저하게 무시한 처사로 정당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같은 도시 선거구 두 곳 모두 전략공천 한다는 것은 공천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경우로 무소속 출마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재영 후보 역시 이들을 달래는 것이 급선무로, 양산갑에서 불복 사태가 벌어질 경우 이웃 양산을 김두관 후보에 대한 지지 표심 역시 영향을 받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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