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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6호]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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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김형오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vaidale111@naver.com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재영입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조용한 ‘물갈이 공천’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대규모 ‘현역 물갈이’를 시사했지만,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컷오프(공천배제)’ 대상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게 하는 방식으로 당내 잡음을 최소화하고 있다. 당내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의 경우, 해당 후보자들 면접 일정을 2차례나 미뤄가면서 현역 의원들을 향한 불출마 선언 압박을 이어가 김 위원장의 ‘뚝심’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스텔스 공천’이라는 비유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취임하면서 “칼로 제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감내하는 대변신을 하지 않으면 국민은 우리 당에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대규모 인적쇄신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도 “한국당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대안 제시, 협상 능력도 없다”며 “야당이 똑바로 못 하니 문재인 정부가 우습게 보고 폭주한다”고 했다. 2004년 한나라당이 천막 당사에서 총선을 치를 당시 당 사무총장으로 현장을 지켰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와 비교해 지금이 더 심각한데 의원들은 처절함이 없다. 서민들에 대해 긍휼(矜恤)하는 마음도 안 보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공천위원장을 맡게 된 이유를 묻자 “피를 묻히라고 하는 자리다.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는 생각”이라며 “모든 원망과 비난을 혼자 떠안고 가차 없이 해나가겠다. 선거가 끝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공천이 본격화하자 김 위원장이 직접 ‘피를 묻히는’ 상황은 거의 벌어지지 않고 있다. 수도권, 부산·울산·경남(PK)에 이어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던 TK 의원들까지 불출마 대열에 속속 합류한 것이다. 지난 2월 15일 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김성태 의원(3선·서울 강서을)이 불출마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16일 박인숙(재선·서울 송파갑), 17일 정갑윤(5선·울산 중구)·유기준(4선·부산 서·동구) 의원이 동참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이들에 대해 별도 입장문을 발표하고 “불출마 선언은 그동안 우리 당이 미흡했던 보수의 핵심 가치인 책임과 헌신을 몸소 실천하는 행위”라면서 “살신성인의 용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자명하다”며 “좋은 후보, 이기는 후보를 공천해 반드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혁신의 바람을 일으켜 나라와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는 일”이라고도 했다. 김성태 의원과 박인숙 의원, 정갑윤 의원, 유기준 의원 등을 일일이 꼽아가며 “모두 훌륭한 의정 활동과 탁월한 리더십을 지닌 신념과 행동의 정치인”이라며 “(불출마에) 마음이 아프고, 또 고맙다”고도 했다.
   
   
   면접 일정 미루며 TK 의원 압박
   
   그러자 2월 19일에는 옛 자유한국당에서 총선기획단장을 맡았던 이진복 의원(3선·부산 동래)이 불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이 의원은 “당이 대통합을 통해 100%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 국민의 뜻에 부합했다고 보기 때문에 이제는 지체 없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정권 재창출의 굳건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 미래통합당으로 옮겨 개혁의 밑거름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TK 의원들은 불출마 선언에 미온적이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공천 면접 일정을 당초 2월 19일에서 20일로, 다시 20일에서 21일로 미뤘다. TK 지역의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조치라고 했지만 당 안팎에선 ‘TK 의원들에게 명예로운 퇴진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TK 의원들 사이에선 “극도로 불안하다” “매일 아침 일어나 목이 제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한다” 등의 말이 나왔다. 그러더니 결국 불출마 의원이 나오기 시작했다. 장석춘 의원(초선·경북 구미을)은 2월 18일 “새롭게 출범한 미래통합당의 총선 압승과 정권 교체를 위해 총선 불출마로 당당히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의 신뢰 회복을 위해 기꺼이 힘을 보태고자 한다”며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구미시장 자리를 지키지 못한 점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과 지지자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2월 20일에는 김광림 의원(3선·경북 안동)이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그간의 정치 여정을 뒤로하고 백의종군하기로 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고, 최교일 의원(초선·경북 영주·문경·예천)도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가 현역 의원인 대구 달서병 공천을 신청했던 비례대표 강효상 의원은 이날 강북 험지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망국의 길에 접어드는 위험 속에서 상대적으로 우리 당 지지세가 높은 대구에 출마해 제 개인이 승리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대구 공천이라는 프리미엄을 내려두고 최전선인 서울에서 여당 지역구를 한 곳이라도 더 탈환하기 위해 선봉대로 나서겠다”고 했다.
   
   
   “그의 힘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당내에서는 이런 의원들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소리 없는 막후 조정이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본인은 개입하지 않았고 의원들이 스스로 명예로운 결단을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직간접적인 의사 타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쨌든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똘똘 뭉쳐 막아내야 한다는 당내 의원들의 위기감과 절박함이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런 공천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언주 의원의 부산 전략공천 문제 등 일부 잡음이 나오고는 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순조롭게 인적 쇄신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김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어떤 욕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천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초 김 위원장이 자신과 가까운 친이계 인사들을 우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그런 얘기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김 위원장이 대체로 현역 의원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지표를 갖고 불출마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힘은 데이터에서 나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공천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총선 공동선대위원장 중 한 명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지도부 의원은 “김 위원장이 공천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 등 굵직한 인재 영입에도 적극 나서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당의 총선 준비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는 만큼 총선 과정에서도 유권자들과 직접 만나서 역할을 해주면 당의 승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김 위원장이 공천을 끝내고 체력이 얼마나 유지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당내에서는 ‘김형오 선대위원장론’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히 확산된 상황으로 중요한 간판 역할을 해주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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