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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  대선 앞둔 트럼프에 계륵이 된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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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6호]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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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대선 앞둔 트럼프에 계륵이 된 ‘북핵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photo 뉴시스
“김정은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정상회담을 갖는 등 노력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존 켈리 전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 2월 12일 뉴저지주 드루대가 주최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에 대해 연설한 내용의 일부이다. 켈리 전 실장은 “나는 김정은이 잠시 우리를 갖고 노는 것 이외에 어떤 것도 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그는 꽤 효과적으로 해냈다”고 지적했다.
   
   켈리 전 실장의 이런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며 공을 들였지만 김정은의 술수에 놀아났다는 비판이다. 켈리 전 실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함께 배석했었다. 켈리 전 실장은 2018년 말 백악관 비서실장 자리에서 경질된 이후 대북 외교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적이 없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켈리 전 실장은 2017년 8월 국토안보부 장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영전했었다. 켈리 전 실장은 재임 당시 ‘백악관의 맏형’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함께 연륜·경험을 바탕으로 트럼프에게 조언을 하면서 트럼프 정부 초기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 3인방으로 불렸다.
   
   
   켈리 전 비서실장의 비판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3월 8일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성사된 미·북 비핵화 협상이 2년 만에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 문재인 정부의 대북 특사단이 백악관을 방문해 “김정은이 직접 만나기를 원한다”고 전달하자 참모진과 상의 없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수락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김정은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적극 추진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도 올리지 못했다. 말 그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켈리 전 실장이 지적했듯이 김정은과 북한 정권의 속임수 때문이다. 게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담당 조정관은 “김정은은 북한 정권과 자신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믿는 핵을 진심으로 포기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북한과의 외교가 실패한 원인은 김정은과 북한 정권이 핵무기와 운반시스템을 포기할 의향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면서 “김정은이 핵 포기를 경제적 번영과 맞바꿀 준비가 돼 있다는 생각은 언제나 망상이었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과의 모든 협상을 실패하게 만든 공통의 원인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들과 기존 비핵화 합의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북한 정권과의 비핵화 협상은 미국과 유엔의 추가 제재를 막기 위한 지연 전술일 뿐”이라면서 “김정은은 더 많은 핵무기를 원하며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도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적이 없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핵 능력을 유지,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처럼 이구동성으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김재룡 북한 총리(오른쪽)가 내각 간부들에게 코로나19 방역대책을 지시하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북한에 속고 있다’ 고위 탈북자 편지
   
   미국으로 망명한 북한 고위급 탈북자도 지난해 12월 초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속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워싱턴타임스의 보도(지난해 12월 11일자)에 따르면 이 탈북자는 김정은이 북한이 비핵화를 추진할 것으로 믿게끔 트럼프 대통령을 속였다면서 김정은은 핵무기를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0년간 조선노동당 간부로 일하다 2018년 북한을 탈출해 미국 정부기관에서 자문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탈북자는 “김정은은 조부와 선친이 만든 핵전략과 전술 매뉴얼을 따라 지난 25년의 패턴을 반복하면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속이고 있다”면서 “북한 독재자들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25년간 북한을 비핵화하는 결정을 내린 적이 없으며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탈북자는 “김정은이 선대의 유훈이라면서 거론한 비핵화도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면서 “김정은은 핵이 적의 선제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50년 동안 통치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의 편지는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반도담당 보좌관에게 전달됐다.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과 정상회담이라는 ‘개인화된 외교(personalized diplomacy)’ 전략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설득하기 위해 그의 개인적인 협상 기술과 ‘협상의 달인’이라는 명성에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도 “트럼프 대통령은 번영된 미래라는 모호한 약속과 함께 정상회담이라는 개인적 외교를 통해서 수십 년 묵은 불신을 극복하고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오판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김정은에게 부여할 정당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혜택으로 간주한 ‘원산의 트럼프 타워와 콘도’를 김정은과 북한 정권 엘리트들이 ‘독 묻은 당근’으로 여긴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은 “김정은에 대한 우호적 평가와 친밀감을 거듭 표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연두교서에서 사라진 북한
   
   이런 이유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북한 핵 문제에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4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연두교서를 통해 자신이 추진할 주요 국내외 정책을 제시해왔다. 특히 11월 대선이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정책들 중 최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랑해온 북한 핵 문제를 말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발표한 세 번의 연두교서 가운데 북한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입만 열면 “김정은과의 관계가 좋다”는 등 각종 미사여구를 동원해 김정은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왔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중단시켰다는 것을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워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이유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비판과 국민들의 여론 등을 의식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이 자신의 의도를 오판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김정은과의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이후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더 이상 자신의 치적을 자랑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이제 세상은 곧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면서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김정은의 이런 발언은 핵과 ICBM 모라토리엄이라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약속을 파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앞으로 미·북 관계가 개선되기보다는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아예 북한 핵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 핵 문제를 ‘계륵’(鷄肋)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계륵은 큰 소용은 없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북한 핵 문제를 당장 타결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무시할 경우 자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대선 때까지 적절한 수준에서 ‘현상유지(status quo)’를 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 CNN 방송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 김정은과의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도한 내용(2월 10일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CNN 방송은 미국 정부 관리 2명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집중하면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해결 욕구가 시들해졌다고 전했다. 특히 중요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캠프가 북한 핵 문제가 재선에 그다지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캠프가 북한 핵 문제가 대선의 판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 아닌데 잘못 접근했다가는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월 11일 애틀랜틱카운슬 주최 좌담회에서 “북한과 협상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지만, 추가 정상회담이 적절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말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아예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전향적인 제안을 하지 않는 한 미·북 정상회담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에 따라 미국 정부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하면서 김정은과 북한 정권이 도발하지 않도록 ‘관리 모드’에 들어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김정은이 지난 5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추진할 정책으로 ‘정면돌파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면돌파전은 2018년 이전에 김정은의 대내외 정책보다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김정은으로선 더 이상 속임수로는 미국 정부로부터 경제제재 해제 등 얻어낼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강경하게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정통파 외교관 출신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통인 리용호 외무상을 경질하고 군 출신인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후임으로 임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 정권이 김정은의 정면돌파전 교시에 따라 핵과 ICBM 실험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등을 감행할 경우 자신의 재선에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미 핵잠수함 메인호가 지난 2월 12일 SLBM인 트라이던트Ⅱ를 시험발사하고 있다. photo US Navy

   미국의 채찍과 당근
   
   미국 정부가 지난 2월 13일 코로나19(우한폐렴)에 대한 북한의 취약성을 우려하면서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도 당근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에서 코로나19의 확산에 대응하고 억제하기 위해 국제기구의 지원을 승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대북 제재 항목들 중에서 인도주의 물품에 대한 면제를 시사했다. 미국 정부가 이런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것은 북한 정권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로 경제 위기에 직면한 데다 코로나19로 더욱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가 된 북한 정권이 도발을 통해 정면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의도는 계속해서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것이지 교착상태를 타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또 북한의 도발에 강경대응할 것이란 경고의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미국 국방부가 지난 2월 12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앞바다에서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메인호의 트라이던트Ⅱ(D5LE) 미사일 시험발사 훈련을 공개한 것을 들 수 있다. SLBM인 트라이던트Ⅱ에는 저위력 핵탄두인 W76-2를 장착할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2월 4일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에 W76-2 저위력 핵탄두를 실전배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W76-2는 미 해군의 SLBM용 핵탄두인 W76의 폭발력(90㏏·킬로톤·1㏏은 TNT 1000t의 폭발력)을 5㏏ 수준으로 줄여 개조한 것으로 정밀타격에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종의 전술핵무기다. W76-2는 김정은과 북한군 지휘부가 숨는 지하 벙커나 지휘소 등을 공격할 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FAS) 핵정보국장은 “W76-2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지만 북한과 이란에 사용할 수도 있는 적절한 무기”라면서 “미국 정부가 W76-2를 실전배치했다고 발표한 것은 사용할 의사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무튼 트럼프 대통령의 유일한 목표는 재선인 만큼 일단 김정은과 북한 핵 문제는 관심에서 멀어진 계륵 신세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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