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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97호]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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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빅매치]구로을 - 민주당 윤건영 vs 통합당 김용태

▲ (좌)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photo 뉴시스 (우)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 photo 이덕훈 조선일보 기자
서울 구로을(乙) 지역구는 수도권에서 진보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구로공단이 들어서 있는 데다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많은 것이 이 지역구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이승철 후보가 한 차례 승리한 뒤로, 현재 미래통합당 전신 정당이 이 지역에서 승리한 기록이 없다. 18·19·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박영선 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당선됐는데, 박 장관은 19·20대 선거에서 모두 절반(5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지역구에 박 장관 대신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등판시킨다. 윤 전 실장은 ‘문재인의 복심’이라는 별명을 지닌,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현재 윤 전 실장은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근처 한 건물에 선거사무소를 차리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건물 외벽에는 ‘믿는다 윤건영’이라는 글씨와 사진이 프린트된 대형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윤 전 실장에 맞서는 미래통합당의 대항마는 김용태 의원이다. 통합당은 김 의원을 지난 2월 23일 이 지역에 단수 공천했다. 김 의원은 다음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으로부터 구로을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라는 명을 받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복심이자 청와대 386 운동권 대장이며 문재인 정권 국정 실무 총책이었던 윤 전 실장과 맞서 깨끗하고 멋진 승부를 보겠다”며 출마 선언을 했다. 김 의원은 3선 의원으로 자유한국당 시절 당 사무총장을 지낸 중량급 인사다. 하지만 3번의 승리를 모두 서울 양천을에서 했고, 구로구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먼저 윤 전 실장을 이 지역에 투입하자 이른바 ‘자객공천’의 일환으로 김 의원을 구로을 후보로 투입했다. 김 의원은 아직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고, 지역에 선거사무소도 차리지 않았다.
   
   한 사람은 대통령의 최측근, 다른 한 사람은 3선 중진급이란 점에서 구로을 선거 결과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통적 여당우세 지역이던 이곳에서 윤 전 실장이 낙선한다면 현 정권과 여당에는 단순히 한 석 이상을 빼앗기는 충격이 있다. 옆의 구로갑 지역구를 뛰는 한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구로을은 한때 황교안 대표의 등판설까지 나왔던 곳”이라며 “윤건영 전 실장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더 센 사람 나와도 좋다’고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듯 구로을은 보수정당 후보들에게는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정치는 신물이 난다”
   
   이 지역 선거전의 화두는 ‘전략공천’이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이 지역구에 이렇다 할 지역기반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당이 후보를 내리꽂은 것에 대해 지역민들의 눈초리는 곱지 않다. 지난 2월 25일 서울 구로구에서 만난 60대 남성 박모씨는 “주민 일은 주민이 제일 잘 아는데 왜 ‘낙하산’을 내리꽂는지 모르겠다”며 “여기가 철새 도래지냐”고 말했다. 자신을 구로에 30년 넘게 산 토박이라고 밝힌 그는 “민주당이든 통합당이든 지역 출신으로 열심히 뛰는 후보들을 무시하고 하루아침에 ‘낙하산’을 내리꽂는 건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같은 날 구로구 구로4동에 있는 남구로시장에서 꽃과 열대어 등을 판매하는 한 가게에서 만난 40대 남성 상인은 오는 21대 총선 구로을 지역에 나서는 후보들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정치는 아우, 신물이 난다”며 “뽑기는 뽑아야 하는데 뽑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했다.
   
   윤 전 실장이 본선에 가기 위해선 당내 경쟁자를 넘어서야 한다. 경쟁자는 윤 전 실장이 지역기반이 없는 낙하산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윤 전 실장의 전략공천 방침에 가장 반발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 출마를 준비하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규영 전 서울시의회 부의장이다. 구로을을 기반으로 서울시의원 3선을 지낸 조 예비후보는 지난 2월 25일 선거사무소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윤 전 실장은 나와 경선을 해야 한다”며 “지역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윤 전 실장이 구로을을 대표할 수 있냐”고 했다. 그는 “윤 전 실장이 김용태와 맞붙어 ‘낙하산 논란’이 나오는 게 민주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도 했다. 자신이 나서면 지역 연고가 없는 통합당의 김 의원을 ‘전략공천’으로 공격할 수 있는데, 윤 전 실장은 자신부터가 청와대발(發) 낙하산이기 때문에 김 의원을 그렇게 공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윤 전 실장 역시 ‘지역 주민’들을 거론하면서 통합당의 김 의원을 공격하고 있다. 윤 전 실장은 지난 2월 26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 의원의 출마 선언을 가리켜 “누구를 반대하고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선거에 나왔다는 게 과연 맞냐”며 “만일 그렇게 이야기하면 구로구민은 뭐가 되는 겁니까”라고 했다. 윤 전 실장은 부산 출신으로 최근까지는 경기도 부천시에 살았다고 한다.
   
   통합당 역시 민주당처럼 이 지역에서 먼저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뛰던 이들이 반발하고 있다. 강요식 전 자유한국당 구로을 당협위원장과 문헌일 전 새누리당 구로을 당협위원장이 그들이다. 강요식 예비후보도 현재 통합당 공관위의 단수공천 결정에 불복해 항의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강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 공천은) 윤 전 실장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며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구로구에서만 10년 이상 거주하며 총선과 지방선거에 출마해왔다. 지난 19·20대 총선에서는 박영선 장관과 맞붙어 패배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소속의 이성 현 구로구청장에게 밀렸다. 김용태 의원실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지역에 등록한 미래통합당 계열의 전직 당협위원장 두 명을 설득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라며 “아직 교통정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라 두 전직 위원장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거리 인사는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역민들은 구로을 선거의 변수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이 지역 터줏대감이었던 박영선 장관이 닦아놓은 밑바닥 표심이다. 박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특히 지역구 조직 관리를 잘하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구로구 한 전직 공무원은 “박 장관은 지역구의 작은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건 기본이었다”며 “사소한 도움에도 직접 찾아와 감사 인사를 표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고 했다. 지난 1월 15일 박영선 장관은 윤 전 실장과 함께 한국당에 의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박 장관이 구로을 공천설이 돌던 윤 전 실장과 연말연시에 지역구 행사를 같이 다녔기 때문이라는 게 당시 한국당의 고발 사유다. 해당 고발 건은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중인데, 최근 고발인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박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또 다른 변수는 바로 중국 동포(조선족) 유권자들이다. 구로을 선거구에 속하는 7개 행정동 중 특히 구로제2동과 가리봉동에는 중국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 실제로 구로4동에 있는 남구로시장을 둘러보면 중국 식료품을 파는 중국어 간판의 가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매일 새벽이면 서울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근처에는 건설 현장 일용직 인력을 찾는 이들이 모이는데, 이곳에 모이는 수백 명의 인파도 대부분 중국 동포들이다. 남구로역 역시 구로을 지역구에 속한다. 이들도 대부분 국회의원을 선출할 수 있는 유권자로 총선이나 대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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