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photo 연합 (우) 오세훈 전 서울시장 ⓒphoto 연합
(좌)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photo 연합 (우) 오세훈 전 서울시장 ⓒphoto 연합

구의1동, 구의3동, 자양1·2·3·4동과 화양동을 포함하는 서울 광진을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선에 성공한 지역구다.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 중 하나로 꼽힌다. 건국대학교 맞은편 ‘스타시티’와 추 장관이 사는 ‘현대프라임아파트’ 등 몇 개의 대형아파트를 제외하면 지역의 대부분이 연립·다세대주택 위주의 주거형태를 보인다. 추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었던 17대 총선을 제외하고 15·16·18·19·20대 총선에서 이 지역에 출마해 승리를 거뒀다. 판사 출신인 추 장관은 1990년대 중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권에 영입한 인사로, 민주당 내 대표적인 ‘여걸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때로는 거침없는 언행으로 구설을 낳기도 했지만 그런 덕에 ‘추다르크’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장관 대신 ‘정치 신인’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이곳에 전략공천했다. 고 대변인은 서울시장 출신의 야권 중진인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와 맞붙는다. 두 후보 모두 당의 ‘전략공천’을 받았고,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현역 의원이 불출마하는 공백을 청와대 출신 인사가 메운다는 점에선 민주당 윤건영, 미래통합당 김용태 후보가 맞붙을 ‘구로을’과 판세가 비슷하다.

이번 선거는 고 전 대변인과 오 전 시장 간 대결이지만 ‘추미애 선거’의 성격이 강하다. 현 정부의 제1개혁과제인 검찰개혁을 추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여론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추 장관은 2016년 민주당 대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고, ‘조국 사태’ 이후에는 법무부 장관을 맡아 현 정권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켰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정권의 ‘수비수’ 역할을 자임하는 모양새다. ‘검찰개혁=추미애’라는 각인이 생긴 상황에서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찬반 여론이 표심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생애 첫 선거에 도전하는 고 전 대변인으로선 추 장관의 지역구 조직력이라는 ‘후광’과 동시에 ‘추미애 심판론’이라는 반대급부까지 떠안고 선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여론은 녹록지 않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월 11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추 장관의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대해 “잘못했다”는 여론이 55.3%로 과반을 넘었다. 이 중 “매우 잘못했다”가 44.7%였다. 고 전 대변인은 지난 2월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 기소라는 것은 범죄 혐의가 있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고 검찰의 입장을 나타낸 것이 공소장이라는 것”이라며 “기소 자체가 그 사람의 범죄 혐의가 입증된 것처럼 보이게끔 보도가 너무나 많이 나오고 있다. 그것이 인권 수사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면서 추 장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지지 의사를 보였다.

6번 연속 민주당 후보 당선

추 장관에 대한 광진을 유권자들의 심기도 편치만은 않다. 자양동 골목시장에서 만난 원모(65)씨는 “법무부 장관이 된 이후 추미애에 대해 주변에서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 총선에서는 추 장관을 택했다는 50대 김민경씨는 “여기 나온다는 고민정이나 오세훈한테는 별 관심이 없지만, 추 장관이 검찰 수사를 저렇게 막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정치는 안 하려나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 전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나온 이후 나경원 의원의 지역구인 동작을부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불출마로 공백이 된 고양정까지 여러 지역구에서 출마설이 돌았다.

결국 민주당의 결정은 오 전 시장이 자리를 잡고 있던 광진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 역할을 수행한 고 전 대변인은 정권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같은 당 5선 의원의 지역구까지 물려받으며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핵심 후보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고 전 대변인이 오 전 시장을 꺾는다면 야권의 유력 정치인 한 명을 물리침과 동시에 ‘정치인 고민정’의 성공적 데뷔를 기대할 수 있다.

두 후보의 대결은 상반되는 경력 탓에 더욱 주목을 받는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고 전 대변인은 올해 41세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캠프에 몸담은 이후 청와대 부대변인을 맡았다. 사실상 정치 신인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고 전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경력이 없다는 것은 정치적인 빚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2년7개월의 시간 동안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낱낱이 다 봐왔다”며 정치 출사표의 당위를 설명했다.

변호사 출신의 오 전 시장은 39살의 나이에 한나라당 의원으로 16대 국회에 입성하며 정치를 시작했고, 이후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 당선에 성공하며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2011년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서울시장직을 스스로 관둔 이후 현실정치에서 한동안 물러나 있어야 했다. 지난 총선에서는 당으로부터 ‘험지 출마’를 요구받아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정세균 총리에게 패배했고, 지난해 초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거에 나와 김진태 의원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 야유를 듣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 전 시장에게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서울시장 사퇴 이후 두 번의 선거(서울 종로·한국당 대표)에서 떨어진 그의 ‘부활’을 점칠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 탓인지 오 전 시장은 이미 지난해 말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광진에서 선거운동을 해왔다. 보수의 텃밭이라 여겨지는 ‘강남을’에서 정치인 데뷔를 했던 그에게는 종로에 이어 두 번째 험지 출마다. 지난 6번의 총선에서 보수당의 후보가 단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는 지역구에서 부딪치는 싸움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광진을이 성동병에서 분리된 뒤 지금까지 20년 넘도록 진보정당 의원만 배출된 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있다”면서 “지역주민들은 바로 옆동네인 성동구가 발전해온 것에 비해 광진구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굳이 통계를 살펴보지 않아도 동네를 돌아보기만 하면 금방 느끼게 되는 사실”이라고 했다. 오 전 시장은 또 “추 장관에 대한 평가가 고 전 대변인에게 그대로 투영될지 모르겠지만, 법무부 장관이 된 이후 추 장관 행보에 대해 상당히 격한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이 많다”고 했다.

반면 고 전 대변인은 아직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다. 고 전 대변인은 지난 2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거캠프를 꾸리기 위한 준비 작업에 있다”며 “준비를 마치는 대로 선거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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