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 오전 10시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며 ‘마스크 대란’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해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는 최초 오전 11시30분 네이버에 올라왔다. 즉각 대통령을 향해 “너무 무능하다” “중국 눈치 보다가 이제 와서 사과하느냐”는 식의 댓글들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다. 낮 12시 전까지 추천수를 가장 많이 받은 1~10위 댓글들은 대부분 대통령과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들이었다. 문 대통령 비판 기사에는 대부분 송고 직후 비판 댓글이 달려 순위권에 들었다.

하지만 이날 낮 12시 이후부터 이런 기사의 댓글난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기사가 포털사이트 순위권에 오른 이후부터 친문 성향으로 보이는 네티즌들이 트위터와 각종 커뮤니티사이트에 해당 기사의 링크를 공유하면서 본격적인 댓글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회원수 8만6000명을 보유한 다음 카페 ‘젠틀재인’에는 11시36분, 11시59분, 12시26분 세 차례에 걸쳐 이날 문 대통령 발언과 관련한 기사의 링크가 공유됐다. 11시36분에 공유한 기사는 11시30분 네이버에 올라온 기사였다. 이 기사를 공유한 네티즌은 “좋아요 천 개 되면 좋겠긔” “우리에게 과분한 대통령 ㅠㅠ”라는 제목과 내용을 적어 글을 게시했다. 얼마 뒤 기사를 공유한 글에 카페 회원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완료’ ‘다녀왔어요’.

12시14분, 앞서 언급한 ‘연합뉴스’ 기사에 아이디 ‘mysh***’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대응이 빠르고 정확한 나라가 어디 있나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후 이 댓글의 추천수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12시24분, 댓글이 달린 지 10분 만에 110개의 ‘좋아요’가 눌리더니 12시58분에는 단숨에 1592개로 상승했다. 이 댓글은 순식간에 최다 공감을 받은 댓글 5위까지 올라갔다. 마찬가지로 12시20분50초에 올라온 “프랑스나 유럽 미국 캐나다는 마스크 못 구해서 난리다. 마스크 공장 훨씬 늘린 게 문 대통령”이라는 댓글은 올라온 지 38분 만인 12시58분에 1364개의 추천을 받았다. 12시20분47초에 올라온 “프랑스는 마스크 한 장에 2만7000원…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라는 내용의 댓글은 30분 만에 700개의 추천을 받았다.

주간조선은 이처럼 친문 성향 네티즌들이 일종의 온라인 여론몰이를 하는 패턴을 파악해 보고자 지난 3월 2일부터 5일까지 친문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살피며 이들의 댓글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그 결과 이들의 댓글 작업에서는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청와대와 여권 관련 기사(주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에 관한 내용) 포털 노출

·기사 링크 트위터 및 커뮤니티 사이트 공유

·댓글폭탄(주로 대통령 옹호나 해당 기자를 비난하는 내용)

·단시간 내 ‘추천수’ 늘려 댓글 상단 등극

한 명이 댓글 3만2500여개

이런 패턴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다 보니 이들이 댓글 전쟁 시 벌이는 용어들도 특화되어 있다. 친문 성향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공유한 뉴스 기사의 링크를 ‘좌표’라고 부르고, 이 좌표를 공유해 몰려가는 행위를 ‘마실’이라고 표현한다. 이때 정권에 비판적인 댓글들이 이미 상당수 올라가 있는 경우에는 ‘역따’를 주문한다. ‘역따’는 ‘따봉(추천)’의 반대말로, 최다 공감을 받은 댓글에 비추천(싫어요)을 눌러 순위를 아래로 내리는 행위다. 반면 정권에 비판적인 댓글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기사에는 ‘선플’을 주문, 댓글난을 정권 우호적인 내용으로 선점한다.

친문 성향 네티즌들의 이러한 작업이 포털에 올라오는 모든 기사들을 상대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네이버 뉴스 랭킹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에 올라오는 기사들이 주 작업 대상이다. 기사가 최초 포털에 업로드된 후 랭킹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다 보니, 이들의 ‘역따’ ‘선플’ 작업에는 시간 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기사가 처음 올라온 시간보다 길게는 2시간, 짧게는 30분 뒤에 올라온 댓글들이 공감을 얻어 ‘베댓(베스트 댓글)’이 된다. 작업 대상이 된 기사가 랭킹에서 내려간 이후에는 ‘마감됐다’며 공유했던 링크를 지우기도 한다.

같은 포털사이트라도 ‘네이버’에 비해 ‘다음’은 작업 대상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 네이버는 현 정권을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가서 싸워야 하는 전장이 되는 반면, 다음의 댓글난은 상대적으로 특별한 작업 없이도 우호적인 편이기 때문이다. 친문 네티즌들은 네이버가 ‘일베’에 잠식당했다며 ‘네일베’라고 칭한다. 반대로 보수 성향의 네티즌들은 다음을 두고 ‘좌음(좌파+다음)’이라고 부른다.

이런 친문 성향 네티즌들의 온라인 여론몰이는 드루킹 댓글 작업 때와는 성향이 다르다. 드루킹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여론 조작을 했다면, 지금은 자신이 직접하든 알바를 고용하든 수작업을 해야 한다. 2018년 4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터지자 네이버는 매크로 공격에 맞서기 위한 몇 가지 대응책을 내놨다. 기사 한 건에 하나의 아이디로 총 3개의 댓글만 달 수 있도록 하고, 60초가 지나야 다시 댓글을 달 수 있게 했다. 또 기사에 대한 추천·비추천 참여를 하루 50개 이하, 댓글 수도 20개 이하로 제한했고 댓글에 대한 추천과 비추천은 10초가 지나야 가능하게 했다.

이런 상황 탓에 댓글 공작을 벌이는 친문 성향 네티즌들 사이에선 “저 오늘 총알 다 떨어졌네요ㅠㅠ” 같은 반응도 나온다. 하루에 달 수 있는 댓글 수를 다 소진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현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댓글을 ‘신고’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네이버에서는 ‘1. 스팸 2. 음란물 3. 욕설·비방표현 4. 불쾌한 표현’의 경우 댓글 신고를 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이 신고가 다발적으로 들어온 경우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다.

친문 네티즌들이 활동하는 다음 카페 ‘젠틀재인’에 지난 3월 3일 오전 11시59분 문재인 대통령 기사 링크를 공유한 게시물이 올라왔다.(왼쪽) ‘댓글 작전’이 본격화되자 12시20분경 네이버 기사에 올라온 문 대통령 옹호 댓글은 30여분 만에 추천수 1000개를 돌파했다. 3월 5일 이 댓글들은 추천수 2900개, 1700개를 넘어섰다.(오른쪽)
친문 네티즌들이 활동하는 다음 카페 ‘젠틀재인’에 지난 3월 3일 오전 11시59분 문재인 대통령 기사 링크를 공유한 게시물이 올라왔다.(왼쪽) ‘댓글 작전’이 본격화되자 12시20분경 네이버 기사에 올라온 문 대통령 옹호 댓글은 30여분 만에 추천수 1000개를 돌파했다. 3월 5일 이 댓글들은 추천수 2900개, 1700개를 넘어섰다.(오른쪽)

이슈 때마다 집중포화

온라인 혈투를 벌이는 친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차원이 다른 ‘프로 댓글러’가 있다. 네이버는 자신의 댓글을 비공개로 설정할 경우 타인에게 검색이 안 되지만, 다음은 댓글 작성자가 그동안 달았던 댓글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그런 탓에 다음에서는 수천 개에서 수만 개까지 댓글을 달아온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중 아이디 ‘사**’은 그동안 작성한 댓글이 무려 3만2500여개로, 주간조선이 확인한 사용자 중 가장 많은 댓글을 달았다. ‘다음’이 2008년 이후 로그인을 해야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것을 감안하면 3만2000개의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매달 최소 200개 이상의 댓글을 12년 동안 달아야 가능한 수치다.

이들의 온라인 여론몰이는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조국 힘내세요’를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리면서 그 위력을 드러냈다. 당시 이들은 ‘조국 힘내세요’를 비롯해 ‘한국 기자 질문 수준’ ‘가짜뉴스 아웃’ ‘정치검찰 아웃’ 등 자신들이 만든 키워드를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렸다. 친문 성향 네티즌들의 온라인 여론몰이는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지난 2월 4일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에는 한 달 만인 3월 5일 146만명이 동의했다. 이 ‘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은 2월 25일 20만명을 넘겼는데 청와대 국민청원은 30일 내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정부 관계자가 이에 대해 답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청원이 20만을 넘자 다수의 언론에서 이를 조명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자 2월 26일 즉각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맞불을 놓았다. 이 청원은 올라온 지 불과 열흘 만에 12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2월 26일에는 이외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를 응원한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는데 3월 5일 현재 각각 37만명과 11만명이 동의했다. ‘대통령 탄핵’ 청원이 정부의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선 직후 친문 네티즌들의 ‘응원 청원’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이런 온라인 여론몰이는 트위터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트위터의 ‘네임드(잘 알려진) 친문’ 계정은 팔로어가 수만에 이르기도 한다. 이들의 ‘지령’은 대체로 트위터에서 시작돼 커뮤니티사이트(루리웹·클리앙·보배드림·일부 맘카페 등)와 ‘젠틀재인’ 같은 친문 커뮤니티로 퍼져나간다.

중국의 한국 여론 개입? ‘차이나 게이트’

지난 3월 1일에는 ‘차이나 게이트’라는 의혹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2월 27일 커뮤니티사이트 등에 ‘나는 조선족이다. 진실을 말하고 싶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조선족과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네이버 기사의 베스트 댓글과 여성 위주의 카페에 올라오는 댓글을 조작하고 있다” “한국에서 현 정권이나 중국을 옹호하는 극단적인 친문(親文) 네티즌 상당수가 조선족”이란 내용이다. 이 글의 작성자는 ‘이들이 댓글 조작하는 방법’이라며 ‘1. 역따(비추천 누르기) 2. 반중혐오(반문재인)를 일으킬 댓글 신고하기 3. 새로운 뉴스가 올라오자마자 지령을 내려 베스트댓글 만들어놓기(보통 10분 만에 1000개가 올라감) 4.친문 성향과 친중 관련 글쓰기. 조직적으로 추천수 올리기’ 등을 주장했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은 이를 검증해보겠다며 ‘실험’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반대 청원’을 가장한 글을 올리고, 이를 클릭한 즉시 ‘동타이왕’ ‘프리티벳’ ‘프리홍콩’ 같은 사이트에 연결되도록 설정했다. 위 사이트들은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고 시진핑 주석과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을 싣는 곳으로, 중국 내에선 접근이 불가능할 뿐더러 이 사이트에 접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공안에 체포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말 중국인과 조선족이 온라인상에서 여론 조작 활동에 나서고 있다면, 이 방법을 통해 골탕을 먹임으로써 가려내 보겠다는 의도였다. 이런 ‘실험’이 진행된 이후 일부 네티즌들은 공통적이고 특이한 반응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나는 개인이오”라는 댓글이 달린다는 것이었다. 일부 네티즌은 이를 두고 “대통령 응원청원인 줄 알았는데 반중 사이트로 접속되자 화들짝 놀란 중국인과 조선족이 이를 부정하기 위해 ‘나는 저런 반공조직과 전혀 무관한 개인이다’라고 남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차이나 게이트’의 논란이 커지자 국회까지 나서 대책을 내놨다. 박성중 미래통합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지난 3월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지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중국의 인터넷 여론 조작 의혹을 지적한 바 있다”며 “특위 위원장인 제가 ‘차이나 게이트 방지법’ 대표 발의자가 되고 특위 위원들이 공동발의하는 형식으로 곧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밝힌 ‘차이나 게이트 방지법’의 주요 골자는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 게시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 때 접속 장소(또는 최초 접속망) 기준으로 국적을 함께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른바 ‘차이나 게이트’ 논란이 커지자 네이버는 “드루킹 사태 이후 댓글 연속 쓰기 및 기사당 댓글수, 개인당 하루 댓글수에 제한을 두고 어뷰징 감시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강력한 정책을 실행했다”며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의도적으로 여론을 움직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21대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들은 이러한 ‘온라인 여론전’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대응책들을 내놓는 중이다. 네이버는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4월 2일부터 선거가 끝나는 4월 15일 저녁 6시까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또 후보자 이름을 검색할 때 함께 뜨는 ‘연관검색어’와 자동완성 기능도 중단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또 “뉴스 댓글의 작성자마다 댓글을 처음 작성한 날짜와 댓글수, 삭제한 댓글 비율 등을 공개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다음은 지난해 12월 연예뉴스 댓글 폐지와 함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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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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