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커버스토리]  민주당 ‘시스템 공천’의 또 다른 이름 ‘친문공천’
  • kakao 플러스친구facebooktwiteryoutube
  • 검색
  1. 정치
[2598호] 2020.03.09
관련 연재물

[커버스토리]민주당 ‘시스템 공천’의 또 다른 이름 ‘친문공천’

▲ 2017년 대선 당시 광주송정역 앞 광장에서 유세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 photo 뉴시스
2016년 8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당내 친문과 비문은 격렬하게 맞붙었다. 친문 측은 추미애 후보를 밀었고, 비문은 이종걸 후보를 밀었다. 두 사람은 경선 과정에서 상대를 향해 날 선 공격을 했다. 당시 이 후보는 추 후보를 “문재인에게 독이 되는 후보”라고 비난했고, 추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분열의 대표”라며 공방을 벌였다. 이후 이 후보는 당내에서 비문을 상징하는 대표 주자가 됐고, 5선 중진임에도 20대 국회에서 이렇다 할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다.
   
   서울에서만 3선을 한 유승희 의원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현 경기도지사)를 지원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재명 지사에 대한 친문 성향 지지자들의 원한은 골이 깊다. 오죽하면 2018년 지방선거 때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재명을 찍느니 차라리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를 찍겠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정도였다. 당연히 이 후보를 도왔던 유 의원도 친문 지지자들의 공적(公敵)이 됐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21대 총선을 앞둔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고배를 마신 건 두 사람만이 아니다. 지난 2월 24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 민주당 경선에서 비문으로 분류되거나 계파색이 옅은 일부 현역 의원들도 낙선했다. 청와대 출신 인사와 문재인 대통령 측근 등이 대거 공천장을 거머쥐며 강세를 보인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당장 유승희 의원부터가 경선 과정에서의 불공정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지난 3월 4일 “당원과 주민들의 신뢰, 믿음이 왜곡됐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경선부정 의혹 규명과 재검표 또는 재경선을 당에 요구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직, 원외 생활까지 포함해 18년간 지역구를 구석구석 다녔는데 이게 말이 되나”라며 “친문·비문 프레임에 걸려든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 중 상당수는 이해찬 대표가 이야기하는 ‘시스템 공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 공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의 갑작스러운 전략 공천으로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말로만 시스템이지 실상은 뒤에서 힘으로 다 밀어붙인다. 앞에다가는 병풍 쳐놓고 뒤에서는 밀실논의 거쳐서 후보자들을 계속 찍어 내리고 올리는 것이다. 결국 또 친문들이 말도 안되는 횡포를 부리는 형국이다. 이번 결과도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이 예비후보 지역구에도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후보가 총선을 준비 중이다.
   
   
   친문 지지자 힘 실은 공천시스템
   
   민주당이 당내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의 논의 등을 거쳐 3월 3일까지 총선 출마 후보자를 결정한 지역구는 전국 253개 중 168곳이다. 단수 공천 지역구 84곳, 전략 공천은 18곳, 경선을 통한 공천은 66곳이다. 이들 지역구에 최종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린 친문 인사들은 적지 않다. 3월 3일 기준으로 경선에서 승리한 청와대 출신 인사만 해도 9명에 이른다.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서울 관악을),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경기 성남 중원), 한병도 전 정무수석(전북 익산을),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서울 성북갑), 최재관 전 농어업비서관(경기 여주·양평) 등이다.
   
   이외에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충북 동남4군), 부산 노사모 대표 출신의 이상호 전 지역위원장(부산 사하을), 문 대통령과 동서지간인 김한수 배재대 부총장을 후원회장으로 둔 강득구 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회 위원(경기 안양 만안) 등이 이번 경선에서의 대표적인 친문 인사들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 떨어진 이종걸 의원실 관계자는 “같은 지역에서 5선을 하면서 생긴 유권자들의 피로감과 지역 개발 완수가 미미했던 점이 낙선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면서도 “친문 지지세력이 단순히 이의제기만 하면 괜찮은데 경선이나 이런 데서 목소리를 내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거엔 동감한다”고 말했다. 경선에서 낙선한 6선 이석현 의원의 지적은 더욱 구체적이다. 그는 “경선에 패배한 사람이 할 말이 뭐가 있겠나”라면서도 자신의 트위터엔 친문 지지 성향을 띤 권리당원 투표 방식에 대해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후보들이 경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모집하는 권리당원은 온라인 당원과는 성향이 많이 다르다. SNS 분위기와 일치하지 않는다” “권리당원 제도는 보완할 점이 3가지 있다. 당비 일시불 납부, 온가족 싹쓸이 모집: 가장이 아내와 아들딸 한 번에 가입시키는 것, 타지역 사람을 선거구에 위장주소”.
   
   이번 민주당 경선은 자동응답(ARS) 여론조사를 통한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시민 투표 50%를 합산, 후보별 가점·감점을 적용해 치러졌다. 이석현 의원의 지적은 권리당원을 이런 식으로 대거 가입시켜 투표하는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권리당원 자체가 친문 성향을 띠다 보니 전체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당규 등에 따르면, 권리당원은 달마다 1000원 이상의 당비를 납부한 당원을 말한다. 이번 경선의 경우 2019년 7월 31일 이전에 가입하고 2019년 2월부터 올 1월까지 6번 이상의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만 참여할 수 있었다.
   
   민주당 안팎에선 권리당원이 친문 성향을 띤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 당원이 대폭 늘어난 건 2015년 말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문재인 당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였다. 그때 문 대표를 지지하는 이른바 친문 지지자들이 대거 유입됐고 그것이 지금의 권리당원의 성격을 결정짓고 당 경선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이 정당법 개정으로 최초로 온라인 당원 가입을 허용하면서 이들의 가입이 용이해진 측면도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전까진 입당 희망자가 중앙당이나 지역당에 입당신청서를 직접 제출해야 했다. 이후 민주당은 ‘100만 당원운동’을 벌였고 권리당원 가입자 수는 2017년 말 기준 120여만명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이번 경선에서 비문으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 일부가 낙선한 것도 결국 이런 권리당원의 표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석현 의원의 경우 시민 투표에선 51% 득표로 상대 후보보다 17%포인트로 앞섰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선 34%를 얻는 데 그치면서 55%를 얻은 상대 후보에게 현저히 밀렸다. 유승희 의원의 경우 일반시민 투표와 권리당원 투표 모두 상대 후보에게 밀렸지만, 그 격차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일반시민 투표에선 상대후보와 24%포인트, 권리당원 투표에선 이보다 더 큰 28%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이런 권리당원 표심은 과거 당내 각종 경선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정치권에선 2016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의 최고위원 선거를 그 시작으로 본다. 당시 ‘문재인 영입 인사’로 발탁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무명에 가까웠지만 권리당원으로부터 60%대 지지를 받고 최고위원직에 오른 바 있다. 그때 최고위원 후보였던 유은혜 의원과는 10%포인트 이상의 득표 차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당내 경선이 있을 때마다 당 안팎에선 “누가 더 친문이고 덜 친문이냐”라는 이야기로 후보 면면을 따지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곤 했다.
   
   야당 한 당직자는 “친문 지지세력을 얻지 않으면 대권으로 가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데, 이번 민주당의 총선 경선도 과거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민주당이 공언해오던 시스템 공천은 오히려 권리당원에 힘을 실으면서 무너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 지난 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1차 경선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현역 프리미엄 앞지른 ‘친문 밀어주기’
   
   사실 이번 경선은 코로나19의 확산 등으로 현역 프리미엄이 더욱 강하게 작용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3월 3일까지 민주당 경선에서 떨어진 현역 의원은 9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현역 의원은 승리해 공천장을 쥐었다. 민주당 한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선거운동은 시민들에겐 위협적으로 비쳐 거의 불가능하다”며 “현역 의원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전화나 문자, 대로변 피켓, 매스컴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만 가능하다”며 “원외인사나 정치 신인이 경선에서 이기긴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재선 이상인 일부 의원들이 경선에서 떨어진 건 ‘현역 프리미엄’보다 ‘친문 밀어주기’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결정한 한 예비후보는 “민주당은 1년 전에 공천 룰을 만들어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지만 지금의 결과를 보면 결국 또 소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분위기”라고 평했다.
   
   민주당 내에선 공천 시스템 등이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개선돼 가는 과도기에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엔 당대표가 제왕적인 권위를 갖고 공천을 모두 결정했다. 완벽한 하향식이었다. 정당의 뒷받침이 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저조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고 상향식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근데 제도라는 것이 허공에서 갑자기 떨어져 안착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조금씩 진화해 가는 거다. 친문 공천 등의 단어는 그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이라 본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든 민주당 스스로가 지금의 시스템이 민심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이 공천 시스템 등 제도를 디자인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이 당심과 민심의 균형이다. 지금 나오는 문제는 민주당이 당심을 우선했다는 이야기인데, 그 심판은 총선에서 나타날 것이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당 시스템은 본선에서의 경쟁력 약화만 불러올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당의 색깔이나 가치관, 기조 등 정당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 당심은 필요하나 지금 민주당은 민심과 당심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과거만 되풀이하는 모습이다”라고 분석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