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 경실련, 민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위장정당 해산 및 논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한국당 즉각 해산과 민주당의 위장정당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3월 3일 경실련, 민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위장정당 해산 및 논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한국당 즉각 해산과 민주당의 위장정당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해 3월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이던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비례대표를 배정하는 계산 방식을 알려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은 산식(算式)이 필요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야당에선 “명칭도 낯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체가 여의도 최대의 수수께끼”라며 “‘국민은 알 필요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오만한 태도”란 비난이 나왔다.

심 대표의 말처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이 주도해 이번 21대 총선부터 적용하기로 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계산식이 매우 어렵다. 지난 총선의 ‘소선거구+정당 비례대표’ 방식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배정이 별개로 이뤄지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배정이 연계가 되어 있어 각 정당별 의석 배정 방식이 복잡하다. 특히 ‘연동률 100%’가 아니라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더구나 연동률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 수 상한선(cap·캡)을 30석으로 제한해서 나머지 17석은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단순 배분하는 병립형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계산이 더 어려워졌다.

이번 총선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 수는 기존과 같이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 등 총 300명이다. 예를 들어 A정당의 정당 득표율이 10%인데 지역구에서 10명만 당선됐다면, 연동형 비례 의석 10석을 보장받게 된다. ‘전체 300명에서 무소속 당선자 등(0명으로 가정)을 뺀 숫자’의 10%(정당 득표율)인 30석에서 지역구 의석(10석)을 뺀 나머지 20석에 50%(연동률)를 적용한 것이다. 각 당의 연동형 비례 의석 총합이 30석을 넘으면 30석 안에서 비율대로 나눈다.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으로 한정한 30석의 나머지 비례대표(병립형) 17석에 대해선 기존 방식대로 정당 득표율(10%)에 따라 단순 배분되어 A정당의 경우 2석(1.7석에서 반올림)이 할애된다.

한편 B정당의 경우 정당 득표율이 30%이고 지역구에서 90명이 당선됐다면, 연동형 비례 의석은 0석이다. 전체 300석의 30%(정당 득표율)인 90석에서 지역구 의석(90석)을 빼면 남는 의석이 없기 때문이다. B정당은 비례대표(병립형) 17석에선 정당 득표율(30%)에 따라 5석이 배분된다. 따라서 A정당의 총 의석 수는 10석(지역구)+10석(연동형)+2석(병립형) 등 22석, B정당은 90석(지역구)+0석(연동형)+5석(병립형) 등 95석이 된다.

지역구 당선 많을수록 연동형 비례석 줄어

이런 방식은 정의당 등 전국적인 지지율보다 지역 기반이 약한 소수 정당에 한층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반면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으면 정당 득표율이 높아도 비례 의석을 챙길 수 없게 된다. 제1야당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전담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이유다. 민주당도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총선 전망이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지난 2월 17일 최병천 전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이 한 인터넷 매체에 실은 ‘4·15 총선, 연동형 마법으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과반이 유력하다’는 글이 화제였다. 이 글에선 각 당의 지역별 판세와 여론조사 등을 기반으로 4월 총선 정당 득표율이 민주당 40%, 미래통합당의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 40%, 정의당 15%, 국민의당 5% 등일 것으로 설정했다. 의석 수 전망은 민주당의 경우 지역구 120석, 비례대표 7석(연동형 0석, 병립형 17석×40%인 6.8석의 반올림)을 합쳐 127석으로 예상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130석과 비례 전담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거둔 비례대표 27석(연동형 20석+병립형 7석)을 합쳐 157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 전 보좌관은 최근에도 페이스북에서 “현재와 같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 위성정당’을 만든 미래통합당에 ‘20석 접바둑’을 제도화한 것과 같다”고 했다. 민주당도 비례 전문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만약 민주당이 비례 전담 위성정당을 만들고 최 전 보좌관의 정당 득표율 예측대로라면, 연동률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30석 중 민주당과 미래한국당이 각각 12~13석, 병합형은 7석 등 양당이 비례대표를 20석가량씩 똑같이 나눠 갖게 된다.

한국갤럽이 2월 18~21일 전국 성인 1002명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양상이 비슷했다.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어느 당을 찍겠는가’란 질문에 민주당 33%, 미래한국당 25%, 부동층 22% 등이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갤럽은 이 조사를 토대로 2016년 총선과 2018년 지방선거의 전국 성·연령대별 투표율과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은 부동층의 최종 선택을 예측해서 분류하는 통계 기법을 활용해 각 당의 총선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을 예측했다. 그 결과, 민주당 40%, 미래한국당 38%였다. 단순 여론조사에선 민주당과 미래한국당 차이가 8%포인트였지만, 보수층이 많은 고령층의 높은 투표율과 부동층에 야당의 잠재 지지층이 많다는 점 때문에 양당 차이가 2%포인트로 줄며 접전 양상으로 변했다.

한국경제신문과 여론조사회사 입소스가 2월 20~21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민주당 내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수치였다. 이 조사에서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5.8%, 미래한국당 28.6%, 정의당 12.2%, 국민의당 8.8% 등이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민주당과 미래한국당 차이가 6.8%포인트였지만 만약 부동층(9.7%)의 다수가 미래한국당으로 쏠린다면 양당의 정당 득표율 차이가 크게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민주당이 비례 전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다면, 비례대표 47석 중 미래한국당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민주당은 10석 미만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게 된다.

“미래통합당에 20석 접바둑 제도화 꼴”

하지만 친여(親與) 세력이 4·15 총선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면서 상황은 훨씬 복잡해졌다. 이에 반발하는 정의당이 민주당과 주요 지역구에서 당 핵심 인사들을 공천하며 결전에 나설 경우, 범여권 정당 간 균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비례민주당이란 꼼수가 벌어질 때 중도층의 급격한 민심 이반이 초래된다”며 “민주당의 지역구 선거 참패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해서 사실상 야권 연대가 이뤄진 반면, 범여권 정당들의 경쟁이 벌어질 경우엔 선거 구도가 여권에 불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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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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