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후보. (우) 미래통합당 김현아 후보.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좌)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후보. (우) 미래통합당 김현아 후보.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 고양정(일산서구)은 여야의 싸움이 치열한 선거구다. 19·20대 총선에서는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국토교통부 장관)이 승리했지만, 17·18대에는 김영선 전 의원이 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 소속으로 승리한 지역이다. 여야가 사이좋게 두 번씩 나눠 가진 지역구다.

하지만 최근 전적을 보면 고양 전체 지역구가 민주당 우위 지역이다.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만이 고양을에서 자리를 지켰을 뿐 나머지 3개 지역구(고양갑, 병, 정)는 모두 진보 정당이 차지했다. 20대 총선에서는 김태원 의원도 패배하면서 고양갑(정의당 심상정), 고양을(민주당 정재호), 고양병(민주당 유은혜), 고양정(민주당 김현미) 등 4개 지역구를 진보 진영이 모두 석권했다.

이번 총선을 앞둔 이 지역의 분위기는 지난 총선과는 또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일산의 최대 화두는 단연 부동산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한 데다 김현미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국토부가 지난해 초 일산과 인접한 창릉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창릉신도시는 일산과 서울 사이에 있는 데다 3만8000가구의 대규모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일산 주민들에게는 ‘공급 폭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고양 전체를 ‘전략공천’ 벨트로 지정했다. 이 중 고양정에는 외부 인사로 영입된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가 투입됐다. 카카오 초기 설립멤버 중 한 명인 이 대표는 지역구 출마를 위해 영입되면서 52만주(약 879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맞서 고양정 지역구 탈환을 노리는 통합당은 20대 총선 비례대표 출신인 김현아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도시계획학 석·박사 학위를 지닌 김 의원은 국회에 몇 명 없는 ‘부동산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젊은 유권자들 “이번엔 사람 보고 찍겠다”

현재 고양정 지역구 분위기는 민주당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용우·김현아 후보 측 모두 동의하는 관측이다. 이용우 후보 선거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쉬운 싸움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역 분위기가 돌아선 것은 앞서 지적했듯이 기존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 때문이다. 실제 창릉신도시 공급이 발표되자 김 장관의 지역구 사무실에는 각종 항의성 민원이 날아들었다. 일산과 파주 운정신도시 주민들은 주말마다 신도시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1월 중순에는 김 장관이 고양시의 한 행사 자리에서 신도시 발표에 대해 항의하는 주민을 향해 “동네 물 나빠졌네”라는 실언을 하면서 불난 여론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일산은 같은 시기 개발된 분당에 비해 집값이 절반을 밑돈다. 1992년 10월 입주할 때 1억2000만원 하던 일산 마두동 강촌동아아파트(전용 84㎡)의 경우 현재 평균 매매가가 4억4000만원 수준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 입주한 분당 서현동 삼성한신아파트(전용 84㎡)는 입주할 때 1억5000만원이었는데 현재 평균 매매가가 11억5000만원에 달한다. 일산 주민들의 박탈감이 심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통합당 양당의 후보를 바라보는 지역 유권자들의 시선은 어떨까. 주엽역 근처의 한 건물에서 악기를 파는 60대 남성 상인 신공호씨를 만났다. “누가 한들 뭐 달라지겠어요. 창릉신도시 취소한다고 하지만 국회의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닐 거고, 사탕발림이라 생각해요. 여긴 베드타운이잖아요. 서울 북쪽이라 기업이 안 들어와요. 근데 분당이나 수원에는 기업이 들어오지. 그래서 일자리가 있어야 해.” 일산에 30년 가까이 거주해 왔다고 밝힌 그는 “우리 지역보다 대한민국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젊은 유권자들은 투표 성향이 뚜렷하지 않다. 최근에는 젊은 유권자들의 민심도 정부·여당에 비판적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역시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한 서울 아파트값 때문이다. 고양정 유권자인 20대 여성 최모씨의 말이다. “예전에는 누군지도 모르고 당만 보고 찍는 게 흔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왔을 때 집값 폭락 등 피부로 와닿는 문제들이 생겼죠. 이제는 인물을 봐야지, 정당을 보고는 뽑지 않을까 합니다. 아예 대안 세력을 지지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이처럼 부동산이 ‘뜨거운 감자’인 지역구이기 때문에 총선에서 맞서는 양당의 두 후보 역시 핵심 화두로 부동산을 꼽고 있다. 얼마 전 고양정 지역구에 단수 추천된 민주당의 이용우 후보는 아직 공약을 준비 중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삼는 모양새다. 일자리를 늘려 이 지역 집값을 끌어올리면서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3월 11일 주간조선과 만나 “나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사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자신을 고양정 지역구로 보낸 것 역시 지역 문제를 풀 사람이라 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 지역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에는 동의하는 면이 있다”면서도 “부동산은 결과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경기 북부가 경기 남부에 비해 막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남부는 영·호남까지 이어지는 통로가 뚫려 있지만, 경기 북부는 휴전선으로 인해 경제적 활로가 막혀 있어 발전이 느리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일산서구의 테크노밸리, 킨텍스 등 이 지역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자연환경이 전국 어디에 비해서도 좋다”고 말했다. 창릉신도시는 분양과 입주까지 최소 7~8년이 걸리고, 주변 인프라 확충까지 계산하면 10년은 있어야 신도시다운 모습을 갖출 텐데 그 사이에 일산을 발전시키면 충분히 지역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지역 발전” vs “창릉신도시 철회”

반면 통합당의 김현아 후보는 창릉신도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지하철 3호선 주엽역 인근에 낸 선거사무소 외벽에 ‘3기 신도시 철회’라는 현수막부터 내걸었다. 김 후보는 주간조선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일산 주민들과 함께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당으로부터 고양정에 ‘보내진’ 이 후보와 달리 김 후보는 이 지역에 자원해 투입됐다. 김 후보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이 의원실에 많이 찾아오셨고 이 지역에 출마를 권유하신 분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 혼자 신도시 계획을 백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2기 신도시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실제 조성이 많이 늦춰진 만큼 일산 주민들과 함께 행동한다면 창릉신도시 조성을 늦추거나 철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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