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전 판사. (우)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 ⓒphoto 뉴시스
(좌)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전 판사. (우)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 ⓒphoto 뉴시스

이번 총선에서 대표적인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동작구을(사당 1~5동, 상도 1동, 흑석동)은 최근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른 곳이다. 이 지역에서 가격이 두 배가 된 아파트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59㎡ 매물은 3년여 전 분양가(6억원대)의 2배 이상인 14억원대까지 호가가 오른 상태다. 비슷한 시기 입주한 인근 롯데캐슬에듀포레도 분양가 대비 아파트값이 배가 됐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투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상가주택도 이 지역구(흑석 9구역)에 있다.

물론 동작을에 속하는 사당 1·2동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초구와 붙어 있지만 부동산 가격은 서초구와 크게 차이가 난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이 지역 구민들은 강남을 따라잡고 싶은 욕구가 유달리 크다는 분석이 많다. 그만큼 빠른 지역 개발을 원한다는 얘기다. 실제 이 지역은 지속적 재개발로 젊은 층의 유입도 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가 선거에 미칠 영향도 관전 포인트다.

이러한 지역민들의 심리를 5선에 도전하는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은 집중 공략하고 있다. 17대 때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한 나 의원은 18대 서울 중구를 거쳐 19·20대 때 동작을에 정착했다.

지하철 7호선 남성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나경원 후보 사무실과 마주치게 되는데 벽면에 ‘강남4구 일류동작을 완성하겠다’는 글귀가 현수막에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동작구도 강남에 버금가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만 이곳에 터 잡고 살아온 토박이들에게는 아파트 가격 폭등이 마냥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예로부터 이곳은 노들나루라고 불리며 서울에 들어서는 관문이었다. 과천, 시흥을 통해 충청과 호남 지방에서 올라오는 물품들이 서울로 들어오기 전 마지막 짐을 점검하는 곳이었다. 또 서해 바다와 한강을 거슬러 호남 지역의 특산물이 이곳에서 모였다. 이런 교통 요지라는 환경 때문인지 이 지역에 한번 들어오면 그냥 눌러사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3~4대가 터 잡고 살아온 경우도 꽤 된다. 서울 여타 지역구에 비해 호남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특징이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고 현재 사당역 근처에서 사업을 하는 토박이 출신 한 유권자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 아마도 내 자식은 이곳에서 살지 못할 것 같다”며 “서민들은 서서히 밀려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개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곳이 강남에 바짝 붙어 있는 이 지역구의 특성이다.

‘네거티브 공격’ 얼마나 잘 막느냐가 관건

사실 동작을은 여당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지역구이다. 원내대표를 지낸 야당의 거물이 버티고 있지만 민주당 지지세가 원래 상당한 곳이기 때문이다. 동작구청장 선거에서도 최근 네 번의 선거 중 세 번을 민주당이 이겼고, 구의원은 현재 17석 중 9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동작을 탈환을 위해 뛰어든 나경원 의원의 최대 경쟁자는 더불어민주당 전략후보로 결정된 이수진 전 판사이다. 이 전 판사는 지난 1월 민주당에 영입인재 13호로 입당했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도 한때 이 지역 출마 가능성이 검토됐지만 결국 이수진 전 판사 투입이 결정됐다. 신중하게 후보를 고른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만큼 이 지역이 여권에 갖는 상징성은 크다.

이 전 판사가 사실 이 지역에 특별한 연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직 여성 판사를 내세워 여성 대 여성의 구도를 만들어 승부를 걸어 보겠다는 여당의 전략이 이 전 판사를 이곳에 출마하게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이 전 판사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성장했고 ‘양승태 대법원’에 저항했다는 개혁 성향까지 앞세우면서 ‘개혁 대 보수’ ‘흙수저 대 금수저’의 대결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 여당의 기본 전략으로 보인다.

나경원 의원의 경우 여당 입장에서는 가장 떨어뜨리고 싶은 0순위 후보로 꼽힌다. 나 의원이 원내대표로 대여 공격 선봉에 나서면서 서로 감정이 크게 상한 탓이다.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살면서 기자 등으로 활동했던 A씨는 동작을의 승부는 “나경원 의원이 네거티브 공격을 얼마나 잘 방어하는지가 결정지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편 김재호 판사가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사건을 일부러 미뤘다’ ‘아들·딸이 부정입학했다’ 등 가족까지 겨냥하는 극심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사학비리’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나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A씨는 “선거가 임박하면 이러한 공격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대 생산될 것이 뻔하다”며 “나 의원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막아내느냐가 변수다”고 평가했다.

현재 이 지역구에서 나 의원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나 의원이 길 가다가 나이 많은 어르신을 만나면 꼭 손을 잡고 인사하는 태도 때문에 특히 노년층에서 인기가 높다”는 등 우호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지역 내 여권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나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반감이 그대로 묻어나기도 한다.

장진영 동작갑 옮겨, 양자대결 진검승부 가능

나 의원을 넘어야 하는 도전자 이수진 후보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공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이 지역에서 터 잡고 뛰어온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이번에 전략후보에 밀려 경선 기회도 얻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반발이 크다. 강희용 민주당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16년간 동작을은 낙하산 공천과 그 후유증으로 선거에서 번번이 패배했다”며 “우리 후보를 우리(지역 당원)가 왜 못 뽑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이 지역구는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천 갈등에 대한 피로가 쌓인 곳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선 정동영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가 ‘셀프 전략공천 논란’을 빚은 뒤 정몽준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에게 패한 바 있다. 또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는 허동준 당시 지역위원장이 기동민 전 서울시 부시장 전략공천에 반발해 큰 분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23년 친구 사이를 갈라놓은 ‘패륜공천’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다만 이수진 후보에게 희소식은 바른미래당 소속이었던 장진영 변호사가 옆 지역구인 동작갑 미래통합당 후보로 지역을 옮겼다는 점이다. 20대 총선에서 나경원 의원이 43.4%의 득표율로 당선할 때 허동준 민주당 후보는 31.45%, 장진영 국민의당 후보는 24.54%를 각각 얻었다. 장진영 후보가 승부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는데 옆 지역구로 옮겨 가는 바람에 민주당 후보로서는 일대일 진검승부가 가능해졌다.

나 의원 입장에서도 이 지역에서는 진검승부를 각오해야 한다. 나 의원이 처음으로 당선된 2014년 재보궐선거에선 고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48.69%를 얻으며 나 의원과 1.21%포인트 차로 낙선했다. 불과 1000여표 차이였다. 이때도 3위인 김종철 노동당 후보의 득표율(1.40%)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만큼 이 지역에서 진보성향 유권자의 벽이 두껍다는 얘기다.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통합당 양당 후보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어 진보·보수 유권자들이 결집하면서 큰 승부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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