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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5 총선]  ‘청년팔이’에 무너진 ‘청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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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99호]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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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청년팔이’에 무너진 ‘청년정치’

▲ 지난 2월 26일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다 ‘청년에게 공정한 경쟁기회 부여’를 촉구하는 미래통합당 청년조직 대표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내 주적이 민주당인지 미래통합당인지 헷갈리게 되더라. 전·현직 의원 가릴 것 없이 보이지 않는 음해가 여기저기서 들어왔다. 서로 ‘형 동생’ 하는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 시·구의원들 인맥, 지역 유지들과 관(官)에 뻗어 있는 인맥을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 중앙당과 공관위에서 후보에 대한 레퍼런스를 체크할 때도 지역 시당에 ‘자기 사람’을 갖고 있는 쪽 중심으로 흘러갔다. 자기 조직과 인프라를 갖춘 전·현직 의원들이 달려들어 나 같은 정치초년생을 깎아내리면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내부 총질을 견뎌내는 게 가장 고달팠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영남권 지역구에 출마하려다 컷오프된 한 청년후보(만 45세 미만)의 하소연이다. 공관위와 당내에서는 초창기 그에게 공천을 줄 것 같은 기류가 흘렀지만, 결국 그의 지역구에는 전직 의원 출신 70대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그에게 국회의원 선거 첫 경험은 상대 당 후보와의 경쟁보다 같은 당 ‘어르신들’을 이겨내야 하는 싸움이었다. 그는 “아쉽지만 현실이 이런데 별수 있겠느냐”며 “이번 총선 공천에서 젊은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천하람(34) ‘젊은보수’ 대표는 미래통합당 후보로 전남 순천시갑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호남권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유일한 미래통합당 청년후보다.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도전하는 그는 벌써부터 여러 ‘검은 유혹’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지역구 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돈을 써야한다는 조언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또 ‘돈을 써서 호의적인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그런 유혹부터 받아야 하는 우리나라 정치현실이 안타까웠다.”
   
   
   “돈 주면 지역구 조직 만들어주겠다”
   
   천 대표는 “멀쩡한 역사인식과 시민의식으로 호남에서도 인정받는 보수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천 대표는 변호사 출신으로 대구가 고향이다. 하지만 ‘앞으로 보수의 블루오션은 호남에 있다’는 생각에 순천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요즘 ‘순천 출마 보수 청년정치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그의 정치 도전 자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과 싸워야 했다. 천 대표는 “나의 뜻과 비전을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돌아오는 질문은 ‘당원이 몇 명 있냐, 얼마나 동원할 수 있냐, 젊은보수 대표는 급이 얼마나 되는 사람이냐’ 같은 것들이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도 그가 호남 지역구 출마를 결심하는 데 한몫했다. “호남에 나가서 정치인이 되어야 ‘장식’으로 한 번 사용되고 마는 청년정치인 처지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수의 불모지인 호남에 청년정치인이 제 발로 뛰어들면, 중앙당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하고자 하는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녹록지 않은 정치현실에 고심하고 있던 때 천 대표는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과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전 새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당시 박형준 위원장은 천 대표에게 “여기(미래통합당) 들어와서도 정체성을 잃지 말고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활동하면 된다”며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지난해 7~8월 각 정당들의 공천룰이 확정되기 전부터 주목받은 것은 이번 총선에서 얼마나 많은 청년후보들이 공천을 받을지 여부였다. 더불어민주당과 당시 자유한국당은 청년후보에게 각각 20%와 30%의 가산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조국사태’를 겪으며 생긴 586기득권 정당 이미지를, 한국당은 누적되어온 ‘꼰대정당’의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청년 공천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두 정당은 앞다퉈 청년·정치신인 후보를 우대해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각 당의 공천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지금, 청년후보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의당과 몇몇 소수정당을 제외한 거대 양당에서 유의미한 청년 공천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통합당의 경우 다수의 현역 중진의원들이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직접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현역 물갈이’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물갈이만 있고 제대로 된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미래통합당은 현재 총 226개 지역구 중 12곳을 청년공천지역으로 정했다. 3월 12일 현재 배현진 전 MBC앵커(송파을),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노원병 당협위원장(노원병), 신보라 미래통합당 의원(경기 파주갑) 등 공천이 확정된 30대 후보는 총 12명에 불과하다. 이번 총선에서 기존에 공언했던 ‘청년 우대 공천’을 사실상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청년 공천 실패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미래통합당의 이른바 ‘청년벨트’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청년후보들을 앞세운 ‘퓨처메이커(FM) 청년벨트’를 만들었는데, 여기에 선정된 지역구들이 대부분 험지로 꼽히는 곳이어서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래통합당 공관위가 ‘청년벨트’로 정한 지역구는 경기 수원정·광명을·의왕과천·남양주을·용인을·화성을·파주갑·김포갑 등 8곳으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당선된 곳이다. 미래통합당은 이 지역구에 16명의 ‘퓨처메이커’ 후보들이 경선을 진행하도록 했다. 다른 지역구 공천에서 이미 탈락한 후보들도 있어서, 사실상 지역구에 아무런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본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까지 나왔다. 이런 탓에 ‘학도병 차출’ ‘최전선 총알받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비판과 함께 기존에 지역을 닦아오던 예비후보들로부터도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경기 수원정 예비후보 임종훈 전 당협위원장 등 6명은 지난 3월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벨트 지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기존에 당협위원장 등을 맡으며 지역구에서 기반을 닦아온 예비후보들이 공관위의 ‘청년벨트’ 지정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될 상황이 생기자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 지난 2월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더드림 청년지원단 기자간담회에서 김해영 단장(최고위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photo 연합

   청년들이 반발하는 ‘청년벨트’
   
   청년벨트에 속해 있는 신보라 최고위원 역시 지난 3월 3일 “청년들을 험지로 보내면서 우선추천도 아닌 경선을 하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면서 기존 예비후보들과는 정반대 이유를 들면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경선을 치르지 않게 우선추천을 해달라는 취지였다. 신 위원은 앞서 인천 미추홀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공천에서 탈락한 바 있다. 결국 신 위원은 다음날인 3월 4일 파주갑에 우선추천을 받아 공천이 확정됐다. 청년벨트와 관련해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자 같은 날 이석연 미래통합당 공관부위원장은 “청년벨트에 아무나 끌어들인 것은 아니다”라며 “청년벨트가 험지는 아니다. 청년후보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언론에서 비판하지만 그렇지도 않다”고 해명했다.
   
   김세연 공관위원은 이런 반발을 미리 예상한 듯 지난 3월 1일 미래통합당 청년후보들을 따로 불러 간담회를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은 청년후보들에게 “이 지역구들이 기성정치인들이 나가면 험지인 것은 맞지만, 여러분들이 나가면 꼭 험지라고 할 수만은 없다. 젊고 괜찮은 보수 후보가 나왔을 때 충분히 경쟁해볼 수 있는 곳들”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미래통합당의 한 청년후보는 “의도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험지만 모아둔 건 청년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결정이었다. 최소한 한두 지역은 상대적으로 편한 곳을 넣어놨어야 ‘총알받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았을 것”이라며 “너무 촉박하게 기획하고 지역구를 끼워넣다 보니, 총선이 한 달 남은 시점에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지역구로 가라고 한다. 후보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 청년후보는 또 “홍준표, 권성동을 쳐내고 있는 마당에 우리에 대한 문제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겠지만, 디테일에 좀 더 신경 썼다면 괜한 잡음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청년 우대’ 약속을 어긴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이번 공천에서 친문·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은 반면 정치 신인에게 돌아간 기회는 극히 적었다. 안민석(4선)·이인영(3선)·김태년(3선) 의원 등 586운동권 세대 다선 현역 의원들은 공천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천이 확정된 민주당 내 20~30대 후보는 5명에 그친다. 경선을 거쳐 공천을 따낸 20~30대 후보는 단 한 명밖에 없다. 민주당은 청년 우대 공천은커녕 ‘친문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처지다.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2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2020 국민 앞에 하나’에서 청년당원과 함께 강령을 낭독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명망가 내리꽂는 공천의 반복
   
   청년정치와 이른바 물갈이는 역대 총선마다 주문처럼 되풀이되어온 수사였다. 하지만 총선 때마다 각 정당에 어떤 청년이 영입되는지만 주목받을 뿐, 제대로 된 청년 정치인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청년들은 당의 ‘청년 친화적’ 이미지 구축에 소모되기만 해왔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제대로 된 정치 경험이 없는 명망가를 지역구에 ‘내리꽂는’ 모양의 공천도 청년정치인들의 의지를 꺾는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받은 한 청년후보는 “나는 그나마 공천을 받았지만,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사실 자유한국당 시절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이들”이라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그들은 청년이라고 무시받기 싫어서 2억~3억원씩 빚을 져가며 사무실을 구하고 현수막을 건다. 대부분 연장자인 시·구의원이나 지역구 당원들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려고 그런다고 한다. 그렇게 돈과 시간을 지역구에 갈아 넣어도 그 지역이 고향인 어느 전직 고위공무원에게 공천을 뺏기는 일이 허다한 게 현실이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청년정치인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정당마다 갖추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경우 1892년 설립된 ‘대학생위’에서 청년들에게 정치·재무·커뮤니케이션 등 인턴십을 제공하고, 중앙당 당직자나 공화당 관련 회사 직원으로 보내기도 한다. 대학생위를 거치면 청년위에서 실무 교육을 받는다. 미국 민주당 역시 이와 같은 대학생위, 청년위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청년정치인들의 행보가 활발하다. 프랑스의 에두아르 필리프(48) 총리는 31세에 르아브르 부시장으로 시작해 40세에 르아브르 시장직에 올랐고,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올해 만 33세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23살부터 오스트리아 인민당 청년위원장으로 시작해 국무장관, 외무장관을 거쳐 30세에 총리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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