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격전지 중 하나다. ⓒphoto 각 후보 선거캠프
전남 목포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격전지 중 하나다. ⓒphoto 각 후보 선거캠프

전남 목포 신도심 내 ‘백년대로’에는 이 지역에서 출마하는 세 정치인의 선거사무실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다. 경쟁구도를 상징하듯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후보의 선거사무실과 민생당 박지원 의원의 선거사무실은 마주 보고 있고, 이곳에서 800m 떨어진 곳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선거사무실이 있다.

전남 목포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거구 중 하나다. 목포에서 ‘내리 3선’을 해온 민생당 박지원 의원(4선)과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후보, 정의당 윤소하 의원(초선) 등 진보 진영 정치인 3명이 맞붙는 격전지인 탓이다. 세 후보는 나름 차별화된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김원이 후보는 여당의 공천을 받았지만 개인적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박지원 후보는 대표적인 호남 정치인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겸비했지만 낮은 정당 지지도가 약점이다. 윤소하 후보는 정의당에서 원내대표를 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렸지만 ‘소수정당’의 한계가 뚜렷하다.

진보 진영 후보 간 삼파전이 펼쳐지는 목포는 최근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3월 16일 전남 목포 상동에 있는 민생당 박지원 후보의 선거사무실에서 선거 간담회가 열렸다. 선거를 준비하는 지역구 관계자들과 박 후보 지지자들이 모인 자리였다.

민생당 박지원 후보 “이낙연을 대통령으로”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이번 목포 선거는 전라남도 출신 ‘이낙연 대통령’을 만드느냐, 영남 대통령을 만드느냐 선택하는 선거”라면서 “이낙연 전 총리의 당선을 위해 종로로 전화 많이 하시라. 꼭 대통령을 만들자”고 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지지자들을 향해 “제가 ‘이낙연’ 하면 ‘대통령’ 3번만 외칩시다!”라고 했다. 민생당 점퍼를 입은 후보가 경쟁 당의 선대위원장이자 후보를 꼭 당선시키고 대통령으로 만들자며 구호를 외치는 모양새는 분명 낯설었다. 박 후보의 선거사무실 내에도 이낙연 전 총리와 찍은 사진 두 장이 연달아 걸려 있었다. 박 후보의 이런 ‘이낙연 대통령’ 전략을 두고 목포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본인에 대한 물갈이 바람과 민생당의 미미한 존재감에 위기의식을 느껴서 ‘이낙연 장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의 장점으로는 단연 대중적 인지도가 꼽힌다. ‘정치는 잘 몰라도 박지원은 안다’는 목포 주민들도 있다. 목포 신도심에서 만난 정모(28)씨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박 후보가 방송이나 라디오에서 워낙 말을 재미있게 해서 그가 나오는 건 챙겨 보는 편”이라고 했다. 박 후보 역시 “20~30대를 만나보면 70~80%는 나를 안다. 이 젊은이들은 뉴스나 신문이 아닌 ‘마리텔’이나 ‘이동욱 토크쇼’에서 나를 봤다고 한다”며 자신의 인지도를 자평했다.

다만 박 후보가 소속된 ‘민생당’에 대해 회의적으로 평가하는 목포 시민들도 있었다. ‘어차피 곧 없어질 당’이라는 것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바람과 ‘호남 홀대론’이 설득력을 얻었던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지원 후보의 경우 국민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민생당으로 당적이 수차례 바뀐 탓에 피로감을 느끼는 목포 시민들도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 박 후보를 뽑았다는 목포 주민 최모(59)씨는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을 밀어주려고 한다”면서 “집권당이 된 만큼 힘을 실어줘야 목포가 좋아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박 후보 선거캠프는 이러한 상황을 ‘박지원=프로 정치인’이라는 인물론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앞세웠다. 박 후보 선거캠프 사무실 밖에 걸린 현수막에 적힌 문구도 ‘믿는다 박 프로’ ‘예산 프로’ ‘일자리 선수 박지원’이었다. 박지원 선거캠프 관계자는 “목포 내 민주당 지지율이 높긴 하지만 결국 선거는 ‘인물론’으로 갈 것”이라면서 “지역을 위해 실질적으로 힘 있는 정치를 해낼 수 있는 박지원이 선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김원이 후보 ‘새로운 사람’ 전략

이러한 박 후보와 반대로 민주당의 김원이 후보는 ‘당의 힘’은 얻고 있는 반면 낮은 인지도로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해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도 정치 신인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김 후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앙당에서 대면 접촉하는 선거운동 중단을 내리기 하루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중단했다”면서 “시민 안전이 최우선이라 중단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 후보는 또 “선거는 결국 인지도 싸움인데 박지원 후보의 지역 내 인지도가 어마어마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지역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으니 당 조직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김 후보는 목포에서 태어나 초·중·고 시절까지 보냈다. 이후 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보좌관 등을 지내며 정치 감각을 키웠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경력도 갖고 있다. 그의 최종 이력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평소 입고 다니는 선거용 점퍼 뒷면에도 이 이력을 새겨놨다. 선거를 처음 경험하는 정치 신인으로서 ‘서울 정무부시장’이라는 유력한 이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한편에서는 ‘서울 사람’의 이미지를 풍기는 역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지원 선거캠프 관계자는 “김 후보를 ‘박원순의 남자’로 받아들이는 목포 시민들도 있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런 한계를 ‘새로운 사람’에 대한 열망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원이 선거캠프 관계자는 “지역 유권자들의 ‘새 얼굴 새 사람’에 대한 요구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김 후보 역시 “새롭고 젊은 리더를 요구하는 기대감이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를 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했다. 실제로 3월 18일 목포시민신문이 의뢰해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김원이 후보는 41.6%로 26.0%를 얻은 박지원 후보를 앞서고 1위를 기록했다. 정의당 윤소하 후보는 17.3%였다.

김 후보는 국회에서 보좌관 생활을 오래한 덕에 박 후보와 개인적으로도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 선거운동을 하는 와중에도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런 둘의 관계 때문인지 김 후보는 ‘세대교체’라는 표현보다 ‘역할 교대’라는 순화된 표현을 강조했다. “앞선 세대의 고생은 존중하되, 그 역할을 교대할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정의당 윤소하 후보는 여론조사상 지지율에서는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목포 내 정의당 조직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윤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목포시 내 정의당 당원만 수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18대, 19대 총선에 목포에서 도전하며 지역 내 기반을 닦아왔고, 정의당 원내대표를 지내며 정치인으로서의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린 것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윤 후보 선거캠프는 민주당 김원이 후보의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와 민생당 박지원 후보의 노쇠한 이미지의 공백을 윤소하가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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