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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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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의당 비례 사퇴자의 폭로 “계파 정치 멈춰라!”

▲ 법률사무소 ‘마중’의 김용준 변호사.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김용준(34) 변호사가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힌 건 지난 3월 16일이었다. 그는 당원 게시판 등에 “현 지도부에는 자정능력이 없다고 확신했다. 이제 부정한 흐름을 눈감기보다는 미약하게나마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며 사퇴하는 것이 청년 후보로서의 책무라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김 변호사는 젊은 나이에 산재 전문 법률사무소를 직접 설립, 운영하며 수천여 건의 산재 소송을 도맡아왔다. 시민사회에선 이런 그에게 적지 않은 지지를 보냈고, 그는 자신이 정의당에서 산재노동자 권리신장 등에 힘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정의당 산재특별위원회 위원장, 비례대표 예비후보 활동을 하면서 이런 생각은 조금씩 줄어들었다고 한다. 급기야 그는 3월 20일 탈당계까지 제출했다. 그 주 일요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법률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정의당이 겉보기엔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당내 계파 유지를 위한 정치만 한다”고 지적했다.
   
   
   계파들 자파 비례대표 청년 후보 각축
   
   김 변호사가 정의당 당원으로 가입한 건 2017년이다. 산재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임하기 시작한 그는 적지 않은 제도적 문제에 직면했고, 이를 국회와 정당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산재 심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함이나 노동자에게 행해지는 공단의 부적절 행태 등은 변호사 개인이 건드릴 수 없었다. 그래서 정의당에 가입했고 여러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내가 도움을 줄 테니 같이 개선해보자는 권유도 했었다. 정의당이 국내 유일 진보정당이지 않나.”
   
   하지만 정의당은 그때마다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한 법안 논의도 전무했다고 한다. 이에 김 변호사는 올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아예 자신이 직접 국회에 진출해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것은 결국 그의 탈당만 앞당겼다고 한다. 그는 “후보 등록을 준비하면서 보니 겉보기와는 많이 다르더라. 정의당은 다수 계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때부터 시작됐던 NL(민족해방)계, PD(민중민주)계 등의 계파 경쟁이 아직까지도 물밑에서 보이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다. 지역 시도당을 중심으로 뭉친 당원들이 또다시 점조직을 만들어 계파 간 힘겨루기도 하고 있는데, 당내 일각에선 “정의당의 이런 계파 경쟁이 중국 춘추전국시대와도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그는 정의당이 이번 비례대표 후보 명단 1·2·11·12·21(22)번에 청년 후보를 배치하는 청년할당제를 도입한 것도 결국 이들 계파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청년할당제는 심상정 대표가 1년 반 전부터 주장해 왔지만 당내 다수 계파가 이를 계속 반대했다. 근데 이들이 입장을 바꾼 건 노회찬 의원이 서거하고 8000명 이상의 시민당원이 새롭게 당에 가입하면서다. 당내에선 이들 당원이 기존 계파를 물갈이할 것이란 이야기가 제기됐다. 이를 의식한 당 지도부와 기존 계파는 전략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청년할당제를 활용하기로 결정한 측면이 크다. 올 초 전국위원회의에서 청년할당제가 의결된 배경이다. 이들은 자기네 진영에 있는 청년 후보를 상위권으로 밀어서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동안 당내 각종 경선 때마다 청년 후보들이 가져가는 득표율은 평균 3~4%에 불과했고 실제 청년에 대한 당내 관심도 적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이를 반대로 이용하면 조금만 표를 몰아줘도 자기네 후보를 금방 상위권에 올릴 수 있다. 가령 A후보 앞으로 500표를 몰아 10위 자리에 올렸더라도 그 앞에 청년 후보가 없으면 곧바로 1번 후보가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다수의 청년 후보들이 이번 비례대표 명단 상위권에 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청년 후보들 면면을 보면 비례대표 3번인 강은미 후보와 4번 배진교 후보의 경우 각각 광주·전남과 인천 지역에서의 조직적 지원을 받았는데, 여기엔 당에 아직 잔류 중인 NL의 표 몰아주기가 있었다는 것이 김 변호사와 탈당 당원들의 설명이다. 5번 이은주 후보는 민주노총과 당내 ‘공감연대’라는 조직에서 지원했고, 10번 양경규 후보는 당내 대표 주류 인사로 PD의 지지가 있었다는 후문도 있다. 김 변호사는 “1번 류호정 후보의 경우 당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서울시당의 지원이 있었다. 서울시당은 작년까지 ‘함께서울’이 차지하고 있다가 ‘공감연대’가 탈환했다”라고 말했다.
   
   
   당이 내친 임한솔·신장식도 계파 때문
   
   현재 정의당원만 볼 수 있는 당원 게시판엔 ‘뽑힐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당 장악 음모 중단하라’ ‘계파별 후보 정리’ 등 이번 공천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적지 않다. 단순히 김 변호사만의 주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번에 정의당은 당원과 시민선거인단 투표를 합산해 비례 순번을 결정했는데, 당내 계파 지지를 받았던 것으로 거론된 후보들은 대부분 당원 득표율이 시민선거인단 득표율보다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비례 1번 류호정 후보가 비판을 받는 건 대리게임 논란도 있지만 그가 쌓아온 경력과 자질 등을 고려했을 때 과연 국회의원이 될 만한 청년인 거냐는 의구심이 들어서이다. 이런 숱한 문제를 낳은 본질적 이유는 결국 당내 계파의 밀어주기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또 “정치권에서 계파의 존재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청년을 위한, 더 나아가 청년 정책 입안을 위한 제도가 이런 식으로 기성세대에 의해 좌지우지되다 보면 진정한 의미의 청년 정치는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임한솔 전 부대표 제명, 비례대표 후보 6번이었던 신장식 변호사에 대한 사퇴권고 조치도 결국 계파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신장식 후보의 경우 무면허 운전이라는 위법성이 크긴 했지만 둘 모두 뚜렷한 계파 지지가 없던 측면도 있다. 임 전 부대표의 비례대표 후보 출마 의사는 수용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한다. 지난 1월 후보 등록 후 당 지도부 면담 자리에서 들은 말은 “우린 계파가 있어서 당내에서 활동했던 사람이 아니면 당선권에 들기 어려울 수 있다”였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방해 공작도 적지 않았다. 정의당의 한 지역 도당위원장과 김 변호사의 대화 녹취 내용 등에 따르면 도당위원장은 “당 간부가 전화가 왔다. 김 변호사 추천을 취소해달라고. 나도 사실 그분과 친한 건 아닌데 어떻게 할 수가 없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당 당내에선 한때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는데, 반대 이유 중 하나도 결국 계파 지키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군소정당과 연합하다 보면 외부 당원들이 대거 들어오고 자신들이 미는 후보를 국회로 진출시키기도 어렵다고 판단한 거다.”
   
   최근 정의당에선 이런저런 이유 등으로 탈당 당원이 속출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3월 셋째 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의당 지지율도 2년 만에 최저치인 3.7%를 기록했다. 김 변호사는 아직 정의당이 개선될 여지는 있다고 본다. “당내 지식인들이 아직 많다. 여기에 관심을 갖고 개선하고자 주의를 기울인다면 변화할 수 있다. 정치 지형상 정의당의 역할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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