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현희 후보(왼쪽)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 미래통합당 박진 후보(오른쪽)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후보(왼쪽)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 미래통합당 박진 후보(오른쪽)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시 강남구 양재천 남쪽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강남을’ 지역구는 머릿속에 그려지는 강남 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의 모습과는 약간은 결을 달리하는 곳이다. 그냥 ‘보수의 텃밭’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곳이다.

서민들이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지역이면서도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이라는 구룡마을이 위치한 곳이기 때문이다. 또 세곡동의 경우 서민들의 보금자리주택이 몰려 있다. 강남은 분명하지만, 서민의 애환도 상당한 곳이 이 지역구다.

이곳은 재선의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 지역구다. 보수의 텃밭에 진보 성향 후보가 24년 만에 깃발을 꽂아 화제가 됐었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전 후보는 강남 교두보를 지켜야 하고, 미래통합당은 당연히 권토중래해야 할 곳이다.

미래통합당은 보수의 아성을 되찾을 공격수로 외교·안보 전문가 박진 전 의원을 선택했다. 그는 ‘정치 1번지’ 종로에서만 내리 3선(16~18대)을 한 중량급 정치인이다. 박 후보는 외시 출신에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이기도 하다. 이에 맞서는 전현희 후보 역시 ‘첫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라는 경력을 자랑한다. 학력과 경력으로는 두 후보 모두 누구나 인정하는 스펙이라 이들의 승부에 관심이 뜨겁다.

누가 ‘위례과천선’ 숙원 적임자?

현재 이곳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교통과 주택 문제다. 위례신도시와 개포 재건축으로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 출퇴근길 교통이 불편해졌고, 종부세 등 갑자기 늘어난 세금에 큰 부담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주민들의 이러한 불만을 해결할 적임자가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현안이 ‘위례과천선’ 역 신설 문제다. 역이 신설되면 당장의 교통난 해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전현희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지난 3월 31일 오전 분당선 대모산입구역 부근 사거리에서 만난 전현희 후보는 “위례과천선은 제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2년 만인 2018년에 국가시행사업으로 확정되었다. 2019년에는 국토교통부의 광역교통비전 2030에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단기간에 국가사업으로 만든 것은 큰 성과”라며 “서울시 용역까지 마쳤다”고 강조했다.

전 후보가 이러한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된 것은 아니어서 불만을 가진 시민들 역시 많은 게 사실이다. 전 후보가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 후보 역시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당장 역 위치가 확정되기를 원하겠지만 이는 4년 만에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굉장히 빠르게 압축적으로 추진해 사업의 기틀을 만들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언제쯤 확정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사실상 확정되어서 올해 말 국토부에서 최종적으로 역을 정할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또 “나의 공약을 (이번에 당선돼) 내가 완성하게 해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도전자 박진 후보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3월 31일 오후 분당선 개포동역 인근 상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하던 박 후보는 위례과천선 추진에 대해 “말만 있는 것이지, 실질적으로 된 것은 없다”며 “‘어디에 역을 만들 것인가’ 등이 결정된 바 없고 아직 용역 중”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4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약속에 비하면 실질적 성과가 미흡하다”며 “(당선이 되면) 투명하면서도 정직하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후보는 흔히 여당 후보가 예산 확보에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여당 의원이 해결하지 못하면, 야당 의원이 나서는 것이 오히려 빠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박원순 시장이 고등학교 동기”라며 “서울시, 국토부를 설득하는 데 4선 의원의 경륜과 인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부지런히 지역주민들에게 인사하던 박 후보를 향해서는 ‘종로 의원’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박 후보에게 ‘종로’라는 각인이 아직도 강하게 따라붙고 있는 듯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박 후보는 “원래 ‘강남 스타일’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미 주소를 이곳으로 옮겨 강남 주민이 되었다”고 했다. 또 “1975~1983년까지 서울대 관악산 캠퍼스에서 공부할 때 강남에서 살았다”며 “강남의 시작과 명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원래 종로 분들이 강남으로 많이 옮기셨다”며 이곳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종로에서 쌓은 경험도 강조했는데, “(종로 의원 시절) 종로에 신분당선이 들어서도록 협의를 시작했고, 영세민 아파트를 철거해 자연환경 복원을 통해 수성동 계곡을 친환경적으로 복원했다”며 “문제를 해결해본 사람이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전 후보 역시 ‘강남 사랑’을 강조했다. 유세 중인 전 후보의 가슴에는 ‘해바라기’ 꽃이 붙어 있다. “왜 하필 해바라기냐”라고 묻자 “오직 강남을 지키겠다는 ‘강남 바라기’를 상징한다”고 답했다. 과거 19대 총선 당시 정동영 의원과 당내 경선에서 맞붙어 떨어졌을 때 당에서 다른 곳으로 전략공천을 제안했지만 “강남을 지키겠다”며 불출마 선언을 할 정도로 강남만을 바라봐왔다는 설명이다. 전 후보는 또 “나는 이곳에서 주민과 소통한 지역일꾼”이라며 박진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세금정책 개선은 한목소리

교통 문제와 더불어 이곳 주민들의 관심사는 부동산 세금 문제다. 박 후보와 지역 시장을 돌아다닐 때 만난 한 시민은 “종부세, 재산세 등이 너무 올라서 너무나 힘들다”며 “이건 서민 죽으라는 것이다”라고 항의했다. 이러한 불만에 박 후보는 “세제를 개편해 세금폭탄에서 해방시켜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 공약으로는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가를 합리화하고 종부세 감면, 재건축 규제 철폐, 분양가상한제 폐지, 초과이익 환수제 등 징벌적 부동산 정책을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세금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전 후보 역시 비슷했다.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한다는 정부 부동산 정책의 큰 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1가구 1주택을 장기보유한 경우 본인들은 십 년 넘게 같은 지역, 같은 아파트에서 살아온 죄밖에 없는데 정부가 한순간에 투기꾼 취급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합리적으로 세금을 감면해 선의의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고 공약했다.

강남은 교육에 대한 관심도 뜨거운 곳이어서 교육 공약 경쟁도 뜨겁다. 전 후보는 “지역구 거의 모든 학교를 직접 방문했다”며 “교육 1번지라고 불리는 대치동을 뛰어넘는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 역시 “아이들 교육에 특히 관심을 쏟겠다”며 “세곡지역 중학교 신설, 세곡디지털밸리 조성으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육아·보육지원 시설 및 정책 확대를 통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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