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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호]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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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투표율 높으면 진보 승리? 코로나19와 투표율의 함수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 재외국민 투표율은 23.8%를 기록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 재외 유권자 17만1959명 가운데 4만858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 발표 후 언론에는 ‘재외국민 투표율 역대 최저치’라는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2012년 재외국민 투표가 실시된 후 40% 아래 투표율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최저 투표율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국내 총선 투표율도 비상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뒤따랐다.
   
   
   재외국민 실질 투표율 지난 총선보다 상승
   
   정말 그럴까. 투표율은 투표자수를 선거인수로 나눈 값이다. 문자 그대로 계산한 투표율은 23.8%가 맞다. 그러나 이번 재외국민 투표는 25개국 41개 재외공관의 선거사무가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8만여명이 재외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상태에서 치러진 것이다. 총 재외 유권자 중 투표 참여가 불가했던 이 8만여명을 투표율 계산의 분모에서 제외하면 ‘실투표율’은 약 44% 정도가 된다. 20대 총선의 재외 투표율 41.4%보다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공식 집계된 재외국민 투표율은 역대 최저였지만 실상은 이와 달랐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여건이 가능한’ 재외 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각국별 재외공관이 집계한 투표율을 보면 이 점이 더 명확하게 읽힌다. 인도네시아 재외선관위가 집계한 투표율은 52.7%, 태국은 46.7%, 싱가포르는 63.9%로 동남아 지역의 경우 모두 지난 20대 총선보다 재외국민 투표율이 상승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투표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일반의 우려는 우선 재외국민 투표에서 빗나간 셈이다. 선거사무가 정상적으로 기능한 국가들의 경우 재외국민의 ‘총선 참여율’은 과거보다 더 높았던 것이다.
   
   선거가 임박해지면 가장 많이 주고받는 질문 중 하나가 ‘투표율’이다. 투표율이 이전보다 오를지 내릴지, 얼마나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각자 ‘나름의 근거’를 바탕으로 투표율이 어떻게 될 것 같다고 어림짐작도 한다. 그래도 한 걸음 더 객관적 전망에 다가설 수 있는 지점들을 짚어보자.
   
   일단 ‘사전투표제 도입 후 선거 투표율은 계속 상승했다’는 명제다. 사전투표제는 2013년 도입됐다. 전국 단위 선거로 처음 적용을 한 2014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은 11.5%였고, 2016 총선은 12.2%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2017 대선에서는 26.0%로 급등했고, 2018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20.1%를 기록했다. 선거일 전에 2일간 지역에 상관없이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제는 확실히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 당일 여러 사정상 투표를 하기 어려웠던 유권자들에 대한 투표 참여 기회가 확대되면서 제도 도입 이전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올랐다. 선거 종류별로 구분해서 보면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표1>을 보면 알 수 있다.
   
   
   투표율 끌어올리고 있는 사전투표제
   
   제도가 정착하면 이용이 확산하고 보편화하기 마련이다. 각종 선거의 투표율은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며 계속 하락하던 추세였다. 이런 추세의 반전에 사전투표제도가 기여했을 것이라는 점은 반론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3월 23~24일 만 18세 이상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응답자의 72.7%가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20대 총선의 같은 조사에서는 수치가 63.9%였다. 이 조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지난 총선보다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갤럽의 지난 3월 조사에서 ‘사전투표’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26.7%였다.
   
   이번 총선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는 ‘코로나19’다. 즉 “코로나19에 덮인 선거판, 무쟁점·정치혐오만 쌓인 선거에 굳이 투표를 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금 이 부분을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다. 재외국민 투표에서는 (실질투표율 기준으로) 코로나19가 투표율을 낮췄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었지만 국내 상황은 미지수다. 투표일 직전 코로나19의 확산 상황이나 유권자 개개인의 우려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변수 외에도, 이번 4·15 총선에 대해 선거 과정 전반이 정치를 희화화하고 비례 위성정당 꼼수들로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는 선거판이 되었다는 지적은 이제 일상어가 되었다. 미래는 닫아놓고 조국 전 장관 살리기 논란, 구(舊)적폐와 신(新)적폐를 막아야 한다는 쌍방 비난은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눈을 돌리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투표율 올릴까 내릴까
   
   코로나19 대응과 후속 조치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지난 3년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와 심판론 같은 선거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해외에서 코로나19가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의 방역 대응은 상대적으로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수직 상승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한 후에도 언론의 헤드라인에서 선거 관련 기사들은 코로나19 기사에 묻히고 있다. 선거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해보고, 후보들 면면을 살펴보고, 투표의 방향을 고민하는 진지한 선거가 어려운 상황이다.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추측하는 근거들은 대략 이런 요인들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추론이다. 다만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지는 결국 선거를 치른 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투표율과 관련한 또 다른 논점은 ‘투표율 고저로 선거 판세를 가늠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투표율 변수를 정당별 유불리로 계산하는 셈법은 세대 투표 현상과 연령별 투표율 격차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세대 투표 현상이 확연해진 시기를 보통 2002년 대통령 선거로 본다. 당시 노무현이라는 ‘새로운 정치인’에 환호한 2030세대와 안정지향 성향이 강한 5060세대의 지지(이회창)가 극명하게 엇갈렸고, 부자(父子)간 지지 후보가 다른 세대 대결 지형이 형성됐다. 이에 따라 중간지대에 낀 연령층의 선택이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는데 그것이 각 세대의 투표율이었다.<표2>
   
   보수적 성향이 강한 장년층은 투표율의 변화 폭이 작았다. 항상 높은 투표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유권자 구성 비율에서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가 비슷하더라도 투표율에서 차이가 컸기 때문에 항상 진보진영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이야기했다.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20대와 50대의 투표율 격차는 두 배가 넘었다. 당시 전체 투표율은 46.1%였다.
   
   하지만 당시보다 투표율이 12%포인트나 상승한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20대 투표율은 8년 전보다 24.6%가 상승한 반면 50대의 투표율 변화는 0.5%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좀 더 가까운 19대 총선과 20대 총선의 연령별 투표율 변화를 비교해 봐도 역시 연령대가 낮은 쪽의 투표율 상승 폭이 컸다.
   
   

   기존 통설 통하지 않을 가능성 커져
   
   진보-보수, 좌-우의 대결이 반복되어온 선거 구도에서 늘 높은 투표율을 보였던 장노년층의 투표율은 큰 변화가 없는 상수(常數)로 작용했다. 즉 전체 투표율의 높고 낮음은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정도가 좌우해 온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것이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낮으면 보수가 유리하다’는 통설이다.
   
   2017년 대선이나 2018년 지방선거도 이전 동일 선거에 비해 투표율은 올라갔고 세대별 투표율 격차는 줄어들었다. 사전투표제의 도입, ‘투표는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사회적 인식 제고와 함께 청년층의 투표 참여가 크게 늘면서 연령대별 투표율 격차가 선거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면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자. ‘투표율이 오르면 혹은 내리면 어느 당이 유리할까?’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가, 높으면 진보가 유리하다’는 통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코로나19 사태가 투표 행동에 영향을 줄 경우 어느 쪽에 영향을 더 크게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감염 시 위험도가 높은 고령층이 ‘코로나19 총선’ 투표장을 굳이 찾지 않는다면 전체 투표율이 낮아져도 보수가 불리할 수 있다. 반면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의 걱정이 투표율 저하로 나타날 수도 있어 셈법이 복잡해졌다.
   
   
   코로나19보다 ‘투표 동기’가 변수
   
   유례없는 비상사태를 몰고 온 코로나19가 선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비상사태 속의 일상생활’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마스크를 쓴 채 외출하고 있고, 공공 건물은 출입자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또 눈만 옆으로 돌리면 곳곳에 손소독제가 비치돼 있을 정도다. 코로나19라는 문제가 특정 계층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고 간주한다면 이번 총선 투표율은 코로나가 아니라 ‘투표 동기’가 결정적 변수가 되지 않을까.
   
   세대별 투표율이나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의 강도 같은 외적 변수만으로 투표율과 유불리를 계산하는 정치는 허무하다. 어느 나라든 높은 투표율을 보인 선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2004년 총선의 투표율은 이례적으로 60%를 넘겼다. 2000년 이후 5차례의 총선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당시 총선은 ‘탄핵 총선’이라 불렸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반발한 유권자들의 이른바 ‘분노 투표’가 역대급 투표율의 동인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 승리를 거뒀다. 이웃 나라 홍콩은 지난해 말 치른 구의원 선거에서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투표율은 70%를 넘겼고 범민주계가 사상 처음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친중파(親中派)를 밀어냈다. 홍콩 민주화시위, 중국공산당의 지배를 받는 홍콩 행정부에 대한 심판 선거였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코로나19 한복판에서도 한국의 재외국민들은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선거사무가 정상 작동한 국가들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각자의 어떤 내적 동기가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유권자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72.7%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18~29세 52.8% △30대 71.3% △40대 77.0% △50대 73.8% △60대 83.8% △70세 이상 82.5%였다. 3040세대의 투표 참여 의향이 지난 총선 당시 같은 조사와 비교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진보진영 사수’로 이번 총선을 규정한 3040세대의 결집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연령대별 투표율 조사 결과에서 두드러진 부분은 20대의 투표 의향이 크게 낮다는 점과 50대가 30~40대보다 투표 참여 의향이 낮았다는 점이다. 청년세대 소외를 심화한 정치, 진보-보수 양 진영에 모두 실망한 50대의 고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 영향을 고심하는 정치권과 달리 6070세대의 투표 의향은 충만하다. 그러나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들이 모두 투표장에 가지는 않는다. ‘투표는 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게 하는 동력은 ‘투표를 해야 할 이유’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장막에 가려진 4·15 총선의 투표율은 ‘왜 투표해야 하는가’를 설득하는 힘과 진정성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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