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왼쪽)와 미래통합당 태구민(태영호) 후보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왼쪽)와 미래통합당 태구민(태영호) 후보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강남갑은 고학력·고소득층 비율이 높아 ‘찐 강남’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지역구다.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강남병(대치동·삼성동·도곡동 등)과 달리 압구정동·청담동·신사동을 낀 이곳은 기업인이나 은퇴한 자산가가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 산다는 자부심이 높고 보수적 정서가 강한 곳이다.

강남갑이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 관심지역이 된 것은 미래통합당이 탈북 외교관(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의 태구민(태영호) 후보를 공천해서다. 아직 북한 출신이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경우는 없어 신변경호를 받으며 생활해온 그의 출마 자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곳은 원래 통합당 이종구 의원이 3선(17·18·20대)을 일군 곳이지만 이번에 이 의원은 경기 광주로 자리를 옮겼고 태 후보가 대신 후보 자리를 차지했다. 이 후보가 태 후보 지지연설을 하는 등 큰 잡음 없이 지역 조직도 넘어갔다.

로버트 김의 친동생, 김성곤 후보

지난 20대 총선에 이곳에서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는 비록 이종구 의원과의 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45.18%의 지지를 끌어내 선전했다. 김 후보는 4선 의원(15대 전남 여천, 17~19대 전남 여수갑)으로 국회 사무총장까지 지냈다. 지난 총선 낙선 후 지역위원장으로 지역 탈환을 위해 뛰었다. 지난 4월 6일 오후 언북초등학교 인근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던 김성곤 후보는 “4년 동안 지역을 꾸준히 챙겼다”며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두 후보는 가능하면 지역개발 이슈를 중심으로 자신들이 “강남을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주장하지만, 양 후보의 독특한 이력 때문에 주변의 관심은 안보 이슈에 쏠리고 있다.

김 후보의 친형은 우리 측에 북한 잠수함 관련 군사기밀을 넘겨 오랜 고초를 겪은 전 미국 해군 정보국 분석관 로버트 김(김채곤)씨다. 실제 지역주민들 중 몇몇은 ‘로버트 김의 동생’으로 김 후보를 기억했다. 김 후보 역시 “애국자 로버트 김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인연을 강조하며 “대한민국의 안보를 맡길 수 있는 검증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며 “나야말로 검증된 안보 후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원래 로버트 김은 김 후보 지원을 위해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에 오지 못하고 영상 등으로 동생을 돕고 있다.

김 후보는 친형의 석방·구명 운동 경험을 소개하며 “17대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하며 남북 대치 상황에서 미국이 정보를 주지 않으면 깜깜이가 되는 현실을 보았다”며 “자주적으로 안보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말 안보가 중요하면, 제대로 검증된 내가 적격이다”라며 “통합당은 단지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태 후보를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자신은 “원래 종교·평화 운동을 했다”며 “종교 간 갈등보다 심한 것이 이념 갈등인데, 이러한 극한 대립을 멈추려고 (진보가 당선이 어려운) 강남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태 후보, ‘강남스타일’ 춤추며 거리감 없애

같은 날 저녁 역삼초등학교에서 만난 태구민 후보는 ‘탈북민’이라는 거리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움직였다. 미국, 일본을 포함한 외신까지 가세한 기자들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을 했다. 외신 기자에게는 영어로 답변을 했고, 지나가던 어린아이가 “‘강남스타일’ 춤을 춰 달라”고 즉석에서 요청하자 “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고 외치며 즉석에서 말 춤을 보여주기도 했다. 비록 북한 출신이지만, 영국 등 오랜 서구 생활로 미디어에 친숙한 모습이었다.

기자가 즉흥적으로 던진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변했는데, “태 후보가 당선되면 남북관계가 나빠진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직설적으로 답변했다. 태 후보는 “내가 당선되어야 통일이 빨리 온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북한 엘리트들의 우리(남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풀려야 통일이 온다”며 “탈북민이 국회의원, 기업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북한 주민의 생각이 바뀐다”고 말했다. “왜 꼭 (다른 곳이 아닌) 강남에서 당선되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는 “북한 사람들이 대부분 아는 곳이 강남이다”며 “대한민국 중심 심장부 강남에서 당선되어야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 “태 후보가 당선되면 전쟁 난다”는 일각의 주장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안보를 제대로 모르는 주장”이라며 “한국이 지금까지 평화가 유지된 것은 주한미군에 기초한 한·미 동맹과 어떠한 북한의 도발에도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국민들의 의지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이 정부의 굴종적 대북정책으로는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말 한마디 못 한다”며 “강남의 자존심에 맞는, 자존심 있는 외교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약했다.

태 후보는 지역주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경제 이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였다. ‘탈북자’라는 틀에만 갇혀서는 불리하다는 전략으로 읽혔다. 실제 “만나본 시민들이 무엇에 관심을 많이 갖느냐”는 질문에 “불공정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과세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과도한 세금과 재건축 규제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그는 틈틈이 경제 공약을 이야기하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형식으로 유세를 진행했는데 비판의 강도는 셌다. “현 정부는 규제로 시장경제의 혈관을 막아 버렸다”며 “망가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통합당이 압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식이었다.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김성곤 후보의 생각도 비슷했다. 김 후보는 “강남의 경우 종부세에 대해 불만이 높다”며 “합리적인 종부세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라고 소개했다. 투기목적 없는 1주택 실수요자의 세금부담을 완화하고 소득원 없는 은퇴자의 담세능력을 고려하여 60세 이상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의 종부세 공제율 확대를 강구하겠다는 것이 공약이다. 강남권에 출마한 집권 여당 후보들 역시 종부세 문제에 대해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 등 공동 대응을 약속한 상태다.

강남 역차별 한목소리

두 후보는 강남이 오히려 차별을 받아 생활시설이나 개발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데에도 같은 생각이었다. 김 후보의 경우 “강남이 부자 동네라고 하지만 막상 와보면 강남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강남에 절대 부족한 노인복지, 체육시설 등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차 공간 부족으로 불만이 높은 지역 특성을 이야기하며 “학교 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어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학교는 그 수입으로 시설을 개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태 후보는 “재건축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대단히 노후화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시급히 재건축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건축을 투기로 보지 말고, 미래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보아야 한다”며 “스마트시티로 재건축하면 경제 성장 동력이 생기고 일자리도 확충된다”고 주장했다. “강남에도 20~30대 청년들이 원룸에서 힘들게 살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의 근간을 바꾸어서 규제를 풀면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도 했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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