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세종시 인근 도로를 뛰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 두번째), 기자(왼쪽 첫번째)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10일 오전 세종시 인근 도로를 뛰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 두번째), 기자(왼쪽 첫번째)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4월 1일 전남 여수에서 시작해 서울 광화문 입성을 목표로 하루 30km씩 달리고 있다. 이는 안 대표가 선택한 4.15 총선 유세 방식으로 ‘4·15 총선 희망의 달리기’라 불린다. 아침 10시에 시작해 10km씩 두 번을 뛴 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머지 10km를 뛰는 방식이다.

기자는 총선 사전 투표가 시작된 지난 10일 안 대표와 함께 달리며 동행 취재했다. 첫 10km구간과 나머지 구간의 절반 가량인 15km 정도를 함께 뛰면서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는 형식이었다.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40대 기자가 달려보니 15km가 한계로 느껴졌다. 지난 10일은 세종에서 출발해 천안까지 달리는 코스였다. 이날까지 안 대표는 총 311km를 뛰었다.

기자들이 달리는 안 대표를 만나면 “왜 달리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데 그의 대답은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비슷했다. 이날도 안 대표는 기자에게 “정치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한 것이다. 정치 불신이 큰 국민에게 몸으로 보여 주겠다”며 “마라톤만큼 정치인의 체력과 정신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달리기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적당한 유세 방식이라는 논리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정치인이 먼저 지켜야 한다”는 말도 했다. 그는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상황에 가장 최적화된 선거운동 방식이 달리기”라고 했다.

오전 20km를 마치고, 얼음찜질 등 치료를 받으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안 대표.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오전 20km를 마치고, 얼음찜질 등 치료를 받으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안 대표.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것이 일하는 정당의 선거 방식”

 

안 대표의 달리기는 ‘캐스팅보트의 힘’을 달라는 자기 방식의 호소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 후보만 내놓았다. 안 대표는 “총선에서 14~15석을 확보해 비례 대표 제 1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번 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제1당의 행방뿐만 아니라, 캐스팅 보트를 쥘 제3당의 출현 여부다. 정의당은 작년 선거법 개정으로 10석 이상의 비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비례정당(더불어시민당)이 만들어지고, 열린민주당까지 뛰어들면서 입지가 줄어들었다. 진보 성향 유권자의 선택 폭이 넓어져, 정의당의 몫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안 대표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총선이 정권심판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기존 정당에 실망한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구도다. 안 대표와 나눈 대화를 보면 그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잠시 멈춘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안 대표의 상태를 확인 중인, 아내 김미경 교수(왼쪽). ⓒphoto 이정현 기자
잠시 멈춘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안 대표의 상태를 확인 중인, 아내 김미경 교수(왼쪽). ⓒphoto 이정현 기자

- 달리다 보니, 안철수만 주목받는다.

“우리 비례대표 1번(최연숙 동산병원 간호부원장) 후보가 대구 동산병원에서 현장 지휘하고 있다. 선거를 위해서라면 당에 나와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겠지만 최 후보에게는 그것이(병원에서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일하는 정당이다.”

 

- 국민의당을 뽑으면 무엇이 달라지나.

“일하는 국회가 되고, 정치가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된다. 최악이라는 20대 국회의 재판을 막을 수 있다.”

 

- 문재인 정권이 잘못한 것 3가지를 이야기해 달라.

“(웃으며)3가지는 더 되는데….”

 

- 큰 것만 이야기하면.

“우선 인사문제다. 만나보고 내말 잘 듣는 사람만 쓰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정치가 하향 평준화되었다. 또 너무 이상에 사로잡혀 있다. 현실에서 (적용이)안 되면 과감히 바꾸어야 하는데 고집을 피우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그렇다.”

 

- 미래통합당은 왜 대안이 안 되나.

“제대로 혁신을 해야 한다. 과거를 반성하고 어떤 것을 고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그냥 뭉개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국민들이 마음을 안 주는 것이다.”

 

“양쪽 아킬레스건 퉁퉁 부었다”

 

함께 뛰어 보니, 현재 안 대표의 유세 방식은 여러 면에서 ‘단식’과 닮았다. 단식은 시작보다 끝마치는 것이 어렵다. 달리는 전 과정이 유튜브로 생중계 되고 있어, 이제 와서 포기할 수도 없다. 단식 투쟁은 초반에는 큰 관심이 없다가,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극단적인 순간에 의미를 갖는다.

 

- 힘들지 않나.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부딪혀서 많이 부었다. 피가 고이다 보니 다른 발에 힘을 준다. 양쪽 아킬레스건이 퉁퉁 부었다.”

 

- 완주할 수 있나?

“해야 한다. 기어서라도(완주할 것이다).”

 

체력적 한계가 다가오고, 누가 봐도 그만하는 좋겠다고 이야기할 정도가 되어야 그의 말이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상당수 언론사들이 현재 경기도 인근에서 안 대표를 기다리는 이유다.

그 즈음에 보도할 그림이 나온다고 보는 것이다.

안 대표를 기다리다 저서에 싸인을 받는 지지자(오른쪽).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안 대표를 기다리다 저서에 싸인을 받는 지지자(오른쪽).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기어서라도 완주할 것”

 

서울 신촌로타리 인근 ‘국민의당’ 당사 건물 벽에 안 대표의 대구 의료 봉사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은, 그 사진이 주는 진정성 때문이다. 안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그 내용 보다는 진정성이 감성적으로 전달될 때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예컨대 대구 자원봉사 상황을 이야기하며 “어느 할머니가 ‘가슴이 아프다’고 해서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줄 알았는데, 남편이 죽었는데 장례식도 못가서 그런 것이었다”는 체험을 털어놓다가 갑자기 그의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안 대표가 꿈꾸는 나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보좌진의 부축을 받고 절뚝거리며 걸으면서도 “행복한 국민,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 제대로 일하는 정치(국민의당 3대 지향점)”라고 감정이 격해진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러한 진정성을 향후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에 따라 국민의당 성적표가 달라질 것이다.

안 대표와 달려 보니 짧은 거리라도 함께 뛰는 지지자들이 꽤 있었다. 퀵 보드를 타고 따라 오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자동차 도로를 달려야 해서 안전에도 문제가 있었으나, 경기도를 넘으면 지지자들과 함께 뛰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한다. 만약 영화 ‘포레스트 검프’와 비슷한 장면이 향후 연출되면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를 수도 있다. 함께 달리고 싶다는 이들이 구름처럼 몰려오는 모습이다. 안 대표는 “같이 뛰시는 분들이 많았다. 전국적으로 수십 명이나 됐다”고 했다.

동행 취재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아내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가 함께 뛰는 모습이었다. 원래 김 교수는 남편의 정치 참여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안 대표와 대구 의료 자원 봉사도 함께 했고, 달리기도 중간 중간 함께 하고 있다. 달리는 중간에 대구 봉사 당시 열악했던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는데, ‘우리 사회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남편의 생각에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교차로에서 잠시 쉴 때는 남편의 다리도 주물러 주면서, 어떻게든 완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안 대표의 국토 종주를 함께 하는 국민의당 당직자들은 대다수가 20~30대 청년들이었다. 안 대표가 창업한 안랩의 V3백신을 쓰면서 성장했던 젊은이들이 그를 포레스트 검프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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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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