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교통관료 출신 당선자. (왼쪽부터) 맹성규 전 국토교통부 2차관(현 의원), 정일영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 ⓒphoto 뉴시스
21대 총선 교통관료 출신 당선자. (왼쪽부터) 맹성규 전 국토교통부 2차관(현 의원), 정일영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 ⓒphoto 뉴시스

4·15 총선에서 교통관료 출신들이 대거 원내 입성에 성공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교통 공약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과 2차관(교통차관)을 지낸 맹성규 의원(인천 남동구갑)을 비롯해, 국토부 교통정책실장과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지낸 정일영(인천 연수구을), 서울시 교통기획관·도시교통본부장·행정1부시장을 차례로 지낸 윤준병(전북 정읍시고창군) 등 전문성을 갖춘 교통관료 그룹을 대거 보강했다. 4년 전인 2016년 20대 총선 때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교통관료 출신 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던 것과 천양지차다.

정치권과 관가(官街)에서는 ‘바퀴’로 불리는 교통관료 출신들이 집권 여당 당적을 달고 대거 여의도에 입성하자 “김경욱 전 국토부 2차관까지 당선됐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충북 충주시에서 현역인 이종배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밀려 고배를 마신 김경욱 전 2차관은 국토부에서 철도국장, 교통물류실장, 2차관을 차례로 지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국토부 출신으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2차관을 지낸 김희국 전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을 지낸 송석준 의원(경기도 이천시)이 각각 당선됐지만, 각각 해운과 건설 쪽으로 교통 쪽과는 거리가 있다.

21대 총선에서 원내 입성에 성공한 민주당 교통관료 그룹은 초·재선에 불과하지만, 지역구에서 거물급 후보들을 제치고 원내 입성에 성공한 터라 나름 발언권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첫 입성한 맹성규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전략공천된 유정복 전 인천광역시장을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정일영 전 인천공항 사장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측근으로 공천파동 주역인 민경욱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전 원내대표)과 치열한 3파전을 거친 끝에 당선됐다.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 역시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한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를 꺾고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전문성을 갖춘 교통관료 그룹이 여당에 대거 수혈되면서 민주당의 교통 공약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펴낸 ‘정책공약집’에서 수도권 표심을 겨냥한 교통 공약을 대거 선보였다. 대중교통비 20% 절감을 위한 알뜰교통카드 보급, 광역교통 혼잡지역에 ‘BTX(버스전용 고속차로)’를 구축해 출퇴근 소요시간 30% 단축, 오는 2023년부터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운행을 통한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 시스템 구축 등이 민주당이 내세운 대표 교통 공약이다. 이 밖에 북한 영공 통과 국제항공로 개설 및 남북 철도·도로 연결 추진 등 한반도 교통물류망 연결도 민주당의 대표 교통 공약 중 하나다.

특히 국토부 교통관료 출신 당선자를 두 명(맹성규·정일영)이나 배출한 인천의 경우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다. 민주당은 인천에 걸린 13석 가운데 11석을 석권했다. 민주당은 정책공약집에서 인천광역시를 위한 지역별 핵심공약으로 GTX-B 노선(인천 송도~여의도~서울역~남양주 마석)의 신속한 착공 및 조기 개통을 비롯해,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선(부평구청~석남) 조기 개통 및 제2경인선, 5호선 연장(방화~검단·김포 연장)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중 ‘GTX-B 노선’은 인천 연수구을(송도신도시)이 지역구인 정일영 당선자가, 1호선 구로차량기지의 경기도 광명 이전사업과 연계해 ‘인천~시흥~광명’을 광역철도로 연결하는 제2경인선은 인천 남동구갑이 지역구인 맹성규 의원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공약이다. 정일영 당선자는 선거공보에서 ‘GTX-B 노선 2020년 하반기 기본설계 완료와 2021년 조기 착공 및 2026년 완공’이라는 시간표를 못 박았다. 2018년 재보궐선거 때 제2경인선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맹성규 의원은 이번에도 ‘제2경인선 조기 착공과 월곶~판교선 급행열차 인천논현역(수인선) 정차’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토교통위 경쟁 예고

교통관료의 대거 원내 입성에 알짜 상임위라고 불리는 국토교통위 입성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고된다. 지난 4·15 총선 직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대표 강지원 변호사)가 각 정당의 후보자들을 상대로 당선 시 희망 상임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과 통합당을 비롯한 각 당의 후보들은 희망 상임위로 국토교통위를 가장 많이 꼽았다. 국토교통위를 선호하는 여야 후보들은 2순위 희망 상임위였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를 지목한 후보들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았다. 20대 국회에서도 국토교통위에 속한 여야 의원(30명)은 국회 16개 상임위 가운데 가장 많다. 이에 민주당 교통관료 출신 3인방이 경쟁이 치열한 국토교통위에 입성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통관료 출신들이 국회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려면 국토교통위 배정이 필수인데, 알짜 상임위인 국토교통위 쿼터를 이들 초·재선 의원들에게 순순히 내어줄 리가 없어서다.

역대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상임위 배정은 경력이나 전문성과는 별반 상관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한국철도대(현 한국교통대) 총장과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미래통합당 소속의 최연혜 의원(비례대표)은 국토교통위가 아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활동했다. 2018년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민주당 맹성규 의원(전 국토부 2차관) 역시 생뚱맞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지난해 야당 몫인 후반기 국토교통위원장 자리를 놓고 같은 당 3선 중진인 박순자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다투는 볼썽사나운 장면도 연출한 바 있다. 결국 박순자 의원(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을)은 국토교통위원장 프리미엄을 갖고도 소위 ‘조국 수호대’를 자처한 민주당 김남국 후보에 패해 4선 도전에 실패했다.

이에 교통관료 출신 초·재선 3인방 역시 국토교통위 입성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맹성규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선호하는 희망 상임위로 1순위는 외교통일위, 2순위는 보건복지위”라며 “국토위는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일영 당선자 측은 “희망 상임위는 국토교통위와 교육위원회”라고 꼽았다. 윤준병 당선자는 “개인적으로는 국토위, 행안위, 농해수위에서 일해 보고 싶다”면서도 “(전북)도내 당선자들과 협의해 팀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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