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6일 오전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2020년 4월 16일 오전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미래통합당 안팎이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앉히는 문제로 시끄럽다. 김 전 위원장 영입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의견이 많지만, 그가 요구하는 ‘전권’에 대해서는 ‘과도하다’는 의견도 많다. 김 전 위원장은 전권을 주지 않으면 ‘굳이 맡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전 위원장이 전권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가 전권을 잡으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일단 김 전 위원장은 속도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과거 김 전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대화 중 “지금 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는 말을 자주했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가 전권을 요구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짜르’라고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전 위원장이 전권을 잡으면 그는 중도층 흡수에 당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되면서 문재인 대표로부터 전권을 받은 후 보인 행보들을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당시 비대위원장 취임 후 북한의 자체 궤멸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고, 한·미 FTA를 추진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했다. 민주노총을 방문해 쓴소리를 날려 관계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한 당시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며 의원들이 진행하던 필리버스터를 중단시켰다. 당시 야권 지지층이 필리버스터에 박수를 보내고 있었으나 김 전 위원장이 이를 막아선 것이다. 이에 필리버스터 강행을 주장하는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에게 "이러다가 선거 망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고 호통쳤다는 이야기는 정가에서 유명하다.

당시 그의 노선은 명확했다. 핵심 지지층만 가지고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낡은 운동권 문화와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는 공언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전권을 갖고 중도층을 흡수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김 전 위원장이 미래통합당을 이끌게 되면 그 행보도 다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파로만은 절대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중도층을 끌어들이려는 행보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당내 강경보수파들과의 갈등이 불가피한데, 김 전 위원장은 이런 가능성 때문이라도 전권이 본인에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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