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패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시계 제로의 미궁에 빠졌다. 지난 4월 28일 전국위원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의결했지만, 앞서 당헌 개정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않았다. 통합당 당헌은 부칙에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비대위원장으로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임기와 실질적 권한을 요구해온 김종인 내정자로서는 8월까지 임기 4개월의 관리형 비대위원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김 내정자는 언론에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의 배경은 무엇이고, 통합당의 대안은 무엇일까. 전국위 하루 전인 지난 4월 27일 국회 사무실에서 만난 조경태 최고위원은 다음 날 벌어질 일을 나름 예상하고 있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조 최고위원은 줄곧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부산 사하을에서 당선돼 여야 통틀어 최연소(51세) 5선 고지에 올랐다.

- 내일(4월 28일) ‘김종인 비대위’ 추인이 가능하다고 보나. “비대위 기한을 못 박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걱정하는 당원들은 민생당의 ‘제2의 손학규 체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그렇게까지야 되겠느냐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제어할 장치도 없다. 전당대회를 언제까지는 열 것이다라는 계획이 안 나오면 (기약이 없다). 지금 내년 3월까지 (비대위 체제로) 한다는 것도 심재철 원내대표의 말이지, 본인(김종인 내정자)의 말이 아니다. 언제까지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준비가 다 되면 떠나겠다는 것인데, 사람의 욕심에 따라서는 계속 준비 중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허점이 너무 많다. 설마 그렇게 하겠느냐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지만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그 정도로 욕심이 없다면 굳이 기한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할 이유가 없다. 정말 욕심이 없다면 언제까지 당을 정상화하고 그만두겠다고 왜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나. 비상대책위는 짧을수록 좋다. 비상은 정상이 아니라는 것 아닌가.”

- 내년 3월까지의 비대위 체제가 길다고 생각하나. “왜 그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비대위의 본질에 맞지 않다. 비대위면 거기에 맞게 가야 한다. 우리의 운명을 왜 외부에 위탁하나.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자력으로 힘을 길러야 한다. 330만명의 당원이 똘똘 뭉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리더십이다.”

- 그럼 당 전당대회를 언제 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인가. “전당대회를 빨리 열어서 당을 정상화하자는 것이 내 입장이다. 전당대회를 빨리 치러서 새로운 지도부를 빨리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 민주당은 8월에 치른다. 우리도 8~10월 사이에는 해야지, 민주당보다 너무 늦거나 공백 기간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헌 당규가 그렇다.”

- 김종인 내정자가 이야기한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 대선후보는 누구일까. “기본적으로 김종인 내정자가 개인 자격으로는 킹메이커를 할 수 있다. 내가 누구를 키우겠다고 개인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당 대표나 위원장의 권한으로 누구를 지정하는 것은 아주 편파적인 것이다.”

- 김종인 내정자는 대선후보를 만들어놓고 물러나겠다는 것 아닌가. “(국민들이) 얼마나 오만 불손하게 느끼겠는가. 대통령 후보는 당원과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국민과 당원의 역할을 왜 개인이 하나. 독단적인 도깨비 방망이가 있는 것이 아닌데. 그랬으면 지난 선거에서 이기도록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본인이 공천권을 가지지 않아서 책임이 없다는 것인데, 그러면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왜 맡았나.”

- 1970년대생 이야기는 왜 나오는 것이라고 보나. “당이 젊어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대선주자는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오만과 불손이다. 겸손하지 못한 발언이다. 우리가 패배한 이유 중 하나다. 누구든지 나이와 관계없이 국민과 당원의 지지를 얻는 사람이 대선주자가 되는 것이 상식 아닌가.”

- 내년 3월까지는 대선주자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현실적인 대안이 없지 않나. “패배주의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다른 당 사례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처음부터 지지도가 높은 것이 아니었다. 대세론을 가진 다른 후보가 있었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라마틱하게 후보로 선출되었다. 얼마든지 새로운 사람이 나올 수 있다.”

- 김종인 내정자가 당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나. “그분이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런 정당에 왜 왔나. 이것은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반성하고 스스로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좋다.”

- 김종인 비대위가 무산된다면 비대위원장 대안은 있나. “흠결이 없는 분들 가운데 박찬종 전 의원도 있고, 당내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다. 임시 비상대책위원회로 가야지 상시는 안 된다. 내년에 시도지사 보궐선거 가능성이 있는데, 비대위가 만들어지면 거기에 줄 안 서겠나. 비대위는 권력화하면 안 된다.”

- 차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보나.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누구든지 정권 교체를 위해 자신이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선주자로) 나와서 공정하게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당 대표 혹은 비대위원장의 역할이다. 임의로 그냥 정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당신이 해’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 총선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패배 이유가 뭐라고 보나. “부산은 지난 20대에 비해 이번 21대가 성적이 좋았다. 부산에 (보수당) 막대기만 꽂으면 된다는 것은 옛날 이야기다. 부산은 승리했지만 서울에서는 졌는데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겸손하지 못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를 못했다. 공천 과정에서 오만했다. 또 말실수가 많았다. 심판론만 있었고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 5선에 성공한 비결이 뭔가. “정치는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최선을 다해서 진실되게 주민들에게 다가서면 지역 주민들이 변함없이 성원을 한다. 부산을 해양특별시로 만들겠다는 약속에 주민들이 힘을 실어주었다.”

- 원내대표에 출마하나. “(주변에서) 기대를 많이 하는데, 내 역할이 있으면 어떤 역할에도 헌신하겠다.”

- 당 대표 출마도 고민 중인가. “전당대회가 정상적으로 치러진다면 당을 개혁하고 혁신하겠다는 그런 뜻을 가지고 있다. 나는 계파가 없다. 계파가 없는 정치인으로 어디 눈치 볼 것이 없다. 만 51세 5선은 여야를 통틀어 최연소다. 그런 역할(당 대표 등)을 맡으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정당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 홍준표 전 대표 등 탈당 4인 복당 문제는. “그분들 당선을 축하하고, 복당 문제는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한다.”

- 황교안 전 대표는 (복당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것은 그분의 말씀이고….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면 복당 절차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보수 후보로 보나.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야당 세력이 작은데 세를 모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을 민주당이 미리 알았다고 생각하나. “(민주당에서) 아니라고 하니 진상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의심이 간다. 만일 알고도 숨겼다면 명백한 관권 선거다.”

키워드

#인터뷰
이정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