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는 ‘동물국회’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몇몇 초선 의원이 두드러진 활동을 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치원 3법을 주도했고,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문재인 저격수’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의 경우 초선임에도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공약을 거의 도맡아 만들었다. 6월 5일 개원하는 21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초선 의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때마침 21대 국회 초선 의원은 총 151명으로 전체 의석수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이 숫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로 187명의 초선 의원들이 배지를 달았던 17대 국회 이후 가장 많다.<표1 참고> 132명의 초선 의원들이 활동했던 직전 20대 국회에 비하면 20명 가까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원내 1, 2당에 해당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포함)의 경우 초선 의원 비율이 각각 46%(82명), 56%(58명)이다. 초선 의원들이 국회를 주도할 수적 기반은 마련된 셈이다. 초선 의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향후 각 당의 방향성도 점쳐볼 수 있다.

민주당의 경우 가장 특징적인 점은 친노 또는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새로 국회에 들어가면서 청와대의 여당 장악력이 훨씬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임기 말 여당과 관계가 멀어지는 전직 대통령들의 전철은 밟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당선인은 고민정 전 대변인,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 등을 필두로 총 15명이다.<표2 참고> 사실상 여당이라고 볼 수 있는 열린민주당 초선 최강욱 당선인도 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이다. 초선은 아니지만 21대에 다시 국회로 들어오는 청와대 출신 인사로는 한병도 전 정무수석과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 신정훈 전 농어업비서관 등이 있다. 모두 재선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는 근무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인도 3명(이형석·김민철·신영대)이 있다. 단순 합산으로도 20대에 비해 친문 내지 친노 의원의 수가 22명이나 증가한 셈이다.

친문 초선이 대폭 늘어난 반면 비문(非文) 의원 비율이 대폭 줄면서 당내 세력불균형은 더욱 심화된 모양새다. 금태섭 의원이나 유승희 의원, 이종걸 의원, 정재호 의원 등 비문 대표주자들은 모두 국회 재입성에 실패했다. 유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갑에서는 김영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당선됐고, 정 의원의 지역구 고양을은 한준호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자리를 꿰찼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대학생 때 총학생회장을 지냈거나 전대협 등 운동권 경력이 있는 당선인이 15명에 달하는 점도 눈에 띈다.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상혁 김포을 당선인, 조선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윤영덕 광주동구남구갑 당선인,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허영 춘천철원화천양구갑 당선인 등 대학교 총학생회장 경력을 가진 인사만 초선 중 6명이다.

직업별로 보면 법조인 출신이 많은 점이 두드러진다.<표3 참고> 그동안 법조인들이 국회로 입성하는 경우는 더불어민주당보다는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으면서 친문 세력의 지지를 받은 변호사들이나 판사들이 대거 국회에 들어오게 됐다. 변호사로는 김용민·김남국 당선인 등을 포함해 총 9명이 배지를 달 예정이다. 이수진·이탄희 등 판사 출신이 4명, 검찰 출신은 모두 3명이다. 이 중 검찰 출신인 김회재·소병철·주철현 당선인은 모두 전남에서 당선됐다. 언론인 출신으로는 총 9명이 배지를 단다.

연령별로 보면 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은 20대가 1명, 30대가 5명, 40대가 15명, 50대가 51명, 60대가 10명 당선됐다. 50대가 82명 중 51명으로 가장 많았다. 초선 비율은 높지만 국민적 요구가 높은 젊은 정치인의 등용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통합당 법조인 출신 초선 6명에 불과

통합당의 경우 이번 21대 초선 당선인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세대교체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았는데, 초선 비율로만 보면 여당보다 물갈이가 많이 됐다. 특히 안상수 의원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혜훈 의원 등 당 중진급들이 대거 패하면서 자연스럽게 초선 비율이 높아졌다. 재선이나 3선 이상 비율이 낮아지면서 친박, 비박 등으로 나뉜 계파색이 자연스럽게 옅어졌다. 이로 인해 21대 국회 통합당 내부에서는 계파갈등보다는 노선투쟁 양상이 더 강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초선들의 경력으로 보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기초의원 출신이 많다는 점이다. 전체 58명의 초선 당선인 중 11명이 도의원, 시의원, 구의원 등 기초의원 경력을 갖고 있다. 지역별로 초선 당선인이 가장 많이 나온 부산(9명)의 경우 5명(백종헌·이주환·전봉민·정동만·황보승희)이 부산시의회 출신이다. 울산도 울주군을 제외한 초선 당선인 2명(권명호·박성민)이 모두 울산의 구의원과 구청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정치권에서 이런 경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평가가 많다. 기초의회부터 착실하게 정치를 배워왔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초의원 공천권이 국회의원들에게 있는 한국 정치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정당인 출신도 10명이나 된다. 정당인은 기초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 보좌관, 당직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당인 역시 기초의원들이 갖고 있는 장단점과 비슷한 성향을 갖는다는 점에서 통합당이 다양한 경력을 가진 초선 의원들을 국회로 끌어들이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한국당을 포함한 통합당의 언론인 출신 초선 의원은 7명이며 법조인 출신은 6명(판사 1명, 검사 3명, 변호사 2명)이다. 그동안 보수정당 초선 중 법조인의 비율이 높았다는 관례에 비추어보면 이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통합당의 경우 30대 2명, 40대 11명, 50대 27명, 60대 18명의 초선 의원이 당선됐다. 통합당도 민주당처럼 절반 이상의 초선 당선인이 50대였다. 통합당 초선 중에서는 부산 남구갑에서 당선된 박수영 당선인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근무라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다만 별정직 공무원이 아닌 행시 출신 공무원이기 때문에 정치인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한 것과는 다르게 볼 수 있다. 박 당선인은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들이 이번 총선에서 많이 당선된 점에 대해 “당시 같이 근무한 행정관들의 나이가 과장, 초급 국장이었는데 이제 의원이 될 만한 연륜이라고 본다”며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를 승계한다고 한 만큼 그런 면에서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들이 많이 당선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 초선, 민주·통합 각 2명

양당을 통틀어 지역구 최연소 초선 당선인은 의정부을의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당선인이다. 1988년생으로 올해 만 32세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양당 최연소 의원은 민주당 전용기 당선인(1991년생)으로 21대 국회의 양당 소속 의원 중에서는 유일한 20대다. 전체 최연소 의원은 1992년생인 정의당의 류호정 당선인이다. 지역구 최고령 초선은 경남 사천남해하동에서 당선된 하영제 당선인(통합당)이다. 1954년생으로 올해 만 66세다. 비례대표를 합치면 미래한국당의 서정숙 당선인이 1953년생으로 가장 나이가 많다.

지역구에 한정해서 본다면,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전국에 걸쳐 고르게 초선 의원을 배출했다. 다만 영남권에서는 부진했다. 대구·울산·경북·경남·부산에서는 초선 당선인을 배출하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서울이 13명, 인천이 3명, 광주 7명, 대전 3명, 세종 2명, 경기 23명, 강원 1명, 충북 3명, 충남 2명, 전북 4명, 전남 6명, 제주 1명이다. 초선 68명 중 약 57%인 39명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통합당은 초선 40명 중 28명이 영남에 편중됐다. 서울 5명, 인천 1명, 부산 9명, 대구 5명, 울산 3명, 경기 5명, 충북 1명, 경북 7명, 경남 4명이다. 통합당은 광주·전북·전남·대전·세종·충남·강원·제주에서는 초선 당선인을 배출하지 못했다.

21대 총선에서는 여야를 합쳐 4명의 경찰 출신 초선 의원이 배출됐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에서 각각 2명씩 당선됐다. 민주당 임호선·황운하 당선인과 통합당 김용판·서범수 당선인이다. 모두 경찰에서는 최소 지방경찰청장(치안감) 이상을 지낸 고위급 인사들이다. 재선 이상 의원들을 포함하면 전체 경찰 출신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9명에 달한다. 역대 국회 중 가장 많다. 기존 경찰 출신 의원들까지 합치면 그 수가 훨씬 늘어난다. 이는 21대 국회 주요 입법사안인 검경수사권 조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