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오전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회장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하기 위해 서류를 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5월 18일 오전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회장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하기 위해 서류를 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2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거느린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가 오는 6월 17일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서는 국내 대형 회계법인 대표들은 물론이고 현직 국회의원까지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레이스가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 5월 19일부터 시작한 후보 등록에는 공인회계사 출신 현역 국회의원인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고,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 역시 후보 등록을 마쳤다. 김영식 삼일회계법인 회장, 정민근 딜로이트 안진 부회장(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등도 회장 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실 회계사회는 변호사협회나 세무사협회 등에 비교하면 그 응집력이나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나선 이유는 신외감법 도입 이후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외감법은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말하는 것으로 회계 시스템 강화와 부실 회계법인에 대한 처벌 강화가 골자다. 신외감법으로 인해 기업 안팎에서 회계사들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 이는 2015년 대우조선회양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하면서 회계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국회에서 신외감법 도입을 주도한 채이배 의원의 출마 때문이다. 그동안 회계사회 회장단은 대형 회계법인 출신 인사들이 독차지해왔다. 현 회장인 최중경 회장은 지식경제부 장관 출신이지만 부회장 2명은 모두 회계법인 임원들이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하는 국회의원’이란 이미지가 강한 채 의원이 회장 선거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판을 뒤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후보들의 면면이 쟁쟁한 만큼 선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처음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이 때문에 투표율이 대폭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회원들이 직접 투표장에 나와 투표했던 과거엔 투표율이 30% 안팎이었다. 이마저도 주로 ‘빅4’(삼일·삼정·안진·한영)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투표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자투표가 진행되면 전체 회원의 70%로 추산되는 30~40대 ‘청년층’ 회계사 참여가 대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 채 의원의 경우 젊은 회계사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보수적 성향이 강한 회계사들의 전통적 투표 성향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대형 회계법인 출신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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