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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0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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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단독 김대중 前 대통령 두 아들 40억 재산 싸움, 법원으로 간 동교동 사저

故이희호 여사 유언장 전문 입수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이희호 여사 부부가 남겨놓은 유산을 놓고 2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3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주간조선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 전 대통령 부부가 생전에 머물던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사저 등기부등본, 김 이사장·김 의원 간 내용증명, 그리고 법원 제출 서류 등에 따르면 김대중·이희호 부부의 3남인 김 의원은 이희호 여사 별세 후 감정가액 30억원이 훌쩍 넘는 동교동 사저의 소유권을 자신의 명의로 바꿔놓았다. 또한 이희호 여사가 김 전 대통령 서거 후 하나은행에 예치해놓았던 노벨평화상 상금 8억원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 더불어시민당(현재 더불어민주당과 합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면서 공개한 공직자 재산목록에 동교동 사저(32억5000만원)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8억원은 별도로 신고되어 있지 않았다. 예금으로는 김의원 포함 가족 명의로 4억6600만원이 신고되어 있었다.
   
   이에 2남 김홍업씨가 이사로 있는 재단법인 김대중기념사업회(이사장 권노갑)는 지난 4월 1일 김홍걸 의원에게 “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상금과 동교동 주택은 고 김대중 대통령님과 고 이희호 여사님의 뜻을 기리고자 하는 국민의 재산이지, 귀하 개인의 재산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는 내용이 담긴 통지서를 보냈다. 이에 앞서 김 이사장은 법원에 동교동 사저와 관련한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사건번호 2019카합○○○○) 신청을 했고, 법원이 지난 1월 6일 이를 인용했다. 이에 김 의원은 가처분이 부당하다며 ‘가처분이의신청서’(사건번호 2020카합○○○○)를 제출했고, 김 이사장 측도 가처분이의신청에 대한 반박자료를 법원에 낸 상황이다.
   
   김홍업 이사장 측은 김홍걸 의원이 동교동 사저 소유권을 자신의 명의로 바꾸고 노벨평화상 상금을 인출해간 것은 고 이희호 여사가 2017년 2월 작성한 유언과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이 여사의 유언장 사본에는 동교동 사저 및 노벨평화상 상금에 대한 구체적 용처가 적혀 있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문건은 A4용지 2쪽 분량의 유언장과 여기에 첨부된 김대중 대통령 세 아들의 서명이 담긴 확인서다. 2019년 6월 이희호 여사가 별세할 당시 언론에 공개된 유언은 이 유언장을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당시 유언장은 자녀들이 아닌 김성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에 의해 공개됐다. 김 이사장을 통해 대중에 공개된 유언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우리 국민들께서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자신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번째로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말씀하셨습니다. 이 유언을 받들어 변호사 입회하에 세 아들의 동의를 받아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유언 집행에 대한 책임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에 맡기셨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평화센터 사업을 잘 이어가도록 당부하셨습니다.”
   
   하지만 주간조선이 입수한 유언장에는 관련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여기에는 ‘1)노벨평화상 상금 8억원을 김대중기념사업회에 전부 기부하며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계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2)동교동 사저를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한다, 3)동교동 사저를 지방자치단체 및 후원자가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할 경우 보상금 3분의 1(9분의 3)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나머지 3분의 2(9분의 6)는 삼형제에게 균등하게 상속한다’고 적혀 있다. 이 유언장은 김성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 변호사 1명 그리고 삼형제 입회하에 작성됐다. 다만 1남 김홍일 전 의원은 지병으로 인해 아내 윤모씨가 대신 참석했다. 세 사람은 같은 날 “이희호 여사의 유언 취지를 받들어 성심성의를 다하여 유지하고 사용할 것임을 합의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이에 날인했다. 이후 이희호 여사 별세 때까지 별도로 작성된 유언장이나 삼형제 간 합의는 없었다고 한다. 김홍업 이사장 측은 유언장 내용 중 김대중기념사업회에 넘어가는 부동산 지분 9분의 3을 제외한 9분의 6 중 9분의 2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사저 매매를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 여사의 유언장과 이를 이행하기로 한 합의서까지 있음에도 8억원의 현금과 동교동 사저를 김홍걸 의원이 가지고 갈 수 있었던 것은 김 의원이 이 여사의 유일한 법정상속인이기 때문이다. 민법에 따르면 부친이 사망할 경우 전처의 출생자와 계모 사이의 친족관계는 소멸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어 종전의 혈족관계는 부정된다. 따라서 계모자 관계에서는 상속권이 발생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삼형제 중 첫째 김홍일 전 의원과 둘째 김홍업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과 첫째 부인 차용애 여사와의 사이에서 난 자식이다. 김 전 대통령은 차 여사가 1960년 사망한 후 이희호 여사와 결혼해 3남 김홍걸 의원을 낳았다. 이 민법 규정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 사망 후 이 여사와 김홍일·김홍업 사이의 상속관계는 끊어진다.
   
   
▲ 고 이희호 여사가 2017년 2월 1일 작성한 유언장 사본. photo 박혁진

   유언장 우선 vs 구수증서는 무효
   
   김홍업·김홍걸 두 형제 간 다툼의 핵심은 몇 가지로 나뉜다. 일단 민법에 규정된 법조항보다 이희호 여사의 유언장이 우선 순위에 있느냐는 점이다. 김 이사장 측은 이 여사의 유언이 우선한다는 주장인 반면, 김 의원은 법정상속인으로서의 권리 및 이 여사 유언이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 등을 내세워 등기권 이전이나 예금 인출 등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팽팽한 주장은 동교동 사저 매각에 대한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 신청 및 ‘가처분이의신청서’에 잘 나와 있다. 김대중기념사업회가 지난해 연말 법원에 낸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김 의원 측 법무법인이 낸 ‘가처분이의신청서’에는 “이희호 여사가 유언을 했는지 여부는 정확하지 않지만, 유언을 하였다면 (중략) 이는 민법상 구수증서(타인이 구술한 내용을 글로 작성한 증서)에 해당한다”며 “유언장 작성 날짜(2017년 2월 1일)로부터 사망일(2019년 6월 10일)간 2년4개월 이전에는 녹음, 자필증서 등에 의해 충분히 유언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중략) 실질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후원자에게 동교동 사저를 매각할 경우 매매를 진행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김대중기념사업회는 노벨평화상 상금과 동교동 사저의 1차적 용처를 기념사업회로 명시한 유언장을 근거로 이 여사 별세 후 서울시 측과 사저 기부를 놓고 논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김대중기념사업회는 기부 논의에서 배제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자신이 유일한 상속인인 만큼 매매의 주체도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이의신청서 준비서면을 통해 “이희호 여사의 유지는 유일한 상속자인 채무자 김홍걸에게 소유권을 귀속하되,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하고,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매입해 줄 지방자치단체나 후원자가 있어 이를 매각할 경우 그 보상금(매매대금)은 나누라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 의원 측은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 기념사업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행방 묘연해진 노벨평화상금 8억원
   
   이와 관련 김홍걸 의원은 지난 5월 17일 언론을 통해 “사단법인 ‘김대중·이희호 기념사업회’ 발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회의 이사장은 김 의원이 직접 맡을 예정이며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도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김 전 대통령 관련 사업을 김대중평화센터 및 김대중기념사업회에서 주도해왔으나, 이와는 별도로 또 다른 재단법인 설립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 의원은 21대 총선에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출마하면서 공직자 재산목록에 동교동 사저를 이미 포함시켰다.
   
   노벨평화상 상금으로 받은 8억원의 행방도 묘연한 상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12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상금으로 900만스웨덴크로네(10억9724만원)를 받았다. 김 전 대통령 서거 후 이희호 여사는 “남편은 노벨상 상금 11억원 중 3억원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 기증했다”며 “나머지 8억원은 해마다 12월에 이자를 받아 불우이웃 돕기와 국외 민주화운동 지원에 써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돈이 예치된 통장과 도장은 그동안 김홍업 이사장 측이 이 여사 대신 관리해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측에서 주는 노벨평화상 상장 원본도 김 이사장이 갖고 있다. 하지만 8억원과 이에 대한 이자는 현재까지 김대중기념사업회로는 귀속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여사 별세 후 김 의원 측이 돈을 인출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대중기념사업회 측은 지난 4월 1일 김 의원에게 보내는 통지서에서 “최근 공직자재산보고서에 따르면, 귀하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상금 8억원을 신고내역에서 누락시켰는데, 이는 위 상금을 귀하가 이미 소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본 재단은 위 상금을 즉시 원상회복시키고 동시에 본 재단에 귀속시키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 측은 김 이사장이 내용증명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8억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벨평화상 상금 8억원 및 동교동 사저 소유권에 대한 형제간 법적 분쟁이 벌어지면서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미 법원 제출 서류를 통해 “채무자(김홍업 이사장)는 이희호 여사의 유지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이 위 부동산의 9분의 2 매매대금에 욕심이 있다”며 형을 향해 날을 세웠다. 김 이사장 역시 이 문제가 원만히 합의되지 않을 경우 법정 소송 및 적극적인 언론 대응을 통해 진실을 알려가겠다는 입장이다.
   
   김대중기념사업회 측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부동산 등을 매각해버리면 본안 소송까지 가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가처분신청을 한 것”이라며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차분하게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분의 2 재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고인의 유언대로 김대중기념사업회를 통해 정확하게 사용해 고인의 유지를 받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상주이자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인 김홍업 전 의원과 한마디 상의없이 소유권을 이전하고 돈을 찾아간 것이 고인의 뜻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동교동 사저 소유권 이전 문제와 노벨평화상 상금 8억원에 대해 묻는 주간조선의 취재 요청에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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