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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0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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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해결사’ 김무성이 여의도 떠나며 던진 말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5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식당에서 만난 김무성(69) 미래통합당 의원(6선)은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운 표정이었다. 지난 총선에 불출마한 그는 최근 의원회관 사무실을 정리하고 보좌진과 함께 제주도 이별 여행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본인도 좋아한다는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선이 굵은 정치인이다. 이날 24년 국회의원 생활을 정리하면서 “국회의장 빼고 다 해 봤다”고 말했지만, 무언가 제대로 끝을 맺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혹시 대권에 도전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못 돌리지. 억지로 물을 갖다가 부어버리면 돌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일은 안 생기겠지만…”이라며 농담처럼 이야기할 때 더욱 그러했다. 그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며 이렇게 얘기했다. “사람은 변해야 해. 나도 변하려고. 나의 사고를 바꾸려 노력하고 있어요. 내 입으로 절대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 우파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다짐해.”
   
   그가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데는 이번 총선 실패로 중도를 잡지 못하면 야당이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는 보수진영 일각의 여론에도 영향을 받은 듯하다. “나는 진보라고 표현 안 해. 북한 가면 공산당이 보수야. 그 말(진보, 보수 구별)로 하면 우리는 백전백패야. 단어가 가진 뜻은 진보가 나아. 자꾸 새롭게 변해가니까.”
   
   ‘보수우파’라는 틀에 함몰되면 미래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 지난 5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식당에서 만난 김무성 의원과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씨.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형제복지원 중재해 해결 능력 다시 과시
   
   이날 인터뷰 자리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51)씨도 함께했다. 최씨는 20대 국회에 형제복지원 등 국가폭력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과거사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의원회관 현관 지붕에서 지난 5월 5일부터 3일간 고공농성을 했다. 최씨의 동생도 형제복지원에 끌려와 폭력과 노역에 시달렸고, 동생은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해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끝까지 내려오지 않겠다는 최씨를 설득해 내려오게 만든 것이 김 의원이다. “차라리 내 사무실에서 농성을 하라”며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다.
   
   막힌 곳을 뚫는 것은 김 의원의 주특기다. 지난 5월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끝까지 옥신각신하던 과거사법이 결국 가결된 것은 김 의원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국회 행정안전위 여야 간사를 설득했기에 가능했다. 최씨와 피해자들이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927일 만에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인터뷰 자리에서 최씨가 “민초의 아픔을 이해해 준 김 의원에게 감사한다”라고 하자 김 의원은 “승우야, 자주 보자”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날 최씨는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젠 연극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꿈도 이야기했다.
   
   이날 김 의원은 의정활동 기간 해결사로 뛰었던 여러 장면을 마치 파노라마 영화를 보듯 세세하게 묘사하며 전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많았다.
   
   
   지난 대선 안철수에게 한 조언
   
   우선 그는 2017년 대선 이야기를 꺼내면서 “안철수가 대통령 될 수 있었어”라고 불쑥 얘기했다. 그가 전하는 당시 사정은 이랬다.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이) 17% 상승하며 문재인 후보를 추격할 때가 있었어. 안철수 쪽에 바로 연결되는 사람이 있었는데, 안 후보 역시 그 사람에게 많은 자문을 받고 있었지. 이기려면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하잖아. 그래서 그 사람에게 안철수 후보가 ‘나는 대통령만 하겠다, 나머지는 다 내려놓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조언)했어.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이니, 다 내어줘도 대통령 할 수 있는 거야. 그것이 선거 공학이야. 그런데 반응이 뭐였는지 알아? ‘조건 없이 지지선언 해 주시죠. 다음 주 되면 더 올라갑니다’ 이러는 거야. 내가 ‘니는 정치도 모르고 선거도 모른다’고 이야기해 줬어.”
   
   
   대선후보군에 대한 심사평
   
   대선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통합당 대선후보군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누굴 비난하기보다, 잘되면 좋겠는데 안타깝다는 심정이 담긴 얘기가 많았다. 우선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훌륭한 자질을 가졌어. 그런데 혼자만 놀아. 더불어 같이 가는 모습으로 변해야 해.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는 거야. 변하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어”라고 평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훌륭하지. 잘생기고 똑똑하고 다 좋아. 신선미도 있고. 그런데 왜 주위에 사람이 없을까. 그건 본인이 문제 아닐까”라고 평했다.
   
   황교안 전 대표에 대한 평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기대를 많이 가졌어. 그 결과가 이렇게 되었잖아. 왜 이렇게 되었나. 자기 잘못이지. 제일 유리한 조건에서 망쳤잖아. 내가 친박에 둘러싸여 있지 말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어. 못 헤어나오는 거야.”
   
   원희룡 제주지사에 대해서는 “도지사로 도정도 운영해 보고, 국회 경험도 해 보았어. 새로운 것을 찾아 노력하는 모습이 좋아”라고 말했고, 최근 40대 기수로 주목받는 홍정욱 전 의원에 대해서는 다소 쓴소리를 했다. “이미지만 가지고 되나. 4년 동안 같이 국회의원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대화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선배가 먼저 불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극성과 자기 의지가 없으면 안 되는 거야.”
   
   김 의원은 미래통합당에 대해 ‘좀비’라고 비판했던 김세연 의원을 향해서는 이런 말을 했다. “좋지. 좋은데, 너무 과격하잖아. 자기 집(통합당)보고 없어질 정당이고 좀비라고 하고 해체하라고 하면 되겠어? 그런 정열이 있으면 당내에서 싸워야지.”
   
   
   “보수 유튜버 이젠 법적 대응”
   
   최근 김 의원은 소위 보수 유튜버와 일전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책임을 김 의원에게 돌리며 ‘배신자’라고 끈질기게 공격해 온 보수 유튜버 관련 이야기가 나오자 “이젠 법적 대응을 할 거야. 정치인이 상대를 고소 고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피해가 너무 많아”라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보수진영으로부터 ‘원죄’ 얘기를 듣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갈라선 과정에 대해서는 이렇게 회고했다. “친박을 내가 만들었어. 내가 1번이야. 나하고 유승민하고 전여옥이 시작한 거야. (하지만) 나는 스스로 나왔어. 나는 민주화 투쟁했던 사람이야. 내 머릿속에는 민주주의로 꽉 차 있어. 그런데 박근혜는 그런 것이 아니야. 자기를 여왕으로 생각하고 신하 부리듯 해. 문제는 본인은 그렇게 하더라도, 밑에 있는 사람들이 신하처럼 하면 안 되잖아. 그런데 다 행동을 신하처럼 해. 일방적인 지시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이지. 우리끼리 술자리에서 ‘박근혜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하면 다들 인정을 해요. 그러면서 ‘형님 말이 맞습니다만은 그렇게 크신 분 아닙니까. 우리가 적응해야죠’ 이렇게 이야기해. 이게 맞는 말이야, 틀린 말이야? 대통령 되기 전 대표 시절에 ‘이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얼굴이 싸늘해졌어. 다들 한번 그러면 안 좋은 이야기는 안 해. 그것이 친박 그룹이야. 그러니 망하는 것이지. 나는 계속 들이댔어. 그러니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어. 처음에는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 바른말을 하다가 박 전 대통령과 갈라섰다는 얘기인가. “우리 국민 모두의 대통령 아닌가. 신(神)이 아니라면 결점이 있잖아. 충심으로 박근혜의 부족하고 잘못된 점을 고쳐서 훌륭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이야기를 한 거지.”
   
   
   박근혜 청와대 탄핵 부결될 것으로 잘못 판단
   
   하지만 이러한 갈등 속에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이 되었고 그 앙금이 보수진영에 아직 강하게 남아 있다. 탄핵 과정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이랬다.
   
   “매주 광화문에 수십만 명이 모이고 국정이 마비되었어. 박 대통령이 선택할 것은 두 가지밖에 없었어. 하야 혹은 법적인 탄핵절차를 밟는 것 두 가지야. 나는 하야는 안 된다고 보았어. 하야를 하면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한 것이 되잖아. 민중 봉기로 정권을 내준 것이 되면 안 되는 것이야. 4월 퇴임, 6월 말 대선으로 질서 있게 퇴임하는 것으로 당론을 정했어. 박 대통령은 하야를 안 한다고 했어. 청와대 법률가들이 헌재에서 (탄핵안이) 부결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박 대통령이 그걸 믿은 거야. 노무현 대통령 때 그걸(탄핵 부결) 미리 경험했잖아.”
   
   
   “김종인 창조적 파괴 돕고 싶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5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의 임기를 내년 4월 재보선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김 의원은 “나도 전국위원회에 참석해 의결에 참여하겠다”며 김종인 체제에 기대감을 가졌다.
   
   - 김 위원장의 장점은 무엇인가. “메시지지.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는 빅(big) 메시지였어. 이번 총선에는 메시지가 안 나왔지.”
   
   - 잘할 수 있다고 보나. “할 수 있다고 봐.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중도였어. 좌우 필요 없다는 것이지. 이제는 실용으로 가야 해. 좌우의 개념은 수십 년 묵은 오래된 그런 거잖아. 이젠 새로운 세상으로 가야 해.”
   
   - 김 위원장이 도움을 요청하면 적극 나설 것인가. “도와줘야지. 오늘 전국위 가는 것도 도와주러 가는 것이지. 김 위원장이 창조적 파괴를 들고나올 거야. 쇼킹한 것을 들고나오겠지. 실현시키려면 당의 다수가 찬성해야 해. 똑같은 표현이라도 당에서 못 이기고 따라가게, 체면은 유지시키면서 설득을 해야 해. 그런 역할을 할 생각이야.”
   
   김 의원은 최근 서울 마포에 정치인 공용 사무실을 열었다. 보통 의원들이 낙선을 하면 여의도 인근에 개인 오피스텔을 얻거나 해외 연수를 떠나는데 새로운 시도이다. 김 의원은 마포 사무실이 대선 승리를 위한 준비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 마포에 사랑방 같은 사무실을 연 이유가 뭔가. “내 개인 사무실이 아니고, 20대 의원들의 공유 사무실이야. 회비 걷어서 운영할 거야. 대표 역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맡고. 역대 이런 일이 없었어. 다수가 모여서 공동 사랑방을 만들겠다는 것은 처음이야. 대선이 2년밖에 안 남았는데, 우리가 정권을 잡아야 할 것 아닌가. 일주일에 한 번씩 세미나도 할 거야.”
   
   - 어떻게 운영을 할 건가. “한번도 이렇게 (사무실을) 운영해 보지는 않았어. 사무실이 좀 작아. 한발 물러났잖아. 마음을 비운 상태야. 그러면 세상이 바르게 보이는 것이지. 최고의 공무원들을 불러서 세미나도 하고 대권주자가 있으면 불러서 여러 질문을 던지면서 테스트도 해볼 거야.”
   
   김 의원은 이야기 도중 느닷없이 “아이스 바지라고 아나”라고 물었다. 시원한 여름용 바지인데, 그거 입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좋은 식당 찾아다니는 배낭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단 툭 털어 버리고 싶다는 것인데, 배낭여행의 이유 중 하나가 ‘민심 탐방’이어서 ‘정치인 김무성’이 완전히 판을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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