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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정무감각이 없다? 윤석열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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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5호]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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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정무감각이 없다? 윤석열의 반전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 그 서막을 알리는 사건 중 하나로 평가받는 것이 2016년 7월 말 조선일보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처가와 넥슨의 강남 부동산 거래 의혹을 보도한 것이었다. 이 보도가 도화선이 되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우 전 수석이 정면충돌했다. 사건이 점차 복잡해지던 8월 어느 날, 윤석열 검찰총장(당시 대전고검 부장검사)이 우 전 수석에게 ‘청와대를 나오는 것이 좋겠다’고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적이 있다. 윤 총장은 사시 기수로는 우 전 수석보다 4기수 아래지만, 나이가 6살이 많다. 서로 존대한다. 또한 대검 중앙수사부와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오랜 기간 함께 일했다. 우 전 수석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하는 얘기가 그의 ‘무례함’인데, 윤 총장에게만큼은 사시 기수가 낮아도 서로 존대하며 지냈다.
   
   윤 총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있던 검찰 출신 행정관 A씨를 통해 우 전 수석에게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 당시 윤 총장은 행정관을 통해 집권 4년 차를 맞아 정권과 언론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움직임과 권력투쟁, 그리고 이것이 향후 어떤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자신의 정무적 판단을 전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몇몇 이유로 청와대에 남았고 결국 그해 여름이 지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유탄을 맞게 됐다. 결과적으로 윤 총장이 당시 돌아가던 판세를 정확히 읽은 셈이다.
   
   윤 총장의 정무적 감각은 수사 검사로 일할 때도 조직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9년 초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민할 때도 대검 측은 대구지검 부장검사에 불과했던 윤 총장에게 의견을 물어왔다. 윤 총장은 이에 대해 “수사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구속과 불구속 여부를 판단할 수 없지만, 어떤 결론을 내리든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야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런 의견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서 검찰 수뇌부가 판단을 미루다가 비극이 일어났다는 평가가 많다.
   
   윤 총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를 긴 시간 동안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의 평가는 정치권 호사가들과는 다르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매우 높게 평가했는데, ‘가치’ ‘일관성’이란 단어를 주로 사용했다. 정무적 감각이 없다고 평가받는 윤 총장이지만, 기자가 직간접적으로 겪어온 그는 앞선 사례에서 보듯 누구보다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다만 정무적 감각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가 다를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제가) 정무적 감각은 없다.”
   
   지난해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후보자는 “윤 총장은 검사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거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새누리당 주광덕 의원의 발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발언 때문인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도 대개 비슷한 평가를 한다. 윤 총장의 정무적 감각을 평할 때 언급되는 사례 중 하나가 지난해 10월 17일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중 검찰 중립성을 보장해 준 정부를 골라달라는 당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는 망설임 없이 “이명박 정부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 대검 중수부 과장, 특수부장으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다”면서 “당시 대통령 측근과 형(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구속할 때 (권력으로부터) 별 관여가 없었다.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기대했던 바와는 다른 답변이 나오자 “자, 총장, 좋다”며 급히 윤 총장의 말문을 막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윤 총장이 정무적 감각이 있었다면 이런 발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느 정부가 검찰 중립성을 보장해줬냐’는 질문에 ‘문재인 정부’라고 답하지 않은 것을 ‘정무적 감각’이라고 한다면 그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정세를 읽는 안목, 정치인에 대한 평가, 이를 종합한 정치적 판단을 정무적 감각으로 정의한다면 ‘윤석열의 감(感)’은 여느 정치인을 능가한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지난 6월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거세지는 여권의 압박
   
   박근혜 정부 4년 차 때 권력 중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판세를 읽던 윤 총장은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움직이는 판 위에 섰다. 공교롭게도 똑같은 정권 4년 차를 맞이해서다. 그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문제를 둘러싸고 정권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검찰의 수사 자체를 청와대나 법무부 등에서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결국 추 장관이 청와대를 대리한다는 점에서 사안이 간단치 않다. 추 장관은 정권, 윤 총장은 검찰의 안위를 위해서 각각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윤 총장은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만큼 지금의 상황이 향후 거취와도 연관이 된다. 그러나 수족으로 불리는 측근들이 비위 의혹과 인사 조치 등으로 잘려나간 만큼 오롯이 현 상황에 대한 정무적 판단은 본인의 몫이 됐다. 윤 총장은 자신이 잘 알고 지내는 몇몇 검찰 선배나 지인들에게 지금의 상황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 초유의 위기라는 점에서 외부인들이 상황 판단을 정확히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윤 총장에 대한 정권의 메시지는 ‘스스로 물러나라’는 입장으로 정리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월 2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전문 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윤석열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수사가 계속 중인 상황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전문 자문단 심의를 통해 성급히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진상 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심의 절차 중단을 지시하는 공문을 대검찰청에 발송했다. 그러면서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에 건의한 대로 윤 총장에게 이번 사건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라고 지시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검찰은 인터넷 등에서 6·25전쟁을 북한에 의한 통일전쟁이라는 취지로 표현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었다. 구속기소 방침을 세웠지만 그해 10월 12일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하라며 지휘권을 발동했다. 법적 근거가 있는 권리를 행사한 것이었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휘권 발동을 수용하면서도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나아가 항의 차원에서 사표를 던졌고, 취임 6개월여 만에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총장의 사표까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수사지휘권 발동에 앞서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 지시 역시 결국은 윤 총장을 향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은 법무부 장관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윤 총장의 거취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자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윤호중 의원은 지난 7월 2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이) 측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충성해온 조직을 위해 결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서울중앙지검의 특임검사 임명 건의를 받아들이는 것이 조직을 위한 길 아닌가”라고 윤 총장에게 공세를 펼쳤다. 홍익표 의원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이 스스로 무리수를 두면서 검언 유착의 몸통이 윤 총장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역시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인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총장이 줄곧 이야기했던 공정한 법 집행이라는 원칙을 왜 스스로 깨뜨리는지 모르겠다”며 “선택적 수사를 하지 말고, 제 식구 감싸기를 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수사를 하라”고 강조했다. 김경협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에 항거하는 모습으로 수구 세력의 대권주자가 되고픈 마음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 봤자 ‘물불 안 가린 건달 두목’이란 평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고 비난했다.
   
   
   때릴수록 지지도 올라간다
   
   윤 총장이 이런 여권의 공세에 맞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윤 총장이 지인들에게 토로한 심정들을 종합하면 적어도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 전까지는 스스로 물러설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것이 지금의 검찰을 위해서 옳은 길이라는 게 윤 총장의 판단이라는 얘기다.
   
   정권이 윤 총장을 거세게 몰아붙일수록 윤 총장 개인에 대한 지지도는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을 수 있다. 물론 본인은 정치와는 선을 긋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정치적 상황은 윤 총장의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중이다. 윤 총장을 대선후보로 넣고 돌린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여권 후보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것도 10%를 넘어섰다. 이미 윤 총장의 ‘지인’으로 알려진 사람들에게 줄을 대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단 얘기도 서초동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문제는 자신이 중심이 되어 복잡하게 굴러가는 정세 속에서도 과연 그가 과거와 같은 정무적 감각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게임판 안에서 자신을 들어낸 채 판세를 읽는 경우에 한정됐다. 그럴 때 정무적 감각이 뛰어났다는 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신이 직접 ‘플레이어’가 됐을 때도 여전히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장일 때 현직 간부 검사로서 처음으로 국감 증언대에 선 것이 결국 오늘날 검찰총장까지 오른 발판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전력을 감안한다면 최근의 상황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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