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한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지만 자신이 창업한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논란 등으로 국회 개원 한 달여 만에 최악의 정치적 고비를 맞았다. ⓒphoto 연합
21대 총선에서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한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지만 자신이 창업한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논란 등으로 국회 개원 한 달여 만에 최악의 정치적 고비를 맞았다. ⓒphoto 연합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인수합병으로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그 일가에 막대한 수익이 돌아간다는 사실은 지난해 12월 인수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때부터 이미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사안이다. 당시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으로, 예정됐던 이스타항공의 인수대금은 현재의 400여억원보다 300억원 가까이 높은 695억원이었다. 그대로 계약이 성사됐다면 이 의원 일가는 300억원 가까운 이득을 손에 쥘 수 있었던 셈이다.

현 여당 의원이 창업주인 이스타항공은 대표적 친여(親與) 성향의 기업으로 꼽혀 왔다. 2018년 3월 ‘봄이 온다’는 부제로 잘 알려진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 예술단’이 방북 길에 탑승한 항공기와, 2015년 8월 고 이희호 여사가 평양 방문 때 탑승한 전세기 모두 이스타항공의 여객기였다. 이런 배경 때문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계획이 발표된 직후부터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창업주 이상직 의원은 인수 계획 발표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21대 총선 출마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었다. 이스타항공과 이상직 의원의 정치적 배경 탓에 항공업계에서는 “이상직 의원이 회사를 팔아 막대한 자금을 얻고 제주항공 측에 ‘정치적 힘’을 대주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국토부 ‘전주라인’의 힘

현 정권 출범 이후 이 의원이 한동안 항공업계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에도 영향력을 발휘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항공업계는 국토부로부터 노선 허가를 받는 것이 지상과제에 가까울 정도로 중요하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일본, 중국, 태국 등과 같은 ‘알짜배기 노선’을 많이 확보해야 수익을 늘릴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국토부의 힘이 절대적이다. 항공사의 신규 면허 발급은 국토부 장관과 항공정책실장 등의 정책라인에서 결정하는데, 이때 항공정책실장이 최근 논란이 된 ‘인국공 사태’의 중심인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 사장이다. 2018년 7월 국토부에서 퇴임한 구 사장은 2019년 4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전임 사장은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다.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을 당시 사장이 정일영 의원이었고, 현 구본환 사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대통령 공약을 실무적으로 마무리지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보안요원 1900여명의 정규직화는 문 대통령 방문 당시에는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최근 결정되면서 논란이 됐다.

인천공항 구본환 사장과 전주고 동문

이상직 의원과 구 사장은 전북 지역의 전통 명문인 전주고 동문이다. 이 의원은 1978년 전주고에 입학한 ‘마지막 비평준화 세대’ 출신이고, 구 사장은 충남 논산 출신이지만 1976년 전주고에 입학했다. 전주 지역은 1979년에야 고교 평준화 정책이 시행됐는데 그 이전까지는 전북과 가까운 충남, 광주 지역의 학생들도 많이 모여들었다. 전주고 2년 선배인 구 사장과 이 의원과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국토부 내에 이 의원의 인맥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 류근태 전 상임감사와 황인태 전 비상임이사도 모두 전주고 출신으로 이 의원과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LX 홈페이지에 적힌 황 전 이사의 주요 경력은 ‘전북고교 축구연합회 회장’ ‘전주시 통합체육회 이사’, 류근태 전 감사는 ‘나눔과비전포럼 이사’ ‘굿월드 자선은행 이사’ 등으로 나온다. 별다른 관련 경력이 없는 이 둘이 LX에 감사와 이사로 갈 수 있었던 배경에 김현미-이상직으로 이어지는 ‘전주 인맥’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전주 지역 정가와 LX 내부에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특히 류 전 감사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81학번 동문이다. 김현미 장관은 전주여고를 나와 연세대에 입학했다. 류 전 감사는 감사 재직 당시 인사 전횡과 허위 예산 편성, 사적 관계가 있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나 해임됐다. 최창학 전 LX 사장은 류 전 감사와의 갈등 등으로 인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토부의 조사를 받아야 했고, 국토부로부터 “5분 뒤 해임될 것”이라는 전화 한 통을 받고 지난 4월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최 전 사장은 지난 7월 2일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김현미 장관이 사장 임명장을 수여해주는 자리에서 ‘거기 내 동향 사람(류근태)이 감사로 있는데 좀 말썽을 부린다더라. 크게 신경 쓰지 마시라’고 직접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3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회의실에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왼쪽)과 이상직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업무협약식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난해 12월 3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회의실에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왼쪽)과 이상직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업무협약식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상직은 실속형 정치인”

이상직 의원은 스스로를 줄곧 ‘친문 정치인’으로 내세우고 싶어 하지만 사실 그는 별다른 계파에 속하지는 못했던 정치인이다. 오히려 이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 민주통합당 의원으로 처음 입성했을 당시 박지원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 옆에서 원내부대표를 맡으며 ‘박지원계’로 통하기도 했었다. 이런 이 의원을 두고 전주 지역 정가에서는 ‘친문’도 ‘비문’도 아닌 ‘실속형 정치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전주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은 힘 있는 쪽과 가까워지는 능력이 있다”면서 “기업인 출신이라 실리를 챙기는 데 특화되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주 지역의 한 정치인은 “당내에서 이상직 의원을 서포트해주는 배경에 현 정권 실세로 불리는 ‘3철’ 중 한 명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정치인은 자신이 ‘3철’ 중 한 명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지난 19대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 중일 때 그(3철 중 한 명)가 전주에 내려와 만났는데 ‘지역구에서 이상직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상직 의원이 지역에서 병원을 하는 전주고 출신 의사 친구들을 모아 내게 소개해주면서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이른바 ‘3철’이 차기 핵심 실세로 떠오를 때 이 의원이 전주고 인맥을 활용해 그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런 인맥 쌓기 덕분인지 이상직 의원은 현 정권 출범 이후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에 이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까지 맡았다. 민주당 내에 기업인 출신이 희소하다는 점에서 항공사를 창업한 이 의원의 경력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의원 역시 그동안 자신의 최대 ‘스펙’으로 이스타항공 창업을 꼽았다.

대통령 사위 ‘타이이스타젯’ 의혹도 여전

이 의원이 민주당에서 경력을 쌓아가면서 이스타항공과 현 여권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이스타항공의 현 대표이사인 최종구 사장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순천고등학교 동기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직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이스타항공 회장직으로 돌아갔는데, 이때 자신의 보좌관과 민주당 당직자들을 여럿 데리고 갔다. 지난 6월 29일 이스타항공 임금체불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상직 의원의 입장문을 대독한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는 19대 의원 시절 이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또 이스타항공 인사팀장을 맡았던 정모 전 이사는 과거 민주당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다. 전직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서 행사가 있으면 이스타항공에서 항공권도 제공해주니 이 의원이 당직자들한테 인기가 좋았다”면서 “이 의원도 ‘나는 전주에서보다 서울에서 인기가 더 좋다’고 농담했다”며 했다.

이스타항공과 현 정권과의 최대 ‘유착’ 의혹은 문재인 대통령 사위를 둘러싸고서 일었다.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의 사위 서모(40)씨가 이스타항공의 자회사로 알려진 태국의 저비용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이메일 한 통으로 취업했다고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당시 이상직 의원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이낙연 총리 등은 “취업에 특혜나 불법은 없었다”면서 “이스타와 타이이스타젯은 별개의 회사”라고 강조했었다. 이상직 의원 역시 지난해 10월 16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서 “타이이스타젯에 투자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6월 22일 이스타항공 김유상 전무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당시 타이이스타젯에 투자를 고려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김 전무는 다만 “대통령 사위와 관련해 제기된 세간의 의혹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의 불분명한 관계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지난 1월 주간조선의 보도로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젯의 항공기 B737-800 1대의 리스요금 지급보증을 선 것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타이이스타젯과의 관계를 부인해왔던 이스타 측의 해명은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과의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하면서 “타이이스타젯에 대한 지급보증 계약을 해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직 의원이 그동안 자신의 ‘최대 스펙’이라고 강조해온 이스타항공은 최근 그에게 부메랑으로 날아오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29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 창업자로서 매우 죄송하다”면서 “제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스타항공 직원 2000여명에 대한 250억여원의 임금체불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 김현정 부대변인이 직접 나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측에 중재를 시도한 것도 이 의원에게 되레 부담이 되고 있다. 김 부대변인은 “(내가) 민노총 출신으로서 도움을 주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당 당직자가 기업 문제에 개입해 노조원들을 설득하려 한 사실 자체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민주당은 이 의원과 이스타항공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상직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비교적 무난하게 당선됐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는 ‘민주당 경선 승리가 곧 당선’으로 통했는데, 이 의원의 가장 큰 경쟁자였던 상대 후보가 경선도 치르지 못하고 아예 컷오프됐기 때문이다. 당시 전북 전주을 지역구에서 이 의원과의 경선이 예상됐던 후보는 최형재 전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을 지역위원장이었다. 최 전 위원장은 20대 총선에서 111표로 차로 낙선했는데, 당선 직전까지 갔던 후보를 컷오프시킨 배경을 놓고 ‘이상직 밀어주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최 전 위원장은 당시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컷오프됐다”면서 “상대 후보(이상직) 캠프는 나를 경선에서 컷오프시키겠다고 전주 시내에서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라고 했다. 최 전 위원장은 컷오프된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20%의 득표율을 얻었고, 이 의원은 62.5%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다.

이상직 의원은 지난 총선 전 중진공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중진공 본사가 경남 진주에 있음에도 전주 지역 행사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비쳐 ‘공기업 사장이 자기 지역구에서 대놓고 선거운동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중진공 이사장직을 사퇴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21일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공공연히 총선 행보를 걸었는데, 그때 그가 출간한 책의 제목이 ‘공정(公正)’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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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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