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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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20·21대 국회에서 이른바 ‘실용적 중도정치’란 기치를 앞세울 수 있던 데에는 안철수 대표의 의지도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이태규 의원의 정치적 지원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 의원은 2016년 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하던 당시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으며 당 초기 운영을 이끌어왔다. 이후 당 사무총장, 정책연구소 국민정책연구원 원장직을 맡으며 당의 가치와 정책을 구체화하는 데 힘썼다.

국민의당은 2017년 대선 패배 이후 거듭된 내홍에 분열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을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 3월 국민의당의 후신 격인 민생당 전 의원 다수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입당을 결정할 때, 그는 안 대표가 지난 2월 다시 창당한 국민의당으로 향했다. 당시 이 의원은 “사익 추구에 매몰돼 있는 이념과 진영의 정치, 기득권 정치의 종식을 기원하며 국민의당에 입당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올 초 국민의당 창당추진기획단장, 창당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서 안 대표를 지원했고 현재는 당 사무총장으로 당의 재기를 다시 한번 노리고 있다. 지난 7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20대 국회 당시 국민의당이 보인 과오를 자성하고, 이와는 다를 21대 국회에서의 국민의당 역할과 필요성 등에 대해 언급했다.

“국민의당 20대 때 캐스팅보트에 매몰”

이 의원은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에 힘입어 출발한 1기 국민의당이 맥없이 무너져내린 이유를 그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다. 당시 국민의당은 당 안팎에서의 혁신 노력이 부재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국민의당은 38석을 얻은 후 곧바로 정당 혁신에 돌입해야 했다. 여기서 말하는 혁신은 이념 논리에 갇히지 않고 필요 정책 의제를 우선적으로 선점하는 것은 물론 정당 자체적으로 예비 정치 엘리트를 양성하는 등 대안세력으로 거듭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정치는 국민 세금을 기반으로 관료화하고 비대화한 측면이 큰데, 이를 타파할 생각은 안 한 채 캐스팅보트 행사에만 치중했다. 여기엔 2016년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안 대표가 물러난 영향도 있다. 당이 사실상 기성 정치인 대행 체제로 바뀌면서 제도권 정치로 회귀했다. 국민들에게 기존 진보·보수당과의 차별점을 드러낼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지금의 국민의당은 당의 핵심기반이었던 호남 지지층을 잃었고 3석의 소수정당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안 대표가 내보내는 메시지의 신뢰도 많이 떨어졌다”며 “안 대표는 국민 기대치에 못 미쳐 송구스럽다는 말을 여러 차례에 걸쳐 언급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 의원이 다시 국민의당을 택한 이유는 ‘중도정치’ 실현에 대한 바람 때문이었다. 그는 “올 초 안철수 대표는 의원들에게 ‘자유롭게 선택해도 좋다. 개혁을 위해 나중에 다시 만나자’라고 말했지만, ‘기득권 정치를 넘어선 제3의 정치를 다시 해보자’라는 내 개인적 의지를 버릴 수 없었다. 또 당시 안 대표가 홀로 외로워 보였던 것도 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함께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의원은 지난 3월 1일 국민의당 입당을 결정하며 “실용적 중도의 길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용적 중도정치는 현 국민의당이 꾀하는 정치 비전으로, 안 대표는 지난 1월 귀국 후 신당 창당을 선언했을 당시에도 수차례 이를 언급했다. 이 의원은 실용적 중도정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진보·보수의 경계에서 양쪽을 모두 들여다보며, 정의와 공정 등 보편적 가치를 실용적으로 추구해 나가는 것이다. 과거엔 경계에 선 이들에게 기회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선 필요에 따라 양측의 시각에서 현안을 유연하게 풀어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보편적 가치는 진영 논리와는 무관한 것들이다. 한국 정치가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지역주의 고착화와 이념·진영 정치로 후퇴한 측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3의 중도정치는 더 필요하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이 다시 한번 중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4년 전 실패를 경험 삼아 그 기반을 닦고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온(ON)국민공부방’ 운영으로 당직자들이 정치적 현안에 대해 공부, 논의하는 기회를 만들고 청년정치학교 설립으로 지난 국회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정치 인재 양성 등도 계획하고 있다. 이 의원 개별적으로는 지난 6월부터 국회의원연구단체 ‘국민통합포럼’에 연구책임 의원으로 참여해 여야 의원들과 함께 지역주의 타파 방안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금의 양당 체제에서 국민의당의 이런 정치적 도전이 국내 정치의 다양성과 외연을 넓히는 것은 물론 사회 발전을 꾀하는 거라 본다”고 말했다.

“합당 같은 묻지마 연대는 멀리할 생각”

당 안팎에선 국민의당의 현 의석수 ‘3석 한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지만 이 의원은 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국민의당만의 정치적 비전과 기조로 일관성 있게 나아가면 된다. 지난 총선에서 200여만표가 국민의당을 지지했다. 우리 당이 꾀하는 정치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재집권을 목표하는 야권 입장에선 보수 플러스알파를 통한 정치적 확장이 필요하다. 국민의당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정치적 연대, 공조를 통해 당의 존재감을 충분히 보일 수 있다. 이미 통합당과는 기본소득정책 추진은 물론 윤석열 검찰총장 탄압금지 결의안 작성 등의 정치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논의한 적은 없지만 일부 정책 추진 과정에 접점이 있다면 정의당 등 진보정당과의 연대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다만 최근 거론되고 있는 통합당과의 합당은 좀 더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평했다. “내년 보궐선거 등을 치르면서 변화할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합당 같은 ‘묻지마 연대’는 멀리하고자 한다. 굳이 합당이 아니더라도 범야권 단일 후보를 내세워 선거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도 꾀할 수 있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이 힘을 얻기 위해선 무엇보다 안 대표의 정치적 재기가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국민의당은 결국 안 대표를 중심으로 조직된 정당이다. 그가 향후 야권 재편 과정 등에서 얼마만큼의 역할을 하느냐도 중요하다. 최근 안 대표에 대한 기대감은 적지 않다. 그가 대권주자 중 유일하게 PK, TK 그리고 호남 지지까지 얻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부산 출신에 지난 대구 의료자원봉사로 TK 지지층도 쌓아가고 있다. 안 대표가 원칙 있는 모습만 보인다면 과거처럼 호남의 마음도 되돌릴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인사이트만큼은 그 누구보다 우월하지 않겠나.” 다만 안 대표의 최종적인 대권 출마 여부에 대해선 “당원과 지지자들이 차후에 결정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이 과거와는 다른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지금의 주된 목표라고 말한다. “책임감 있는 여권 견제로 합리적인 국정운영이 이뤄지는 데 기여, 국민의당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 목표다. 우린 민주당을 비판하면서도 그들의 실패를 원치는 않는다. 정권이 실패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 전가돼서다. 여당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야권도 더 나은 정책 대안을 내놓으며 정치·사회를 진일보시킬 수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이 일조하고자 한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1호 법안’으로 기업 채용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내용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 개인적으로는 21대 국회에서 공정·평등의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조국 사태 등으로 무너져내린 사회정의를 바로세우고 이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당신은 일 열심히 했어’라는 평을 받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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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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