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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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당 대선주자로 ‘40대 경제전문가’를 언급했을 때 당내에서 가장 첫 번째로 거론된 인물이 김세연 전 의원이었다. 1972년생, 대학에서 국제경제를 전공하고, 40대에 이미 3선 국회의원 경험이 있는 그는 누가 보기에도 김 위원장이 언급한 조건에 부합했다. 지난 총선에서 PK지역 의원들 중에서 가장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하며 당을 향해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일갈한 것 역시 대중의 호응을 받았다.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라는 이미지에 더해 이런 과감한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현재 미래통합당의 차기 대선주자는 물론이고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7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캠퍼스디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김 전 의원은 다음 행보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고 계속 답을 피했다. 대신 그는 ‘미래’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었고, 더 구체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과정의 여파를 자주 언급했다.

- ‘경제를 잘 아는 40대 정치인’ 가운데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 “어려운 질문이다.”

- 본인은 경제를 잘 아나. “학부에서 경제학(서울대 국제경제학과)을 전공했고, 실물경제에서도 일을 했다. 하지만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것은 건방진 일이다.”

“지금 여당도 달라진 세상 모르고 있다”

-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를 잘 아는 40대’ 주장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뭘까. “정치 혐오를 잘 이해해야 한다. 세상 바뀐 줄 모르고 1970년대 산업화 시대의 관념으로 국가를 운용해서 보수 정권이 탄핵을 받았다. 지금의 여당 역시 달라진 세상을 모르고 1980년대 민주화 투쟁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 통합당 대선후보를 40대로 세워야 한다는 데 동의하나. “연령을 특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예리한 통찰을 가진 지식인조차 자신이 속한 세대의 망탈리테(mentalit·한 사회를 특징짓는 관습적 사고 양식의 총체)에 자유롭지 못하다. 평소에 훌륭한 분석과 발언을 한 사람이 극단적인 주장을 해 놀라는 경우가 있다.”

-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윤석열 검찰총장이 당의 대선후보로 내세울 감이 되나. “누구도 후보군에서 배제될 이유가 없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약점을 빠른 시간 내에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 윤 총장이 이회창 전 총재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까. “가능성을 닫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 김종인 위원장이 대선과 관련해 연락을 해오지 않았나. “최근 그런 내용의 통화가 없었다.”

- 부산시장, 대선후보 중 관심이 있는 쪽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거나, 결론을 내린 것이 없다. 구체적으로 고민한 바도 없다.”

최근 그는 당의 청년 정치를 활성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와 대화를 하다 보니 오래전 한국에서 강의했던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이 떠올랐다. 2000년 대선이 끝나고 부시 대통령에게 석패한 뒤 앨 고어가 하는 강연에서는 사람들이 정치 이야기, 특히 차기 출마 여부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어했지만 앨 고어의 관심사는 기후변화였고, 기후변화 이야기만으로 강의가 끝났다. 사람들은 지구 환경변화 위험을 세계에 알린 공로로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이후에야 앨 고어의 강연의 중요성을 인정할 수 있었다.

김 전 의원 역시 대중의 관심과는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맞추고 있는 듯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산업에 대한 고민을 내내 강조했다. “거대한 쓰나미가 오고 있다. 정치라는 것이 공동체의 위험을 대비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이를 가속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며 변화의 속도를 특히 강조했다. “노동의 주체가 인간에서 기계로 넘어가고 있다. 인간에게 더 이상 일거리가 없는 시대에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지 않고도 어떻게 시민들이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고 시장경제 체제가 작동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개인에게는 가상공간에서의 활동, 심지어 게임포인트에 대해서도 현실화폐로 환전할 수 있게 하고, 정부는 가상공간에서의 자산,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할 수 있게 해야 이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는 경제를 살리는 방향과 관련해서도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제시한 메시아(MESIA) 5대 산업을 강조했다. 메시아는 의생물학 산업(Medical biology)과 환경·에너지 산업(Environment & Energy), 안전 산업(Safety), 지식서비스(Intelligent service), 항공우주 산업(Aerospace)의 앞글자다. 산업의 틀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통합당 새로운 DNA 수혈 중, 희망 있다”

그는 기존 정치, 특히 자신이 몸담았던 보수 정치에 대한 실망감도 여전히 토로했다.

- 통합당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불출마할 때 자유한국당의 존재 자체가 민폐이고 해체가 그 답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기대할 바가 없었다.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의 유산을 이어받았지만 새로운 DNA가 수혈되었기에 약간의 희망을 가져볼 여지는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가 유지되는 동안은 큰 문제가 없이 위기를 넘기겠지만, 김 위원장 퇴임 후에 과거로 회귀한다면 다시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 통합당의 한 축이 YS의 민주화 세력이다. 과거 공헌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우리의 뿌리는 분명하다. 자랑할 만한 일이지만, 1990년 3당 합당 이후 화학적 결합이 있었다. 독재 정권의 후신이 아니냐고 공격을 받으면 그에 대해 명확히 반론할 근거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 민주화 세력이 주도하는 민주당이 새로운 적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겠나.”

- 정권 10년 주기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계절의 순환과 비슷하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경험적으로도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의 통합당이 충분히 회복될 수 있길 바라지만 2022년까지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 대선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개인 습관을 바꾸는 것도 힘든데, 하나의 집단 문화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 완전히 회복하는 데 7~8년은 필요하다고 본다.”

- 권리당원을 1만명 정도 모아서 당을 접수하면 어떤가. “1만명으로는 안 된다. 그런 구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신축보다 리노베이션이 더 어렵지 않나. 그래서 자유한국당 해체를 이야기한 것이다.”

지난 총선 때 공천위원으로도 활동한 김 전 의원은 총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공천 실패에 대해서는 “전권 부여 약속이 파기되었다”고 아쉬워했다.

- 공천 잡음이 생겼다. 현실의 한계였나. “최고위가 무법적 행태를 반복하고 선대위와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극우적 발언과 행태를 반복하는 당 지도부의 모습을 보고 이 당에 오겠다는 젊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결국 30~40대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민주당으로 대거 몰렸다.”

- 그렇다면 일대일로 만나서 데려올 수는 없었나. “이윤정·김미균 후보 같은 분들은 30대로서 세대 대표성을 가질 만한 훌륭한 분으로 생각했다. 당이 워낙 고루해 수용하지 못한 것이다.”

- 시계를 그때로 돌리면, 무엇이 가장 아쉽나. “전권 보장 약속을 믿고 참여했는데, 이런 식으로 약속을 파기할 줄 알았으면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 황교안 전 대표가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평가가 이미 내려졌는데, 굳이 내가 다시 말씀드릴 이유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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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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