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건과 관련해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건과 관련해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연이은 성추문 사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당내 안팎에서 적지 않은 비판을 사고 있다. ‘피해자를 우선한다’던 과거의 태도와도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자 그 즉시 출당·제명 조치한 후 관련 대응책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당은 권력형 성폭력 대응 3대 원칙으로 ‘피해자 보호주의’ ‘불관용’ ‘근본적 해결’을 수립하고 피해자 법률상담 지원과 허위사실 유포 등 2차 가해에 적극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추미애 현 법무부장관은 전국윤리심판원·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에 관한 문제는 조직윤리에서 가장 최우선 순위에서 다뤄져야할 것”이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결의가 있을 때는 당으로서 최강도의 수준에서 제재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이 보이는 태도는 과거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성추행 의혹을 일으킨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출당·제명은 그가 시장직에서 물러난 지 사흘만에야 이뤄졌고, 최근 성추문 의혹에 휘말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선 박 전 시장의 ‘명예’를 피해자 보다 우선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월 10일 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당 대응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이야기하나” “XX자식”이라며 격노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고 박 전 시장의 고소인을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인’으로 칭했고 당 차원의 공식 사과는 박 전 시장이 피소된 지 일주일 뒤에야 이뤄졌다.

민주당의 이런 조치는 결국 성인지감수성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 최근의 성추문 사태를 제외하고도 곳곳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성착취물 유포 텔레그램 ‘박사방’의 공범을 변호했던 장성근 전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을 선정하면서 비판을 산 것이 대표적 사례다. 4·15총선을 앞두고선 영입인재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원종건씨의 ‘미투’ 논란을 일으켰고, 2018년엔 노래방 성추행 의혹을 샀던 민병두 전 의원의 사퇴 수리를 미루면서 적절성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지도부가 치열한 고민 없이 매번 미봉책으로만 사태를 수습하려다 보니 비슷한 잘못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원성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 당원 게시판엔 “시대가 바뀌었는데 정치인들의 성인지감수성은 부족해 보인다” ”수시로 교육을 해야 한다”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닌데, 안일한 생각은 버려 달라” 등의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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