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1일부터 9월 6일까지 유상봉씨와 윤상현 무소속 의원실 조모 보좌관이 주고받은 메시지. 발신자는 유상봉씨고 수신자는 조 보좌관이다. 유씨는 이 1000만원을 선거공작을 위한 활동비, 조 보좌관은 단순히 유씨가 빌려달라 해서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photo 배용진
지난해 8월 21일부터 9월 6일까지 유상봉씨와 윤상현 무소속 의원실 조모 보좌관이 주고받은 메시지. 발신자는 유상봉씨고 수신자는 조 보좌관이다. 유씨는 이 1000만원을 선거공작을 위한 활동비, 조 보좌관은 단순히 유씨가 빌려달라 해서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photo 배용진

지난 4월 총선 때 ‘함바왕’ 유상봉씨가 무소속 윤상현 의원의 사주를 받아 안상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비리 혐의가 담긴 진정서 및 고소장을 썼다는 주장이 진실게임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유씨는 진정서 및 고소장을 써준 대가로 윤 의원으로부터 각종 금전적 특혜를 받았다는 입장이고, 윤 의원 측은 “단순 민원 사항을 들어준 것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금전적 특혜와 관련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지점 중 하나가 지난해 8월 윤 의원실 조모 보좌관이 유씨에게 지급한 1000만원의 성격이다. 윤 의원의 지역구 담당 보좌진인 조 보좌관은 당시 유씨가 사용하는 다른 명의의 계좌로 친구 김모씨를 통해 1000만원을 보냈다. 유씨는 이 돈은 “윤 의원 측이 총선을 앞두고 제공한 활동비”라고 주장하는 반면 조 보좌관은 “유씨가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해 빌려준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경찰은 이 돈이 대가성이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두 사람 간 문자메시지에는 조 보좌관에게 돈을 먼저 요구한 것은 유상봉씨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담겨 있다. 지난해 8월 21일 유상준이라고 스스로를 밝히는 사람은 조 보좌관을 만나기 위해 모처로 가서 ‘만나려고 밑에 와 있어요’ ‘유상준입니다 연락주세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메지시 전송 후 몇 시간 동안 조 보좌관의 답이 없자 “변호사 선임료 1억은 처리했지만 급한 사정으로 1000만원이 필요하다. 금요일에 갚겠으니 모 계좌로 차용해달라”고 만나려는 이유를 문자로 전송했다. 여기에는 계좌번호도 적혀 있다. 이후에도 답이 없자 “금요일 꼭 보내겠으니 걱정마시고 도와주세요 제가 쓸려는 것이 아니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렇습니다”라고 추가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서 ‘유상준’이라는 이름은 유상봉씨의 가명이다. 유씨 아들에 따르면 ‘유상준’ 이란 이름은 유상봉씨가 30대 이후 본인 이름으로 사용하는 이름이라고 한다. 유씨는 세간에 이름이 4개로 알려져 있었지만 유씨의 아들에 따르면 실제 이름은 3개고, 유상준은 그 중 하나라고 한다.

이 날 조 보좌관은 결국 1000만원을 유 씨에게 송금했다. 하지만 며칠 뒤 유씨는 또 다시 “내일 2000만원 틀림없이 보낼 것이니 미안하지만 1000만원만 더 빌려주세요 너무 급해서요”라고 추가로 돈을 빌려줄 것을 요구한다. 이에 조 보좌관은 유씨에게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문자를 통해 오간 대화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면 유씨가 조 보좌관에 비해 훨씬 적극적이다. 유씨는 수 차례 조 보좌관에게 연락하고 부재중 전화를 남겼지만, 조 보좌관은 상대적으로 연락을 피하는 모양새다. 조 보좌관은 이 문자에 대해 “이 때가 제가 와이프와 사별(死別)하고 술로 살았을 땐데 이런(돈을 빌려달라는) 문자가 왔었다. 처음에 한 번은 1000만원이 없어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김모씨)에게 말했는데 돈이 있다길래 줬다. 며칠 뒤에 또 1000만원을 빌려달라고 해서 증거로 캡쳐해놓은 것”이라며 “(유씨 주장대로) 활동비를 정말 줬다면 현금으로 주지 누가 이런 식으로 주냐”고 말했다. 조 보좌관은 1000만원을 선뜻 빌려준 것에 대해 “함바(건설 현장 임시 식당) 하는 사람이니까 1000만원 정도는 금방 갚을 줄 알고 돈을 빌려줬는데 알고 보니 정말 돈이 없는 사람이었다”며 “아직도 돈을 받지 못해서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유상봉씨의 아들 유모씨도 지난 7월 19일 주간조선과 만나 조 보좌관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아버지는 늘 채권자들에게 쫓기기 때문에 전화번호를 계속 바꿔왔다”며 “조 보좌관이 나와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외면할 수가 없어서) 아버지의 민원을 들어준 것인데, 이걸 두고 윤 의원이 아버지와 나에게 활동비를 지급했다고 아버지가 주장하는 건 사실관계가 완전히 틀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윤 의원 측과 유상봉씨의 논쟁이 오가는 가운데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씨 부자와 조 보좌관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총선에서 윤 의원과 맞붙었던 안상수 전 의원 측 역시 윤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무고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함바’ 업계의 큰손인 유씨는 2011년 경찰 최고위직을 초토화시킨 이른바 ‘함바 게이트’를 열어젖힌 장본인이다. 당시 유씨를 비롯한 업자들에게 ‘함바’ 운영권을 알선해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 경찰 최고위직이 줄줄이 구속됐다. 유씨 역시 이 사건으로 2013년까지 뇌물공여죄로 징역을 살았고 이후 다른 사건으로 지난해 6월까지 복역했다. 이후 지난해 9월 다시 수감됐고 지난 5월 16일 출소했지만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다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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