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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18호] 2020.07.27

이재명의 다음 미션은 ‘친문’ 마음 돌리기

▲ 이재명 경기도지사 photo 연합
지난 7월 16일 대법원으로부터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선고를 받은 이재명 경지지사는 4일 뒤 발표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단숨에 20%에 가까운 지지를 받으며 2위에 올랐다. 1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격차는 4.6%포인트. 지난 2년간 압도적 1위를 기록했던 이 의원을 오차범위 내까지 따라잡은 차기주자는 이 지사가 처음이었다. 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대법원 선고 이후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친문보다는 중도층”이라며 “그의 강경하고 단호한 발언이 오히려 친문엔 비호감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배 소장의 분석에는 차기 대권을 꿈꾸는 이 지사의 딜레마가 그대로 담겨 있다. 좌우 극단으로 갈라진 한국 사회 정치 지형에서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실사구시’ 정치인의 등장을 바라는 수요는 크다. 이런 수요는 여론조사에서 통상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도층 내지 무응답층 사이에 두껍게 형성되어 있다. 본인의 의도든 아니든 이 지사는 ‘일 잘하고 결단력 있는 지자체장’이란 이미지를 앞세워 이런 중도층을 흡수하고 있다.
   
   중도층뿐만 아니다. 이념 스펙트럼에서 중도와 맞붙어 있는 유연한 진보나 보수층 역시 이 지사의 행보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전국 15개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에서 71.2%의 응답자들로부터 ‘긍정’ 평가를 받으며 첫 1위를 차지했다. 이념과 지역이 혼재되어 있는 수도권 광역단체장이 1위를 차지한 것은 그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이 지사는 자신이 속해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계파인 이른바 ‘친문’세력들에는 ‘공적(公敵)’과 같은 인사다. 그가 정동영 전 의원 계열로 정치를 시작했다는 것부터가 친문·친노에는 공격의 대상이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 이 지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먼저 부각시키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이 됐을 때 당이 져야 할 리스크가 너무나 크다’라는 여론을 만든 것도 바로 친문세력이다. 친문세력들은 2018년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 때 이 지사의 경쟁자인 전해철 의원을 밀었다가 경선에서 지자 ‘차라리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가 되는 것이 다음 대선을 위해서는 낫다’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했다. 41%의 득표율로 대통령이 되고, 180석 의석으로 국회 전체 상임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는 승자독식 한국 정치에서 이 지사는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세력의 지지 없이는 당의 대선후보로 나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지사가 중도층을 규합하는 새로운 당을 만들어 후보로 출마하지 않는 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친문 돌파 해법을 찾아야 한다.
   
   
▲ 2018년 경기도지사 지방선거 당시의 남경필 전 경기지사(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 친문 진영은 “차라리 남 전 지사를 지지하자”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 photo 연합

   친문과의 관계 회복? 비관론과 낙관론
   
   사실 친문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이 지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체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의원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물론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오랜 기간 총리를 했다는 이유로 친문 세력과 나쁘지 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응집력이 강한 친문 세력이 다음 대선까지 이 의원을 지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재판 결과에 친문세력이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김 지사가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순간 친문세력들은 김 지사를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
   
   친문은 지난 21대 총선 공천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각종 경선과 대선을 좌우해왔다. 친문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곧 대권주자로 거듭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연결되는데, 이낙연 의원이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알면서도 8월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결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가 출마를 결정하는 데엔 당 대표에 올라 문 대통령 지지층과의 교집합을 넓히겠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반면 이재명 지사가 친문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린다.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이재명을 반대하는 친문세력의 정치적 포용성이 제로에 가까운 점, 이들과 10년 넘게 쌓인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는 점 등을 근거로 꼽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재명이란 정치인에 대한 친문세력들의 반감이 깊은 것은 물론이고 국회나 당내에서 친문계 의원 및 보좌진과 이재명 측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에 양측이 쉽사리 화학적 결합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졌던 것도 이 지사에 대한 친문세력의 비호감도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대선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 이 지사를 포함한 당내 후보들 중 친문의 도장을 확실하게 받은 이들이 없다는 점 등의 현실론을 이유로 꼽고 있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친문 지지층이 그동안 이재명 지사와 각을 세워온 건 사실이지만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는 국면에선 친문 지지층도 단순히 문재인 대통령만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바통을 누가 받을지에 더 초점을 맞추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의원은 “집권 전엔 친문·비문 등의 구분이 맞지만, 집권 이후부터는 결집보다는 분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 여권의 의석수는 180석에 이른다. 과거 분류법보다는 개인 간 친분, 정치적 지향점, 스타일 등에 따라 서로 뭉치고 흩어지며 지지하는 식이다. 두고 봐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친문 대 비문’보다는 ‘주류 대 비주류’ 등의 표현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당분간 당 밖에서 지지율 끌어올릴 듯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가 당내에서 정치적 모험을 하기보다는 그가 지금껏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렸던 방법대로 당분간 당 밖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불거지는 사회 문제에 대해 소신과 과감한 행정 조치를 앞세워 거침없이 돌파해왔다. 여론은 그때마다 그가 보이는 행보와 직설화법에 주목했고, 이 지사는 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외연을 넓혀갔다.
   
   2016년 말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졌던 당시엔 야권에서 처음으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기도 했는데, 정치권 안팎에선 이 지사가 이때부터 대권주자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본다. 당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물론 “청와대를 나오는 순간 수갑을 채워야 한다”라는 등의 직설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를 기억하는 민주당 소속 한 전직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를 당한 경험이 있다. 때문에 당시 내부에선 탄핵 이야기를 절대 꺼내선 안 된다는 약속이 있었다. 주변 의원들에겐 ‘정치인은 반보만 앞서 나가야 한다, 한 발을 앞서면 안 된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근데 그때 이 지사가 탄핵 이야기를 꺼내 들며 질주하더라. 큰일 나겠다 싶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당황해 어찌할 줄 몰라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가 여론을 잘못 짚고 있었던 거다. 이때부터 이 지사가 국민적 지지를 받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실제 이 지사는 당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 지지율 3위권으로 단숨에 치고 올라왔다. 2016년 10월 4주 차까지만 해도 5.9%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11월 4주 차 11.6%로 뛰면서 문재인 대통령(21.2%)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17.4%)의 뒤를 바짝 쫓았다.
   
   이 지사는 2017년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이를 발판 삼아 지금의 경기지사직으로 자리를 옮겼고 신천지교회와 불로소득자, 다주택자, 배달의민족 등 도정에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정적’으로 삼으며 그만의 정치철학을 펼쳐나갔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정책 면에서 과거보다 더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몸값을 띄운 측면도 있다. 같은 부동산정책을 내더라도 ‘불로소득’이란 적을 만들어 이에 대한 연결고리와 폐단을 끊어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사회 과제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해결 수완을 보였고 이것이 여론에 먹혔다. 그가 지난 대선 이후부터 쌓아온 것이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빛을 발한 것”이라고 평했다. 최근 이 지사가 주장한 ‘그린벨트 보존’이나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무공천’ 주장에 당정이 반응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가 친문과의 관계를 푸는 방식은 ‘친문과 관계를 잘 회복하겠다’가 아니라 정책을 통한 업무능력을 통해 ‘이재명이 아니고서는 정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라는 식의 당위성을 인정받는 방법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2017년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 의원들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한 모습. 이 지사는 과거처럼 당 밖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photo 조인원 조선일보 기자

   중도층의 탄탄한 지지 아직 불분명
   
   결국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중도층의 탄탄한 지지 위에 이 지사가 서 있어야 하는데 이 지사가 이런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란 의견도 있다. 이 지사의 지지도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크게 강도와 지속성, 확장성 측면에서 따져볼 수 있는데 이 지사에 대한 지지는 아직까지 강도와 지속성을 보이지 않는다”라고 평했다.
   
   야당 한 재선 의원은 이 지사가 대안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더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이 지사가 추구하는 정치학은 결국 옳고 그름에 따라 거침없이 돌파하는 것인데, 이는 눈에 보이는 현상 단계에서 여론에 만족감을 주는 정도다. 지금 사회는 여러 현안이 적체돼 있고, 심도 있는 토론과 협치가 중요한 단계다. 무조건 때려잡는 식의 정치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가 보이는 건 후진국형 리더십의 형태이기도 하다. 진보 진영에서 기존 비문과 중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친문 진영에서까지 호소력을 가지려면 기존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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