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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18호] 2020.07.27

윤상현 의원 측 선거공작? ‘함바왕’과 아들의 엇갈린 주장

▲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함바왕’ 유상봉씨가 교도소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들. 안상수 전 의원을 비난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21대 총선에서 불과 171표 차로 당락이 갈린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에서 지난 총선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인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명박 정권 초반 ‘함바’ 비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상봉씨가 선거 후 뒤늦게 무소속 윤상현 의원을 겨냥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폭로했고, 이를 이어받아 총선 경쟁자였던 안상수 전 미래통합당 의원 측이 윤 의원을 고발한 것이다. 제기된 의혹의 핵심은 윤 의원이 유상봉 부자(父子)를 선거 공작에 활용했는지 여부다. 유상봉씨는 자신이 ‘윤 의원의 사주를 받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우섭 전 인천 남구청장과 안 전 의원에게 금전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담긴 진정서 및 고소장을 썼으며 그 대가로 윤 의원으로부터 금전적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의원은 미래통합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안 전 의원은 통합당 후보로 이 지역구에 출마했다. 박 전 청장은 당내 경선에서 청와대 행정관 출신 남영희 후보에게 패배했다. 현재 유씨 부자와 윤상현 의원실 조모 보좌관 등 3인은 경찰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는 중이다.
   
   이 사건은 경찰이 수사에 나선 후 수사 사실이 지역언론을 통해 처음 외부에 알려졌다. 그러다 KBS가 유상봉씨의 폭로를 몇 차례 보도하면서 확전됐다. 그런데 유상봉씨의 폭로 이후 유씨의 아들이 아버지와는 다른 주장을 하면서 사건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유상봉씨 부자는 처음에 통합당 모 당직자의 소개로 윤 의원과 만났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유상봉씨가 윤 의원에게 민원과 관련한 편지를 쓴 후 윤 의원은 관계를 단절했고, 조 보좌관과 아들 유씨만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통상 아버지와 아들은 한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사건에서 유상봉씨 부자는 대척점에 서 있다. 유씨 아들과 조 보좌관은 유상봉씨가 안 전 의원 측과 공모해 윤 의원과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들 유씨는 아버지 유상봉씨가 지난 5월부터 어떤 이유에선가 안 전 의원 편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한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유상봉씨가 최소 2017년 하반기까지 안 전 의원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2017년 9월 유상봉씨가 교도소에서 아들에게 써 보낸 편지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안상수 의원에 대한 진정서와 안 의원이 20여억원을 받고 개인 자격이 아닌 인천시장 자격으로 써준 송도 모 공구의 전체 건설현장 식당운영계약서(시가 50억원) 사본을 보낸다. 진정서의 내용대로 안상수 의원은 정말 못된 짓을 많이 했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꼭 나의 억울한 한을 풀어주라.”(2017년 9월 6일)
   
   “안상수에 대한 진정서 40장을 썼다.”(2017년 11월 12일)
   
   이 편지를 주간조선에 제공한 유씨의 아들은 “2018~2019년에 아버지가 보내온 편지도 100여통이 있었는데 경찰이 압수수색해 가져갔다”며 “(2017년 것은) 따로 보관했던 편지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유씨는 안 전 의원 측과 같은 입장으로 돌아서서 윤 의원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유씨는 지난 5월 출소했는데,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자마자 경찰에 체포돼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유씨는 조사 다음 날 풀려났는데, 유씨가 윤 의원을 향한 폭로를 하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부터다.
   
   안 전 의원 측은 윤 의원이 지난 총선 때 유상봉씨를 통한 선거 공작으로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전 의원 캠프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조모 국장이 윤 의원을 상대로 인천지검에 낸 고발장에 따르면, 윤 의원은 총선 당시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유씨와 접촉해 “안 전 의원이 내연녀 등을 통해 유씨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는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하게 한 뒤 이를 지역언론사가 기사화하도록 했다.
   
   이후 여러 매체가 이 기사를 받아썼고,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안 전 의원 측의 주장이다. 안 전 의원 측은 그 배경에 대해 “안상수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윤상현에게 가장 이득이 되었던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 구도상 민주당 남영희 후보 측에서는 두 명의 야권 후보가 끝까지 가는 것이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굳이 안상수를 공격해올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안 전 의원 측의 설명이다. 반면 안 전 의원의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같은 야권인 윤 의원이 이득을 얻는 상황이었다는 것이 안 전 의원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실의 조 보좌관은 “당시 윤 의원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민주당 남영희 후보였지 안 전 의원이 아니었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총선에서 윤 의원은 40.59%를 얻었고, 남영희 후보는 40.44%로 박빙이었지만 안 전 의원은 15.57%로 두 후보에 비해 표차가 제법 났다.
   
   
▲ 윤상현 무소속 의원. 윤 의원의 보좌관인 조모씨와 유상봉씨 부자는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상현 의원, 유상봉에게 특혜 제공 정황
   
   경찰이 유씨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 배경에는 유씨 부자가 윤 의원으로부터 금전적 특혜를 받은 정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유씨 부자가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분당 모 호텔 공사현장의 ‘함바’를 포함해 롯데백화점 구리점 등 최소 3곳의 롯데 관련 운영권 또는 계약을 따냈다는 것 △윤 의원이 민주당 정성호·김두관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유상봉 아들을 ‘친한 동생’으로 언급하며 잘 챙겨 달라고 요청했고 실제 이들 의원이 경기도시공사와 경남 통영시를 각각 연결해줬다는 것 △윤 의원이 유씨를 위해 직접 채동욱 변호사(전 검찰총장)를 소개해 주고 서울아산병원 진료도 알아봐줬다는 것이 경찰이 ‘특혜’로 보는 주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실 조 보좌관과 유씨의 아들은 “윤 의원이 민원을 다수 들어준 건 사실이지만 실제로 혜택을 받은 것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조 보좌관과 유씨의 아들은 몇 년간 가깝게 지낸 지인 사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 변호사는 유씨의 사건을 맡지 않았고, 아산병원 연결 역시 녹내장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유씨를 위해 윤 의원이 진료 연결을 돕긴 했지만 진료 순서를 앞당겨주는 등의 특혜는 없었다는 것이 조 보좌관과 유씨 아들의 설명이다. 정성호·김두관 의원 역시 경기도시공사와 통영시를 연결은 해줬지만 실제로 계약이 체결된 게 없기 때문에 유씨 부자가 별달리 받은 것은 없었다는 것이 두 사람의 주장이다. 유상봉씨의 아들 유모씨는 “롯데백화점 입점 역시 입점이 아니라 ‘떴다방’ 같은 매대에 잠깐 들어간 것이고 일주일 하다가 나왔다”며 “그나마도 내가 한 게 아니라 친구가 한 것을 조 보좌관이 연결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윤 의원이 지역구에서 ‘민원 해결사’로 통한다는 점이 작용했다. 윤 의원은 20대·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연속 두 번 당선된 특이한 기록을 갖고 있다. 거대 양당이 양분하는 국회의 현실을 볼 때 소수정당도 아닌 무소속 의원이 두 번이나 지역구에서 승리한 것은 이례적이다. 윤 의원 측은 “지역구 민원이라면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윤 의원의 이런 행동이 무소속으로도 당선돼 온 저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상봉씨 부자에게 제공한 여러 혜택 역시 민원을 최대한 해결해 주려는 윤 의원의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설명이다.
   
   유씨의 아들이 윤 의원 측과 함께 선거 공작을 했다는 의혹을 불러온 원인으로 조 보좌관이 유씨 부자에게 보낸 ‘사실확인서’도 있다. 이 확인서에는 조 보좌관 명의로 유씨 부자에게 ‘향후 사업을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버지 유씨는 이 확인서를 채권자들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하지만 아들 유씨는 “교도소에서 건강이 나빠진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내가 보좌관 명의로 거짓으로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서도 이미 수사를 받은 사안이고 내 필적이 특이해 경찰도 허탈해했다”며 “보좌관에게는 수차례 사과했다”고 말했다.
   
   아들 유씨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윤상현 캠프에서 일하고 있다”며 동료 사업가 박모씨에게 말한 녹취도 있다. ‘윤 의원 측에서 일하고 있으니 돈을 갚을 것을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아들 유씨는 “박씨는 아버지의 채권자를 중간에 소개해주고 이익을 취하는 브로커”라며 “그가 소개해준 채권자들이 아버지를 심하게 괴롭혔기 때문에 채권자들을 다독이려는 의도에서 말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조 보좌관을 제외하면 윤 의원 캠프에 아는 사람도 없고 사무실에 간 적도 없다”며 “선거캠프가 있던 건물 CCTV나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바로 알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 캠프에서 일했다는 것 역시 채권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거짓말이라는 것이 아들 유씨의 주장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핵심 인물 두 명은 유상봉씨 부자다. 아들 유씨는 왜 아버지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있을까. 그는 “아버지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하면 안 전 의원의 명예를 실추시킨 걸 죄송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시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버지 유상봉씨는 원경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과의 재판을 앞두고 있다. 유씨는 원 전 청장이 서울 시내 경찰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9년, “원씨에게 금품을 건넸다”며 서울동부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가 세 달 만에 취하했다. 하지만 당시 원 전 청장은 “금품수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유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고, 유씨가 진정을 취하한 뒤에도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유상봉씨는 ‘함바’ 운영권과 관련해 경찰 간부나 공기업 임원, 건설사 임원 등에게 뒷돈을 건네거나 관련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2010년부터 구속됐다가 풀려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들 유씨는 아버지와 다른 견해를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이유에 대해 “아버지가 이제 나이도 많고, 감옥에서도 진정서를 수백 장씩 쌓아놓으면서 다른 재소자들과 갈등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아버지가 더 이상 감옥에 가는 것은 막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천지방검찰청은 현재 고발인 진술을 받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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