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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0호] 2020.08.10

들끓는 부동산 분노, 중도층 민심 뒤집혔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ylhong@chosun.com

▲ 6·17 대책 피해자 모임 등 참석 시민들이 지난 8월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대책 관련 정부 규탄 집회서 신발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4·15 총선 직후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중도층을 끌어낼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고 패인(敗因)을 분석했다. 실제로 총선 직후 메트릭스 조사에서 ‘투표한 정당 후보’를 묻는 질문에 보수층은 미래통합당, 진보층은 더불어민주당으로 쏠린 가운데 중도층이 통합당(29%)보다 민주당(49%)으로 크게 기울어지면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4개월도 지나지 않아 중도층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오거돈·박원순 성추행 논란, 윤미향 의혹,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추미애·윤석열 치킨게임 등 여권(與圈)에 수많은 악재가 터졌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 실패가 중도층 민심 이반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도층은 이념적 색채가 없기 때문에 부동산과 민생 등 정부 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들이다. 여야(與野)에 대해서도 각각 ‘묻지 마’ 지지를 보내는 진보·보수층과 달리 양쪽을 냉정하게 심판하는 중도층은 각종 정치 지표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지난 7월 23~25일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체 국민의 평가는 ‘잘못하고 있다’(71%)가 ‘잘하고 있다’(21%)를 압도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보수층(86%)뿐 아니라 진보층(56%)도 다수였다. 특히 중도층(76%)도 보수층과 비슷하게 부정 평가가 대다수인 것은 국민의 ‘부동산 분노’가 비등점을 넘어 끓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정책 부정 평가 보수층과 비슷
   
   지난 7월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집값을 잡겠다며 국회 연설을 통해 꺼내든 ‘수도 이전’, 즉 천도(遷都)에 대해서도 중도층의 시선은 싸늘하다. 여당이 천도를 하자고 포문을 연 직후 7월 21일 리얼미터 조사에선 수도 이전에 대해 중도층은 찬성(52%)이 반대(35%)보다 높았다. 하지만 7월 28~30일 한국갤럽 조사에선 반대(58%)가 찬성(39%)을 큰 차이로 역전했다. 약 열흘 만에 중도층의 천도 여론이 반대쪽으로 확 쏠린 것이다. 여당의 천도 카드가 국가 균형 발전보다는 부동산 실정을 덮기 위한 면피용이란 여론이 확산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7월 23~25일 케이스탯 등 4개 회사 공동조사에서도 ‘국회·청와대·정부기관 등이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이 부동산 문제에 도움이 되는가’란 질문에 중도층에선 ‘아니다’(56%)란 부정 평가가 ‘그렇다’(39%)보다 훨씬 높았다. ‘현 정부가 임기 내에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나’란 질문에도 중도층의 대다수(88%)가 ‘안정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중도층 민심이 중요한 이유는 진영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전체 여론의 향배(向背)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다시 등판시킨 것도 그가 과거에 경제민주화 밑그림을 완성해 2012년 대선에 기여한 것처럼 당의 외연을 중도층으로 확장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더구나 중도층은 진보층이나 보수층에 비해 규모도 가장 크다. 지난 총선 때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중에서 중도층(37%)은 진보층(32%)과 보수층(31%)에 비해 비중이 가장 높았다. 중도층이 여야의 최대 표밭이란 것이다.
   
   

   중도층서도 정부 견제론이 지원론 앞질러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침체 국면인 것도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5월 초 71%에서 7월 말 44%로 수직 하락했다. 중도층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69%에서 42%로 폭락한 것의 영향이 컸다. 중도층에선 정당 지지율도 요동치고 있다. YTN·리얼미터의 5월 1주 조사에선 민주당(45%) 지지율이 통합당(25%)을 20%포인트나 앞섰지만, 7월 5주 조사에선 34% 대 33%로 거의 동률로 바뀌었다.
   
   중도층 민심의 급변은 ‘정부 지원론’과 ‘정부 견제론’에 대한 지지를 묻는 조사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지난 4월 총선 직전 갤럽 조사에서 중도층은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이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45%)가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41%)보다 높았다. 당시엔 ‘정부 지원론’에 대한 지지가 더 높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얼마 전 갤럽 조사에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중도층은 정부 견제론(54%)이 정부 지원론(32%)을 큰 차이로 역전했다. 지난 총선 때와 달리 중도층 민심이 야당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조사 결과다.
   
   한편 “중도층 민심은 서울 민심과 함께 등락하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인다”는 분석이 있다. 지역적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여야 사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도 성향 유권자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도층 민심과 비슷하게 최근 서울 민심도 정부·여당에서 멀어지고 있다. 케이스탯 등 4개 회사 공동조사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서울은 76%로 대구·경북(82%) 다음으로 높았다. 수도 이전도 갤럽 조사에서 서울은 반대(61%)가 찬성(32%)보다 두 배가량이나 우세했고, 전국 평균 49%에 비해서도 크게 높았다.
   
   문 대통령 지지율도 7월 말 갤럽 조사에서 전국 평균치는 44%였지만, 서울은 38%로 40% 선이 무너졌다. 여권이 특히 서울 지역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있다. SBS·입소스의 7월 24~25일 조사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에 대해 서울 시민은 부정 평가(56%)가 긍정 평가(37%)보다 훨씬 높았다.
   
   정치권이 중도층과 서울 민심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진보·보수층이 여당과 야당에 거의 맹목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것과 달리, 중도 성향의 서울 유권자는 정부의 정책을 세밀하게 평가하며 지지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했다. 각종 정책 이슈가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 승부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중산층과 서울 유권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동산, 수도 이전 등 정책들과 관련한 논란이 선거를 앞두고 계속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중도층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유권자이기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여당이나 최근 지지가 회복 중인 야당 모두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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