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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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위원회 위원장과 싱크탱크인 민주통합포럼 상임위원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는 요즈음 정부에 자주 쓴소리를 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직접 겨냥한 글들도 소셜미디어에 올려 주목을 받았다.

지난 8월 3일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자택을 찾으니, 신 변호사는 자신이 직접 농사짓는 밭을 보여주었다. 그는 약 1800㎡ 규모의 밭을 가리키며 “나는 국가가 인정한 농부”라며 “농사를 지으니 건강에 좋고 마음이 깨끗해진다”고 했다. 신평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냈다.

2004년 참여정부가 대선공약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만들려고 할 때 당시 정권 실세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를 공수처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수처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현 정부 사법개혁의 상징처럼 돼 있는 조국 전 장관을 향해서는 ‘진보귀족’이라며 비판했다.

- 진보귀족은 어떤 사람인가. “입으로만 진보를 말하지 속을 들여다보면 기득권 세력인 경우다.”

- 진보귀족은 왜 생겼나. “아직 한국 정치란 기득권자들의 정치다. 보수건 진보건 상관없이 일부의 사람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이고, 이들은 일반 국민들인 서민들과 구별되는 귀족이라고 할 수 있다.”

- 누구나 정권을 잡으면 기득권이 되는 것 아닌가. “사다리가 필요하다. 밑에 있는 사람도 상층으로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진보귀족 조국이 로스쿨 설계자”

-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을 저격한 이유는. “나는 정치가도 아니고 헌법학자다. 한국헌법학회 회장도 했다. 왜 나에게 일방적으로 정권에 아부하고 형편없이 추종할 것을 기대하나. 내가 그래도 지식인인데 지식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을 수가 없다. 그래서 비판한다. 그것도 일방적 비판이 아닌 건설적 비판이다.”

- 조국 전 장관을 비판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조국은 진보귀족으로 로스쿨 설계자다. 나는 로스쿨로 인해 많은 젊은이들이 더 이상 법조인의 꿈을 꿀 수 없는 데 대해서 분노해 왔다. 그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잘못 운용되고 있는 로스쿨을 옹호하기에 바빴다. 로스쿨 개선의 여지를 없애버렸다. 이렇게 나쁜 짓을 많이 하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이 들면서 더욱 강해진다.”

- 추미애 장관이 판사 임용 때 지방 발령을 내자 펑펑 울었다고 소셜미디어에 썼다가 사과를 한 이유는. “사과를 한 것은 법적인 처벌이 걱정되어서가 아니다. 35년 전 일을 소환해서 다른 사람을 비판한 것이 온당치 못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내가 그 벌을 바로 받았다. 내가 변호사들로부터 돈을 꾸어가서 갚지 않은 부패법관이었다고 최근 전여옥씨가 허위사실로 나를 공격했다.”

- ‘공정세상연구소’를 만들었는데 왜 다시 ‘공정’인가. “한국 사회가 산업화, 민주화를 꽃피우고 난 다음에는 공정세상이 가장 높은 가치가 될 것이다. 나의 성향은 한마디로 ‘반기득권주의’다. 한국에서 기득권 세력이 불공정한 처사를 참 많이 한다. 이것을 시정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법개혁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민의 입장에서 사법개혁이 이뤄진 적이 없다. 나는 이 분야를 오래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를 위해 할 말이 있다.”

- 문재인 정부가 ‘공정’하다고 보나. “말은 하는데, 특별히 공정한 정책을 펼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 면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돋보인다.”

- 지난 대선에서 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도왔나. “촛불혁명의 계승자가 문재인 정부라고 생각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이나 검찰개혁 등에서 지금처럼 지리멸렬하게 될 줄은 몰랐다.”

- 국민들이 사법개혁에 공감한다고 생각하나. “사법신뢰도가 세계경제협력기구(OECD) 37위로 꼴등 아닌가. 국민들은 당연히 사법개혁을 바라고 있다.”

- 곧 출범이 예상되는 공수처에 대한 생각은. “과거 공수처 설립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좀 우려한다. 잘 운영되어야지 그렇지 못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 공수처가 생기면 거대 비리를 처벌할 수 있을까.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하려는 것 아닌가. 왕조시대의 의금부 역할을 한다고 비판받는데, 그렇게 되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어려워진다.”

- 공수처를 대통령 아래에 두는 것이 맞다고 봤나. “법원, 검찰, 경찰의 수사 과정과 재판에서 생겨나는 거대한 ‘어둠’을 제거해야 했다.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얻어서 당선되는 것인데, 그 정도의 책임감은 있을 것으로 보았다. 사법 질서의 곪은 부분을 신속하게 제거하기 위해 (대통령 아래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 공수처가 출범하면 민변 등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 정권의 호위무사가 되지 않을까.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비판은 아니다. 기대 반, 우려 반이다.”

- 검찰과 공수처 간에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되나. “가능성이 있다. 상당히 우려가 된다. 검찰 무력화에 공수처가 이용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다.”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권력에의 복종 요구”

- 검찰은 정권 말기마다 정권을 흔들어왔다. 왜 그럴까. “‘사법 무결점주의’라는 신화에 종속된 인간들이 벌여온 일이다. ‘우리는 초인이다, 어떠한 잘못도 없다, 우리가 국가를 만들어 나간다.’ 이런 착각과 환상 속에서 잘못된 일들을 많이 벌여왔다. 그런 측면에서 (검찰은) 진지한 반성을 해야 한다.”

- 검찰이 외부에 의해 개혁을 강요당하는 것이 자업자득이라는 말인가. “검찰에 대한 통제는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정부가 말하는 것은 권력에 의한 통제이고 나아가 권력에의 복종을 요구한다. 이런 것이 아니라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민주적인 통제가 필요하다.”

- 기존 사법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이 뭐라고 보나. “억울한 피해자를 생기게 한다. 한동훈 검사장이 자신의 말처럼 아무 잘못이 없어도 이른바 ‘돌돌 말아 넣는’ 것이다. 그렇게 당한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나도 그런 일을 당해 보았다.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라는 책에 자세히 적었다.”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기소는 어떻게 보나. “과도한 행동을 했지만 그것이 과연 강요미수가 될까. 이상하지 않나. 제보자와 관련해 수상한 일이 많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동훈, 이동재만 돌돌 말아 넣는 듯이 보인다. 이것을 어떻게 정당한 수사라 말할 수 있나.”

- 윤석열 검찰총장은 친문에서 볼 때 배신자다. 윤 총장에게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나.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배신이라기보다 특권 엘리트 의식이 있는 것이다. 검찰은 부정이 있으면 밀어붙이자는 생각을 가진다. 말은 맞는데, 그것이 가지는 함정을 윤 총장은 생각해야 한다. 윤 총장은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면 경찰이 이를 감당할 수 있다고 보나. “부정적으로 본다. 가장 잘 알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변호사들일 것이다. 경찰을 접해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잦다. 경찰의 일부는 분명히 일탈할 것이다. 그 통제가 마땅치 않다. 그리고 경찰이 검찰보다 훨씬 더 지방토호세력과 유착하여 일반 국민을 핍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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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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