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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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추문 의혹에 휘말린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4월 23일 전격 사퇴하면서 부산 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선 지자체 실시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부산시장 자리를 빼앗긴 야권에서는 설욕을 벼르고 있다. 오 전 시장 사퇴 후 연이어 계속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이은 자살, 부동산값 폭등으로 인해 당장의 여론 역시 야권에 우호적으로 흐르고 있다.

야권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사람은 이진복 전 의원, 유재중 전 의원, 이언주 전 의원, 박민식 전 의원 등이다. 이진복 전 의원은 지난 총선 때 불출마, 유재중 전 의원은 컷오프, 이언주·박민식 전 의원은 지난 총선 때 낙선하고 권토중래를 노리는 경우다. 현역으로는 장제원 의원이 거론되나, 1석이 아쉬운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카드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유발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이진복(63) 전 의원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야권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부산 동래의 ‘터줏대감’이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 출신으로, 동래구청장을 지내고 동래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지난 총선 때는 불출마 선언을 하며 미래통합당 중진 불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요즘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활발히 정치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이 전 의원을 만났다.

- 오거돈 사태 이후 부산 민심은. “관청도 그렇고 시민사회단체도 그렇고 충격을 많이 받았다. 패닉 상태다. 그 와중에 박원순 서울시장 사태까지 터졌다. 시민들은 묵과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다.”

- 성추행 의혹 조사는 별 진척이 없다. “굉장히 지지부진하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동력이 많이 떨어졌다. 강제추행 외에도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부분도 고발된 것으로 아는데 진척이 없다. 경찰이 전담팀을 꾸렸다고 하나, 지난 7월 7일에야 부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이나 지난 뒤였다. 조사할 의지도 없고, 시민들 눈치 보느라 형식적 액션을 취했다는 지적이 있다.”

- 오거돈 시정(市政)에 어떤 문제가 있었나. “공무원 내부 반발이 심했다. 정무직들, 소위 ‘문고리’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정상적 라인으로 업무가 안 됐다. 정무직한테 먼저 결재를 받아오라는 식이다. 자연히 의욕 있는 공무원들은 외청이나 사업소, 일선 구청으로 나가려고 했다. 공무원 노조조차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오거돈 시장 사퇴 후에도 정무직 일부가 남아 있다. 지난 7월 23일 초량 지하차도 사망사고도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부산시의 기강해이를 보여준다.”

- 서울은 부동산값 폭등으로 난리다. 부산은 어떤가. “이른바 ‘해수동(해운대, 수영, 동래)’ 가격이 많이 올랐다. 안 오른 지역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부산에서도 부동산에 따른 빈부격차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지방의 허탈감이라는 것은 수도권과 또 다른 측면이 있다.”

- 부산은 자영업 비중이 높은데, 코로나19로 경기는 어떤가. “코로나19로 자영업은 괴멸했다. 부산역 건너편 부산관광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90%가 영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부부나 가족끼리 운영할 수 없으면 포기해야 하는 분위기다. 녹산공단에 가보면 두 곳 건너 한 곳이 문을 닫았다. 정부 정책에 더 이상 기대를 안 한다. 도시 활력이 떨어진 것은 더 큰 문제다. 부산 인구가 340만명으로 인천 294만명에 비해 많다고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2년 뒤에 추월당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전망은.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은 과거 ‘5+1석’에 비해 줄어든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민주당은 부산 18개 선거구 중 사하구을(38.8%)과 해운대구갑(37.4%) 등 2개 선거구를 제외하고 모두 40% 이상 득표했다. 보수세가 강한 동래, 금정, 수영에서도 민주당이 40% 이상 획득했다. 다만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PK지역에서 미래통합당(44.9%)과 민주당(26.6%)의 지지도가 18%포인트 이상 차이나고 있다. 정권에 대한 실망, 오거돈 사태, 부동산 사태가 부산시민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준 것 같다. 우리가 예선을 어떻게 치르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 민주당이 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만든 당헌(96조2항)에 따르면 무공천하는 것이 맞다. 민주당에서도 부산은 원래 무공천하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사태까지 터지면서 기류가 좀 바뀐 것 같다. 자가당착에 빠졌다. 보궐선거에 2명이 출마하면 210억원, 3명이 출마하면 240억원을 전액 시비로 충당해야 한다. 재난지원금 지급 후 공무원 월급 줄 돈도 없다는데, 부산시로서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다.”

- 민주당이 후보를 안 내도 친여(親與) 무소속 후보가 나오지 않을까. “2014년 오거돈 시장을 무소속으로 해서 민주당이 밀어준 사례가 있다. 학습효과가 있어서 시민들은 그런 것에 안 속는다. ‘꼼수’라는 것을 안다.”

- 부산시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데, 전국 지명도는 좀 떨어진다. “부인하지 않는다. 당내에서 전략, 조직관리,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로 노력했다. 당에 배치되는 발언을 삼가고, 언론에 투쟁적 모습을 보이지 못해 노출빈도가 낮았다. 내 정치의 장단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민원을 담당하면서 국가정책을 다뤄본 경험이 있다. 3선 의원을 하며 정무위, 산자위, 행안위에 있으면서 여러 공부를 많이 했다.”

- 내년 보궐선거 때 여권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재점화할 태세다. 신공항에 대한 입장은.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있는 박재호 의원이 최근 나를 찾아왔다. 나와 중학교 선후배 관계다. ‘형님이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라던데, 가덕도 신공항 좀 도와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당신들이 야당 눈치 본 것이 뭐가 있냐’며 ‘가덕도 신공항이든 김해공항 확장이든 빨리 삽부터 떠라’고 했다. 다른 경쟁 공항들은 허브공항으로 위상이 커지고 있다. 물류는 5년 전부터 확보한다는데, 물류조차 제대로 확보 못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나는 두 개 다 좋다.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

- 2030년 부산엑스포 북항 유치 계획은 변함없나. “서병수 전 시장이 낙동강에 있는 강서구 맥도에서 추진하려고 했다. 공항도 가깝고 상대적으로 낙후한 곳이다. 오거돈 전 시장이 북항으로 바꾸었다. 나는 2030 부산엑스포 자체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부지 문제에 있어 오 전 시장이 과하게 판단했다. 55보급창, 8부두 등 이전에 어려움이 있다. 2030 부산엑스포를 꼭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이 북항은 아닌 것 같다는 얘기를 하는 만큼, 장소는 전면적으로 새로 검토해봐야 한다.”

- 만약 부산시장에 출마한다면 오거돈 전 시장처럼 전임자 정책을 모조리 바꿀 생각인가. “그렇게 하는 것은 낭비다. 사실 오거돈 전 시장이 지난 2년간 무엇을 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공항 이야기만 하다가 끝마치지 않았나. ‘부산대개조’를 한다고 떠들었는데, 2년 해가지고 얼마나 바꿀 수 있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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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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