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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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월 19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는 등 통합당의 호남 구애가 본격화하면서 ‘광주의 딸’로 주목받았던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권 대표는 최근 “통합당과 손 못 잡을 이유가 없다”며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고,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명분도 쌓고 있다. 안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려면 야권 연대가 필수다.

2005년 사시 출신 첫 여자 경찰관이자 최연소 수사과장(당시 만 32세)으로 화제를 모았던 권 대표는 2012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시절 소위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통해 인생행로가 바뀌었다. 당시 ‘광주의 딸’로 불리면서 경찰 수뇌부가 원하지 않던 길을 택한 그는 2014년 7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광주 광산을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었다. 19대 때는 새정치국민연합 소속으로 출마했지만 20대 때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바꿔 당선됐고, 21대에서는 국민의당 비례대표 3번으로 3선 의원이 되었다.

어느덧 직업정치인 반열에 올랐지만 지난 8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권 대표는 “정치가 체질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통합당의 서진(西進) 전략으로 주목받는 호남 민심과 관련해서는 “호남 스스로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광주의 딸’이라고 불리면서도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당을 택한 이유가 뭔가. “사실 지역민들이 민주당행을 강하게 요구했다. ‘(국민의당에 남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지역 차별뿐 아니라 지역주의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 최근 이뤄진 검찰 인사를 보면 이른바 ‘빅4’가 호남 출신인데 지나치다는 생각을 안 하나. “호남 출신 운운은 지엽적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메시지다. 국민들은 ‘정치 검찰’을 이미 목격했다. 정치 검찰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처음부터 지켜봤다. 정말 국민들이 모른다고 생각하는지 의심스럽다.”

- 호남 독식 인사로 오히려 비판 여론이 생겨 호남이 고립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남의 문제는 한국 현대사에서 늘 있었던 문제다. 호남이 ‘무엇 때문에 (피해를 본다든지), 혹은 무엇 덕분에 (이득을 본다든지)’라는 이야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호남 스스로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호남의 생각에 전체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광주의 딸’이라며 공격을 많이 받았는데 당시 심정이 어땠나. “온라인 댓글로 출신 지역 관련 공격을 많이 받았다. 인간인 이상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 악플은 반드시 상처를 남긴다. 이러한 상처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치적 공격에는 법의 논리로 대응했다.”

- 지난 총선에서 비례 3번에 권 대표 이름을 올린 것이 호남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당의 전략이라고 생각하나. “안철수 대표의 광주·전남을 향한 애정은 짝사랑이다. 50대가 가지는 세대효과라는 것이 있다. 세대가 가지는 부채의식 같은 것인데, 안 대표는 그런 정서가 있다.”

-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지역 기반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지역 기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광주에서 선거운동을 하면 ‘서운하다’고들 한다. ‘국민의당이 배신해서 쪼그라들었다’고도 한다.”

-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이유가 뭔가. “야권 단일화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있다는 것을 안철수 대표 본인이 너무나 잘 알았다. 이런 요구에 정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이다.”

- 얼마 전 “통합당과 손 못 잡을 이유가 없다”고 했는데 조건은 없나. “주호영 원내대표와 소통하고 있다. 통합당이 그냥 변하면 된다. 실용으로 가야 한다. 장외 투쟁을 하지 않고, 설령 무력해 보여도 국회에서 논리로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이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 했는데, 이는 정체성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으로 합리적 해결 방법과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한다.”

-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장 혹은 대선에 나올 생각인가.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했던 과거가 생각나서인지 서울시장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 대표 나이로 볼 때 서울시장을 밟고 대권으로 가는 것이 어떠냐는 조언들이다.”

- 안 대표가 동지애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는데. “안 대표 옆에 사람이 없다고들 하지만 일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안철수는 그의 길이 있고, 나는 나의 길이 있다. 방향이 같으니 같이 가는 것이다. 우리 정치가 이 상황이 된 것은 인간관계로 대가를 원하는 비효율적 문화 때문이다. 안 대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김영란법’ 통과다.”

-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야당에서 여성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3선 의원으로서 지방선거에 나설 생각은 없나. “국민의당이 지방선거 전략으로 저에게 뭔가를 요구한다면 광주시장은 고민할 수 있다. 광주시민들과 함께 노력하고 싶은 것들이 이제 뚜렷하다. 광주 출신 의원으로 그걸 실천하고 싶다.”

-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비슷하다고 보나. “울산 사건 공소장에 청와대 수석들 이름이 다 적시돼 있다. (울산 사건은) 국정원 댓글 사건만큼 민주주의를 유린했다는 것이 공소사실, 범죄사실에 적혀 있다. 이전에 김경수 경남지사가 연관된 드루킹사건이 터졌을 때 여권에서는 ‘국가기관이 한 것하고 개인이 한 짓하고 같냐’며 책임을 피했다. 반면 울산 사건은 최고권력기관이 관련된 사건이다.”

-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검찰이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깔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울산 사건은) 이미 법원으로 갔다. 법원에서 전부 무죄가 나오지 않는 이상 탄핵 사유다. 설령 판사가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청와대 개입을 인정한 내용이 판결문에 나오면 탄핵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인정되면 탄핵을 해야 한다. 이는 국회의 공적 의무다.”

- 여당이 180석인데 탄핵이 가능할까. “재판 결과를 보고 국회는 할 도리를 하면 된다.”

- 최근 검찰의 위기는 자업자득인가. “자업자득으로 치면 국정원, 경찰, 검찰, 자유로운 기관이 없다. 경찰의 경우 화성연쇄살인사건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씌워 옥살이 시킨 사례, 과거 국정원은 고문치사 사건 등이 있었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운영되는지가 중요하다. 정부와 여당이 문제를 푸는 방식은 100% 감정적 대응이다.”

- 왜 여당은 검찰에 감정적으로 대응할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를 하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할 수사가 많기 때문이다.”

- 통합당이 집권하면 공수처를 정말 없앨까. “통합당은 집권하면 공수처를 없앤다고 하는데 그러지 않을 것이다. ‘이게 웬 떡이냐’며 오히려 유지할 수 있다. 일단 권력을 쥐면 놓지 않으려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위험을 알아야 한다.”

- 여성 경찰 출신으로서 오거돈, 박원순 성추행 사건을 어떻게 보나. “일련의 성추행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공무원 사회의 조직문화 문제라고 본다. 성폭력 범죄의 기본은 피해자와 피해사실의 보안 유지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고, 피해 증거를 대라는 모습을 보고 사회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모른다고 생각했다. 2차 피해가 우려된다.”

- 소수당으로서 한계는 없나. “180석 거대 여당 앞에서 미래통합당, 국민의당, 정의당 모두 소수당이다. 거대 여당이 국회의 본질적 모습을 훼손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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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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