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여야(與野) 지지율 순위가 역전되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최근 발표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며 여권(與圈)을 향한 민심의 경고등이 한꺼번에 켜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실정(失政)의 영향이 크다”면서 “의석수를 앞세운 여당의 입법 폭주와 불통 인사, 검찰 흔들기 등 동시다발로 터져나온 다양한 악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에는 민심의 척도로 꼽히는 서울의 여론 변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10〜14일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전국 유권자 2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주간 조사에서 미래통합당 36.3%, 더불어민주당 34.8%였다. 일주일 전 조사에선 민주당 35.1%, 통합당 34.6%였지만 민주당은 0.3%포인트 하락하고 통합당은 1.7%포인트 오르면서 “두 정당의 지지율이 자리바꿈을 했다”고 리얼미터는 전했다. 통합당이 오차범위를 벗어나 선두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보수계열 정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통합당)이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높은 것은 지난 정부에서 탄핵 정국이 시작된 2016년 10월 3주 차(새누리당 29.6%, 민주당 29.2%) 이후 3년10개월 만이다.

통합당, 서울에서 8.7%포인트 앞서

이 조사에서 지역별로 통합당과 민주당 지지율은 서울(39.9% 대 31.2%), 대전·충청(37.2% 대 32.7%), 부산·경남(45.0% 대 28.5%), 대구·경북(47.5% 대 27.3%) 등으로 통합당이 높았다. 반면 광주·전라(14.1% 대 51.6%)와 인천·경기(33.4% 대 38.0%)는 민주당 지지율이 높았다. 한 달 전인 7월 둘째 주 조사와 비교하면 호남과 인천·경기는 계속 여당 지지, 영남은 야당 지지가 계속 이어졌지만 서울과 충청권은 여야 지지가 뒤바뀌었다. 대전·충청은 민주당의 12%포인트 우세에서 통합당의 4.5%포인트 우세로 바뀌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엔 한 달 전엔 민주당이 통합당을 8%포인트 앞섰지만, 최근엔 정반대로 통합당이 민주당을 8.7%포인트 앞섰다. 여야 지지율 역전 흐름을 서울이 주 도한 셈이다.

여야를 향한 지지세가 달라진 것은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8월 11~13일 갤럽 조사 결과, 2022년 대선에서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45%)가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41%)보다 4%포인트 높았다. 지난 총선 직전인 4월 7~8일 갤럽 조사에선 총선에서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이 많이 당선돼야 한다’(51%)가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많이 당선돼야 한다’(40%)보다 11%포인트 높았지만, 4개월 만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여야에 대한 지지가 51% 대 40%에서 38% 대 48%로 급변하면서 민심이 가장 크게 요동쳤다.

유권자 이념성향별로 진보층은 여당, 보수층은 야당에 대한 지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도층 민심이 급변했다. 중도층은 총선 때엔 정부 지원(52%)이 정부 견제(39%)를 크게 앞섰지만, 최근엔 대선에서 정권 교체(52%)를 원한다는 응답이 정권 유지(38%)를 크게 앞섰다. 연령별로는 50대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50대는 총선 때엔 정부 지원(52%)이 정부 견제(44%)보다 우세했지만, 내후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48%)를 원한다는 응답이 정권 유지(41%)를 앞섰다. 즉 최근의 민심 변화는 서울과 중도층, 50대 등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유권자 집단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여권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 ‘부동산 불만’이란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 8월 11~13일 갤럽 조사에서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65%)가 ‘잘하고 있다’(18%)의 3배 이상에 달했다. 서울에선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68%)가 긍정 평가(17%)보다 무려 51%포인트나 높았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현 정부 들어 15차례 실시한 갤럽 조사에서 이번이 최고치였다.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부동산 법안들을 단독 처리하는 등 ‘입법 폭주’에 대해서도 여론은 싸늘하다. 지난 8월 6~8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 여론조사에선 여당이 단독으로 법안이나 추경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총선 민심이 반영된 의석에 따라 하는 것으로 당연한 것’이란 의견은 38%에 머물렀다. 반면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의 독단적 행동’이란 응답이 53%로 과반수였다.

국민과 소통이 부족한 정부의 인사 스타일도 여권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7월 31일~8월 2일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장관 등 공직자 인사’에 대해 긍정 평가는 29%에 그쳤고 부정 평가가 65%에 달했다. 공직자 인사에 대해선 민생·국가 위기극복·국민 통합·소통 등 국정 각 분야에 대한 평가 중에서 가장 저조했다. 정부의 ‘검찰 흔들기’에 대해서도 여론은 부정적이다. 8월 둘째 주 데일리안·알앤써치 조사에 따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직 인사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잘못했다’가 56.1%를 차지했다. 반면 ‘잘했다’는 응답이 32.9%로 차이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지역별로는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압도했다. 특히 서울에서 부정 평가가 64%로 가장 높았다.

다시 가동시킨 ‘편 가르기 프레임’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긴장감이 커진 여권이 ‘투기세력 징벌’과 ‘친일 청산’ 등 ‘편 가르기 프레임’을 다시 가동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권이 ‘편 가르기’ 또는 ‘희생양 찾기’ 등으로 지지율 하락을 근본적으로 만회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등 정책 실패가 반복된다면 서울과 중도층 민심이 계속 요동치면서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까지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럴 경우 내후년 대선도 여권으로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최근 여권 지지율 하락은 핵심 지지층에서도 무능과 독주에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리더십이 총체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냉철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여권은 입법이나 정책의 시행 과정에서 국민을 충분히 설득할 의무가 있지만, 의석수만 믿고 밀어붙이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야당에서 강력한 대권후보가 부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당으로선 아직 기회가 있다”며 “다만 정책이나 인사를 통해 확실하게 보여줄 타이밍을 놓치면 민심을 되돌리기 힘들 수도 있다”고 했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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