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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24호] 2020.09.07

끌려 갈지 끌고 갈지… 친문에 둘러싸인 이낙연의 해법

▲ 지난 8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가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취임 축하 난을 전달받았다. photo 뉴시스
지난 8월 29일 선출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의 최대 정치적 고민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과의 관계 설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일단 이번 전당대회 때 친문의 선택을 받긴 했지만 이 대표와 당내 주류 세력인 친문 간 관계가 복잡 미묘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60.7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함께 후보로 나선 김부겸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각각 21.37%와 17.85%에 머물렀다. 이런 수치는 친문들의 압도적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주간조선에 “(이 대표가) 당 주류의 선택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며 “코로나19,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적 문제 등 어려운 문제가 산적한 여건에서 총리 때처럼 잘해 달라는 주문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대표가 50%대 득표율을 받을 것으로는 누구나 예상했지만 60%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사실 많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친문계가 반드시 이 대표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보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질적으로 더 들여다보면 “마땅한 대체 후보가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한 권리당원은 “야당이 주자가 없다고 하지만 이쪽도 주자가 한정적이다. 김부겸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사람만 좋고 콘텐츠가 없는 자신의 한계를 너무나 드러내버렸고, 박주민은 어차피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체급 올리기 차원이었다. 권리당원 입장에서 보면 안 뽑을 순 없는 노릇이고, 결국 이 대표가 인기가 많아서가 아니라 강한 민주당을 위해 표를 몰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흥행이 저조했던 것 역시 결과적으로는 이 대표 압승을 가져온 한 원인이 됐다. 우선 후보들 간 체급의 차이가 컸다. 장기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해온 강력한 대선주자인 이 대표가 나서면서 승부에 다소 맥이 빠졌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결과적으로는 후발주자가 치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전당대회에 몰두할 수 없는 환경적 요인이 생겨난 것이다. 여기에 다주택자와 도덕성 문제 등 민주당의 기강 문제도 한몫을 했다. 이처럼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당 주류가 이 대표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득표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친문계가 이 대표에게 몰표를 준 이유는 현재 민주당이 처해 있는 상황과 관련이 깊다. 박시영 대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들이 이 대표에게 표를 몰아준 것은 현재 위기에 처한 민주당의 기강을 세우고 가장 안정화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다주택 문제 등 총체적인 기강 문제, 기타 안일했던 문제들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당을 이 대표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친문이 60%대 몰표 준 이유
   
   그렇다면 향후 이 대표는 어떤 행보를 택할까. 이 대표는 문재인 정권에서 최장수 국무총리를 맡으면서 친문의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친문의 지지가 곧 이낙연 개인에 대한 지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무총리’ 이낙연이 아닌 ‘대권후보’ 이낙연은 총리 때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에 대해 ‘선별적 지원’ 방향도 제시했다. 모두 전임 이해찬 대표 때와는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전임 이해찬 대표 시절 민주당은 다른 목소리가 용납되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의 여당이었다는 특징이 있다. 반대 측에서는 ‘전체주의’ ‘독재’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원팀’이라는 이름 아래 총선 압승을 견인한 주체가 이해찬 전 대표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해찬 전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계의 절대적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다름을 용납하지 않는 특징을 가진 친문계가 이낙연 대표와 같은 리더십도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양측이 공존할 수 있는 관건이다.
   
   일견 이 대표는 이해찬 전 대표에 비해 합리적이고 유한 스타일로 보이지만, 실제로 함께 일한 이들은 대부분 “매우 엄격하고 완벽주의 성향”이라는 의견을 보인다.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대표 역시 이해찬 전 대표와 비슷한 스타일”이라며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느낌은 있지만 사실 엄격하다. 논리 허점이 있으면 바로 파고들어 집요하게 캐묻는 스타일이다. 나이도 있고 경륜도 있으신 만큼 ‘그립’을 잡는 쪽이지 부드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낙 엄격하고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이 대표이기에 민주당을 이끄는 리더십이 결코 이해찬 전 대표에 비해 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대표와 친문 간의 미묘한 관계는 앞서 여야 의원들이 이낙연 리더십 관련 공개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이 대표에 대해 “독자 세력을 별도로 갖지 않은 분”이라며 ‘이해찬 상왕(上王)론’을 우려하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이낙연 대표가 그렇게 간단한 분이 아니다”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당대표에 당선되자마자 주요 당직자들을 속속 임명하면서 ‘준비된 당대표’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선출되자마자 최측근들로 전열을 갖추는 거 보고 딱 ‘이낙연 스타일이다’ 했다”고 말했다.
   
   
   친문계와의 전략적 동거 불가피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확실한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친문계와의 전략적 동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시선도 있다. 일단 순수한 이낙연파로 분류할 수 있는 의원이 많지 않다. 이 대표가 전남지사를 하던 시절부터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개호 의원 등을 제외하면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이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회 관계자는 “지도부 인사를 보면 전열은 다 정비돼 있지만 자세히 보면 친문으로도 분류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며 “이낙연 계파가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표의 인사 중 많은 이는 사실 ‘친문’으로도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당대표 정무실장을 맡은 김영배 의원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민정비서관 출신인 김 의원은 성북갑 민주당 경선에서 유승희 전 의원을 꺾고 21대 국회에 처음으로 등원했다. 사무총장을 맡은 박광온 의원은 당내에서 별다른 계파색 없이 두루두루 사이가 좋은 편으로 분류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함께 당선된 새 최고위원들 역시 이전에 비해 친문 색채가 더 짙어졌다. 최고위원 득표율에서 각각 1위와 4위를 기록한 김종민·신동근 의원이 특히 강성 친문으로 분류된다. 신 의원의 경우 본래 민평련 계열로 분류됐지만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소셜미디어에서 설전을 벌이면서 친문 당원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었다. ‘삼성전자 고졸신화’로 유명한 양향자 의원 역시 2016년 문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은 시절 영입한 친문 인사로 통한다. 3위로 최고위원이 된 노웅래 의원 정도가 예외로 평가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당대표 인사에 특히 관심을 모으는 이는 당대표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된 최인호 의원이다. 부산 사하구갑이 지역구인 최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 시절에는 존재감이 없었다. 농업·어업과 관련이 없는 대도시 부산이 지역구인데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로 상임위를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농해수위는 통상 거대도시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선호하는 상임위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수석대변인을 맡으면서 최 의원은 ‘이낙연팀’에 합류하게 됐다. 이번 국회에 처음 등원한 홍성국 의원 역시 당대표 경제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이낙연팀’에 합류했다.
   
   청와대에서도 이 대표의 당대표 취임에 즈음해 비서관 인사를 단행했는데 정무비서관에 배재정 전 의원이 임명됐다는 점도 당청 관계에 있어서 이낙연 대표의 행보에 어느 정도 맞추겠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배 비서관은 이 대표가 국무총리를 하던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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