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커버스토리]  “제가 누군지 아세요?“ 추미애 사태를 키운 ‘특권의식’
  • facebook네이버 밴드youtubekakao 플러스친구
  • 검색
  1. 정치
[2625호] 2020.09.14
관련 연재물

[커버스토리]“제가 누군지 아세요?“ 추미애 사태를 키운 ‘특권의식’

“제가 누군지 아세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가 지난해 12월 ‘황제군복무’ 의혹을 처음 제기한 언론사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지금은 서씨가 변호사를 동원해 언론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 기자가 해명을 듣기 위해 서씨에게 전화했을 때 27세 청년 서씨는 뜬금없이 이런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그의 황제군복무를 둘러싼 논란이 정국의 이슈로 떠오르면서 더 복잡해진 측면이 있지만,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오히려 이 사건의 성격은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내가 누군지 아냐’고 묻거나, ‘내가 OOO다’라고 말하는 화법은 권력을 가진 자, 혹은 그 주변부에 있는 인사들의 전형적 말투로 여겨진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최근 코로나19 검진 문제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내뱉은 말이 “내가 국회의원을 세 번 했다”였다. 2018년 10월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술집서 폭행·난동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자 내뱉은 말도 “내가 누군지 아느냐”였다. 지난해 11월에는 법원행정처 4급 서기관이 만취 상태에서 대법원 법원행정처 출입용 플라스틱 목걸이 카드와 주먹으로 50대 택시기사의 얼굴을 폭행하며 “내가 누군지 알어”라고 외쳤다. 추 장관 측이 정상적인 병가였다고 해명하며 황제군복무 의혹에 대해 일축하고 있지만, 서씨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자들의 취재에 직접 응한 통화에서 내뱉은 말은 전형적인 권력자들의 화법이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나는 ‘특별한 사람’인데 왜 몰라보냐는 일종의 특권의식이 바탕에 있는 것”이라면서 “보통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자기애성 성격이 강하고, 이런 성격이 때로 갑질 또는 오만함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의혹 최초 보도한 기자와 통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일종의 자존감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심리적 작용이다. 다만 이것이 자신과 주변을 존중하고 가치롭게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존감인지, 외부적 권력과 지위에 의해 만들어진 잘못된 자존감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후자에 의해 잘못 형성된 자존감은 사회적 갑질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고 이 경우도 이런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서씨와 함께 복무한 병사들 사이에서 서씨 관련 구설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그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생활 태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했듯 서씨의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은 일요신문 최모 기자다.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추미애, 카투사 군복무 아들 휴가 미복귀 무마 의혹’ 기사를 통해 “서씨의 휴가를 연장해달라”는 추 장관 측 외압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최 기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제보자 현모씨(검찰에 출두한 당직병)의 지인을 통해 관련 이야기를 듣고 취재를 이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기사가 나온 후 현씨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동료 병사들의 글이 이어졌다. 대부분 서씨가 복무 당시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였다는 내용이었다. 20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지난 국회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아들 문제를 인지, 급하게 이에 대한 질의를 준비했다. 당시 청문회에 참여했던 국민의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기사로 확인을 했고 이와 관련해서 현씨와 접촉해 관련 멘트들을 다 받아놓고 청문회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서씨의 병가연장을 둘러싸고 공방이 정치권으로 넘어오면서 드러나고 있는 것 또한 ‘중진 정치인 추미애’의 특권의식이다. 사실 특권이라는 것은 당사자는 이를 특권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절대다수의 국민은 이를 다르게 받아들인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특권의식이 대중에게는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를 확인한 것이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들에 대해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은 대략 이런 논리를 폈다.
   
   
   스스로는 인지 못 하는 국민의 시선
   
   “초엘리트로 자라온 조국 전 장관이 합법적 범위 내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활용해 자녀들을 도왔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사태 때 여론이 악화된 것은 합법과 불법의 여부 이외에도 조 전 장관의 자녀가 누린 것들이 대다수 국민들은 범접하기 어려운 특권이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도 비슷하다. 실제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를 떠나 정권 교체를 이뤄낸 여당 대표가 군에 직접 전화하고, 공무(公務)를 위해 존재하는 보좌관이 대표의 사적인 일로 군에 전화했다는 것은 일반인들 시선에서는 충분히 특권이다. 이것은 이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의 녹취록에서 확인된다.
   
   신 의원 측은 지난 9월 2일 서씨의 상관이던 군 관계자로부터 “추 장관 보좌관이 서 일병의 병가를 연장해달라”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를 공개한 바 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군 관계자는 휴가 행정책임 업무를 맡은 지원장교 A대위다. 다음은 이날 공개된 A대위와 신 의원실 보좌관의 통화 내역 중 일부다.
   
   A대위 “다만 왜 추미애 보좌관님이 굳이 이걸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신 의원실 보좌관 “보좌관이 굳이 이렇게 서 일병 본인이 안 하고 보좌관이 전화했을까? 생각했다 이거죠?”
   
   A대위 “아니 뭐 어떻게 보면은 보좌관 역할 자체는 국회의원의 업무를 보좌하는 건데.”
   
   신 의원실 보좌관 “그렇죠.”
   
   이 사건이 확산된 것은 비뚤어진 특권의식이 발단이었고 이에 대응하는 추 장관의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대중은 이미 그 과정에서 추 장관의 특권을 확인했는데 추 장관은 이것을 사실의 문제로 치환했다. 전화는 했지만 특혜는 없었다는 것이 추 장관 측 주장의 요점이다. 추 장관과 아들 서씨는 특혜가 아니라고 하지만 같이 근무했던 동료 병사들 사이에서도 서씨의 병가연장이 특혜라고 여겼다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물론 카투사가 한국군 복무규정에 맞추어 휴가를 사용하지만 한국군보다는 다소 느슨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란 지적도 있다.
   
   카투사 전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한국인 복무규정에 준해 근무한다 하더라도 카투사는 미군하고 같이 근무하기 때문에 조금 더 자유스러운 분위기인 것은 맞는다”며 “휴가를 내더라도 이유를 묻는 건 사생활 침해라고 해서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지내는 카투사 동료 병사들 사이에서 서씨의 병가연장이 특혜였다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그 과정이 이례적이었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추 장관의 행동도 오해를 살 만한 지점이 많았다. 추 장관은 지난 5월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들을 만찬에 부르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추 장관은 “현장 목소리를 듣고자 일선 검사들을 만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당시 야당에서 추 장관 고발 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담당 검사인 양인철 서울지검 형사1부장은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 자리로 좌천성 인사 대상이 되면서 수사는 제동이 걸렸다.
   
   
   “소설 쓰시네” “가족은 건드리지 마라”
   
   이에 야당 의원들은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등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일제히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추 장관은 “검언유착 심각하다” “아들 더는 건들지 마라” “아이가 굉장히 많이 화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는 또 “아들은 군복무를 하루도 빠짐없이 성실히 복무했고 사실 한쪽 다리 수술을 했다. 내가 국회의원이 아니면 신체검사를 받아 (군대를) 안 가도 됐다. 엄마도 공인이고 남자로서 군대를 안 가면 제대로 기 펴고 살 수 없으니 아프더라도 군대 마치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추 장관은 “지난해 12월 청문회에서 충분히 소명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지만, 실제 주간조선이 확인한 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자료엔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은 없고 부인 사실만 기록돼 있다. 지난 7월 추 장관은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안까지 발의되자 입에 실소를 머금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이에 대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한테 닥친 상황을 부정하고 회피하려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며 “젊어서부터 승승장구해오면서 ‘추다르크’라고 불린 추 장관은 강하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큰 만큼 다른 한편으론 일종의 콤플렉스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임 교수는 “실제 속마음은 여유가 없는데, 웃음으로써 ‘과하게’ 표현해내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사안은 법무부 장관 청문회 과정에서 추 장관이 “부적절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송구하다”는 사과의 말 한마디면 끝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 쓰시네” “가족은 건드리지 마라” 등의 발언으로 계속 확전돼왔다.
   
   추 장관의 부적절한 대응과 이 과정에서 드러난 추 장관 일가의 특권의식은 당분간 정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과 김도읍 의원 등은 최근 군 관계자와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하며 부대배치 청탁 등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의 ‘군생활 특혜’와 관련한 새로운 녹취록을 지난 9월 6일 공개했다. 2018년 2월 개최됐던 평창올림픽에 추 장관 아들을 통역병으로 파견해달라는 청탁이 있었다는 증언이었다. 이 녹취록은 신 의원 보좌진과 당시 카투사 단장이던 이모 대령이 나눈 통화 내용이다. 이 대령은 “추미애 아들이 카투사로 왔을 때 최초 그 분류부터, 동계올림픽 할 때 막 압력 들어왔던 이런 것들을 내가 다 안 받아들였지만, 그걸(통역병) 보내라는 청탁이 장관실이나 국회연락단에서 많이 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령은 “잘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선발 방법을 제비뽑기로 바꿨다. 그래서 (서씨가 통역병으로) 안 갔고, 나중에 추가적으로 또 보내달라고 하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 대령이 “최초 그 분류부터”라고 말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최초 분류부터 압력이 들어왔는데 ‘끝난’ 시점이 불명확하다”며 “문맥으로 보면 ‘최초 그 분류부터’ 뒤에 ‘계속’이 들어가 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서씨 측은 지난 9월 9일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관련 제보자와 기자 및 방송사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추 장관 아들은 이미 한 차례 휴대폰 번호를 바꾼 상황이다. 추 장관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청와대 측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만 밝혔다.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제2의 조국 사태’
   
   이런 대응 역시 사태를 지금이라도 매듭지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건은 또다시 문재인 정부의 공정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제2의 ‘조국 사태’로 불리는 배경이다. 이미 여권의 강고한 지지세력이었던 2030세대가 싸늘하게 등을 돌리고 있다. 특히 20대의 표심은 흔들리고 있다. 지난 9월 7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진행한 조사에서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7%포인트 감소했다. 한국갤럽의 9월 5일 조사에서는 20대의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가 긍정 30%, 부정 54%로 역전됐다. 특히 20대 남성의 긍정률이 28%에서 18%로 급감했고, 부정률은 61%에서 68%로 증가했다. 20대 여성의 긍정률도 53%에서 43%로 감소했고 부정률은 27%에서 39%로 급증했다.
   
   조 전 장관과 추 장관 관련 의혹은 20~30대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대학입시와 취업, 군입대에 관한 영역이다. 특히 추 장관 아들 관련 사건은 현 정부 초반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휘발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 보고서에 나와 있는 추 장관 부부가 부대에 전화를 했다는 시점이나 보좌관이 전화를 했던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한두 달 내”라며 “이 시기에 여당 대표가 전화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군 관계자들에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야당을 줄기차게 비판해온 여권 역시 기득권이었다는 사실만 국민들에게 확인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언론에다 왜 그렇게 쓸데없는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에게 뭔가 불만이 있는 건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현 정권에서 장관을 역임한 인사가 현 정부에 불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전반적으로 권력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2017년 7월~2018년 9월 재임)은 지난 9월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사실(통역병 청탁)이 있었지만 (밑에서) 차단했다는 이야기를 (통역병 청탁 관련 보도가 나온) 어제서야 보고받았다. 해당 청탁은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온 것으로 안다”고 청탁 사실을 확인해준 바 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